“10년 전 그날 죽음 해명하라” 쿠르드인 1만명, 파리 거리 행진

박효재 기자 2023. 1. 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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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활동가들이 지난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10년 전 튀르키예인의 총격으로 숨진 쿠르드 활동가들의 사진을 새긴 현수막을 들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유럽 전역에서 모인 쿠르드인 최소 1만명이 미제사건으로 남은 10년 전 쿠르드 여성 운동가 살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라며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파리 쿠르드 문화센터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애도까지 겹치면서 규모가 더 커졌다.

AFP통신 등은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벨기에에서 온 쿠르드 활동가들이 합류해 행진 규모가 주최 측 추산 2만5000명(경찰 추산 1만여명)까지 불어났다고 보도했다. 마르세유에서도 최소 800명이 거리 행진에 동참했다.

이번 행진은 2013년 1월9일 사키네 잔시즈, 피단 도간, 레일라 사일레메즈가 튀르키예인에게 살해된 지 10년을 기려 기획됐다. 희생자 중 잔시즈는 튀르키예가 테러 단체로 간주하는 쿠르드 분리독립 조직 쿠르드 노동자당(PKK)을 세운 인물로 쿠르드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쿠르드 활동가들은 튀르키예 정보당국이 살해에 관여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당시 사건 희생자들의 사진과 “튀르키예 정부가 쿠르드족 3명을 더 학살했다”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파리 북부 지하철역에서 레퓌블리크 광장까지 행진했다.

해당 사건은 튀르키예 국적의 범인이 2016년 12월 재판에 넘겨지기 직전 뇌종양으로 숨지면서 미제로 남았다. 범인은 샤를 드골 공항의 정비 노동자였으며, 사건 당시 희생자들에게 공개처형을 집행하듯 똑같이 머리에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사건 연루 의혹을 부인하면서, 쿠르드 활동가들 사이의 내분 내지는 양측 평화회담을 무산시키려는 시도로 규정했다.

2019년 프랑스 테러 사건 전담 재판부는 수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희생자 유족들은 프랑스 정부가 사건 관련 문서의 기밀 해제를 거부해 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한다. 사키네 잔시즈의 형제인 메틴 잔시즈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우리들의 정의에 빚을 지고 있다”면서 “내 사랑하는 가족은 프랑스와 튀르키예의 외교 관계를 위한 제단에 희생양으로 바쳐졌다”고 말했다.

쿠르드 활동가들은 서방이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이들의 테러, 군사행동에 눈 감고 있다고 비난한다. 튀르키예는 프랑스, 미국이 속한 집단 방위 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회원국으로 러시아에 맞서 남동쪽 전선을 보호하는 국가로서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

잔시즈가 세운 PKK는 튀르키예는 물론 유럽연합(EU), 미국으로부터 테러 단체로 지정된 상태다. 튀르키예는 2019년 이슬람국가(IS) 패퇴로 대테러전이 사실상 종료된 이후, 시리아·이라크에서 서방의 대테러 부대로 협력해 온 쿠르드 민병대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연례행사인 이번 행진은 지난달 파리 쿠르드 문화센터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한 애도까지 겹치면서 규모가 더 커졌다. 당시 희생자들은 이번 10주기 행사 관련 논의를 하던 중 살해됐다. 사건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부터 파리에서는 쿠르드인들이 주도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 파리 쿠르드인 이틀 연속 격렬 시위…“이것이 왜 테러가 아닌가”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212251343001

파리 쿠르드 문화센터 사건을 두고 프랑스 경찰은 이주민에 대한 병적 혐오를 가진 남성이 저지른 범죄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쿠르드 활동가들은 최근 사건에도 튀르키예 정부가 개입했다고 본다. 일부 시위 현장에서는 PKK 깃발을 휘두르며 튀르키예 타도를 외치는 이들도 있다. 이에 튀르키예 정부는 자국 주재 프랑스 대사를 불러들여 PKK의 흑색선전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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