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또 신약…'치매=불치병' 공식 정말로 사라지나

안정준 기자 2023. 1. 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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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이 2년만에 탄생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대표적 불치병이지만 신약 허가문턱이 가장 높은 미국에서 연이어 새로운 치료제가 허가되고 있는 것. 하지만 2년전 허가받은 치료제와 비슷하게 이번에도 효능과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다. 2년사이 허가받은 치료제 2개 모두 같은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기도 하다. 제약업계에서는 추후 이 치료제의 실제 의료현장 적용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일(현지시간) 알츠하이머 증세를 늦추는 신약 '레켐비(Leqembi)' 사용을 승인했다. 레켐비는 신속승인 절차를 통해 의료현장 처방이 승인됐다. 최종 허가에 앞서 그동안의 임상 결과를 토대로 제한적 사용을 승인하는 절차다. 신속승인 절차를 통해 레켐비는 일단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처방될 수 있게 됐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질환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독성 뇌 단백질 응집체 '아밀로이드 베타'를 분해하는 방식으로 알츠하이머 증상을 완화시킨다. AP통신 등은 레켐비가 알츠하이머 발병 메커니즘을 겨냥한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기억력과 사고력 저하를 늦추는 효과를 신빙성있게 입증했다고 전했다.

앞서 개발사측이 공개한 레켐비의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이 신약을 투여한 환자들의 인지능력 감퇴는 27% 늦춰졌다. 이 같은 임상 결과는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을 투약그룹과 위약그룹으로 나눈 뒤 2주에 한 번씩 레카네맙과 위약을 각각 투여한 뒤 관찰해 얻었다. 투여 후 18개월 뒤, 투약 그룹은 위약 그룹과 비교했을 때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량이 감소했고 인지능력 감퇴 속도는 27% 늦춰진 것.

이번 레켐비 FDA 승인은 2021년 아두헬름 승인 후 2년만이다. 당시 아두헬름은 18년만에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승인됐는데 불치병으로 여겨진 해당 질환 영역에서의 신약 승인 주기가 상당히 짧아진 셈이다. FDA 신속승인을 노리는 또 다른 치료제도 준비된 상태다.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도나네맙은 현재 FDA의 신속승인 절차를 밟고있다. 도나네맙 역시 레켐비와 같은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치료제다. 국내 바이오업계에서도 아리바이오와 젬백스앤카엘 등이 미국과 유럽에서 알츠하이머 신약 임상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레켐비가 실제 치료 현장에서 괄목할 만한 효능을 낼 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치료제가 알츠하이머 진행을 다만 몇개월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해 사실상 '치료제'가 아니라는 것.

워싱턴대 신경학자 조이 스나이더 박사는 "리켐비를 투여하면 환자가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더 운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약은 치료제가 아니며 질병의 진행을 멈추게 하지는 못하지만 진행 속도는 상당히 늦춰준다"고 말했다. 밴더빌트대 신경학자 매튜 슈래크 박사는 "이 약의 효과는 정말로 미미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 약간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환자는 투약에 따른 효과를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성도 도마위에 올랐다. 임상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 지금까지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사인은 뇌출혈과 뇌부종 등이었다. 개발사측은 임상 중 뇌출혈 발생 비율은 1% 밑으로 이는 레켐비와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효능과 안전성 논란은 2년전 허가된 아두헬름에서도 발생했다. 아두헬름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면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개발됐는데, 이 물질의 제가가 알츠하이머 치료로 직접 연결이됐는지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승인 후 처방 과정에서 사망자도 발생했다. 아두헬름 승인 과정에서 개발사와 FDA간 부적절한 협력이 있었다는 미국 의회 보고서도 나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결국 아두헬름은 미국에서 처방 확대에 제한을 받았고 유럽과 일본에서 허가를 받는데 실패했다. 이에대한 책임을 지고 개발사 최고경영자가 사임했고 개발사는 상업화를 위한 모든 인프라를 최소화했다. 사실상 처방현장에서 밀려난 것. 아두헬름을 공동 개발한 제약사가 바이오젠과 에자이였는데, 이번에 신속승인을 받은 레켐비 역시 이들 제약사가 공동 개발했다. 아두헬름 대신 개발을 집중한 결과물이 레켐비인 셈이다.

레켐비가 효능과 안전성 논란을 뚫고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의료현장에서 본격 사용되기 위해서는 장기적 추적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는게 업계와 의료계 일각의 시각이다. 예일대 의대 크리스토퍼 반 다이크 박사는 레켐비 임상 3상 결과 관련, "위약대비 인지기능을 개선시켰지만 일부 부작용이 발견돼 효능과 안전성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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