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젤렌스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정교회 성탄 메시지

정윤미 기자 2023. 1. 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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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 정교회, 우크라 침공 지지 감사"
젤렌스키 "러' 36시간 휴전의 현실은 폭격"
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36시간 휴전' 선언에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으로 파괴된 건물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7일(현지시간)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띄운 '36시간 휴전' 명령에도 불구하고 총성 끊이질 않았다.

AFP통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명령한 36시간 휴전에도 전쟁이 완화된다는 별다른 조짐 없이 진행됐다"며 "우크라이나 동부의 격전지의 전투가 크게 줄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남부 최전선 차시우 야르 마을에는 이날 오전 내내 집중 포격 소리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교회 아닌 아파스트 지하 대피소에 숨어있어야 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러시아가 지난 24시간 동안 미사일 1발, 다연장로켓 20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 도네츠크와 남부 헤르손에서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부상을 입었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에 따르면 전날 도네츠크에서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헤르손에선 사망자 1명, 부상자 7명이 나왔다. 야로슬라우 야누셰우치 헤르손 주지사는 "이 지역의 평화로운 마을들이 대포, 대공포, 박격포 그리고 탱크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에서 오후 11시 끝나는 휴전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음에도 전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반격에 성공해 우크라이나군 수십명을 죽였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 있는 대성당에서 열린 정교회 성탄절 전야 예배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로이터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개 축하 행사 참여하지 않았다. 그 대신 크렘린궁 내 교회에서 성탄 전야에 시작된 자정 예배에 참례해 성탄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 정교회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 지지에 감사를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 정교회와 다른 기독교 종파들은 사회를 통합하고 역사적 기억을 보존하며 젊은이들을 교육하고 가족 제도를 강화하는데 대단히 건설적인 기여를 하고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조직들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하는 우리 군인들을 지원하는 것을 우선시한다."며 "이렇게 방대하고 복잡하고 진정으로 사심 없이 일하는 것은 진심 어린 존경을 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독립 정교회 수장 에피파니우스 총대주교가 7일(현지시간) 성탄절을 맞이해 키이우 페체르스크 라브라 수도원 내 대성당에서 모국어로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2023.01.0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우크라이나 정교회 순례지인 키이우 페체르스크 라브라 수도원 내 대성당에는 이날 옛 소련 독립 31년 만에 처음으로 모국어로 진행되는 성탄 예배를 위해 수백명의 신도들이 몰렸다. 입구에선 입장하는 신도들의 신원 및 보안 검사가 이뤄졌다.

독립 정교회 수장 에피파니우스 총대주교는 이날 "신께 열렬한 마음을 담아 간청한다"며 "우리 집에 슬픔을 가져온 적을 물리치도록 도와달라. 우리가 마침내 우리 땅에서 외국 침략을 몰아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바딤 스토로즈키 키이우 시의원은 이번 성탄 예배는 우크라이나 통제 속에 있는 성지의 '복귀'를 의미한다며 "우리 역사를 새롭게 하고 독립을 쟁취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신성한 장소, 즉 우리의 근원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심야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우리 국민들의 영적 독립을 위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날 많은 사람이 예배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교회 성탄절에 세계는 러시아의 그 어떤 수준의 말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볼 수 있다"며 "그들(러시아)은 휴전에 대해 뭔가를 말했으나 현실은 바흐무트와 다른 우크라이나 진지를 다시 강타한 러시아의 폭격"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 상징 키이우 패체르스크 라브라 수도원 내 대성당에서 7일(현지시간) 성탄절을 맞아 신도들이 예배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예배는 독립 31년만에 처음으로 모국어로 진행됐다. 2023.01.0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정교회 성탄절을 기념해 러시아군에게 전날인 6일 정오부터 7일 자정까지 36시간 휴전 명령을 내렸다.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에서 러시아군이 단일 공격으로 최대 사망자(89명)가 나온고 며칠 만이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군대를 재편성할 시간을 얻기 위한 전술이라고 일축했다.

정교회는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최대 종교로서 양국을 잇는 유대의 상징이었다. 전 세계 정교회 신자 2억6000만명 가운데 러시아인 1억명, 우크라이나인은 3000만명 정도 된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17세기 이후 모스크바 총대주교 산하에 종속됐다. 이후 2018년 모스크바 산하 정교회(UOC)와 독립 정교회(OCU)로 분할됐다.

독립 정교회는 2019년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인정을 받았지만 모스크바 대교구는 이를 거부했다. 특히 지난해 개전 이래 러시아 키릴 총대주교를 형제 지도자 명단에서 배제하고 모스크바 아닌 자체 성유를 사용하고 있다. 개전 이래 모스크바 산하 정교회의 러시아 유착설이 제기되면서 많은 신도들을 확보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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