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 98] 새해 벽두 달마도 한 장 그려보다

정리=박명기 기자 2023. 1. 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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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 시대에 그려놓은 산 그림을 보며 나는 겨울산에서 추운 바람이 콧속으로 들어올 때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잠에서 다시 깨어나 죽었다 다시 살아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강산 돈도암 바위에는 언제 새겨진 모를 수백년 된 선승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사는 것도 바위에 글씨처럼 한낱 지나간 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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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중요...사는 것도 바위에 글씨처럼 한낱 지나간 시간일 뿐

 

코로나19 이전 시대에 그려놓은 산 그림을 보며 나는 겨울산에서 추운 바람이 콧속으로 들어올 때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잠에서 다시 깨어나 죽었다 다시 살아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 죽었다가 다시 살며, 하루를 사는 동안 인생의 탑을 쌓는구나'하고 새벽에 선화를 그리는 제운 스님의 책을 읽다가 깨우친다.

금강산 돈도암 바위에는 언제 새겨진 모를 수백년 된 선승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후학들은 진심(瞋心)을 내지 마십시오. 저도 한때 이곳에서 지내다 갔습니다."

불교에서는 현재 찰나, 이 순간을 중요하다고 여긴다. 현재는 과거의 싹이 터서 결실을 맺는것이고 미래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라 한다.

현재를 잘 살지 못하면 과거의 업장을 녹이지 못하고, 그저 예측하기 힘든 윤회를 반복한다고 한다.

책 속에 스님들은 하루 해가 다 질 무렵 다리뻗고 울었다 했다. 하루를 보냈음에도 공부하지 못한 마음에 서러워서 울고, 분심을 내어 용맹 정진하지 못함이 부끄럽고 안타까움에 울었다고 한다. 

2022년을 돌아보았다. 매 년 겨울 의지와 성찰을 통해 단단한 얼음처럼 마음을 가둬 배우다가, 봄이면 눈이 녹듯 마음도 녹아 결기가 사라지고, 여름이면 쇠가 끓어 더운 듯 풀어헤치며, 가을이면 그 결실이 부족해 후회를 했다. 

그래서 겨울만 되면 깨진 마음을 다시 조각 맞추듯 퍼즐을 맞춰 얼음 속에 가두고 있다. 그 마음을 돈도암의 스님은 바위에 표식을 하셨지 않을까? 

아침부터 병원으로 출근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저 여인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나를 만나 고생하는가 하며 진심(瞋心)을 내보였다. 사는 것도 바위에 글씨처럼 한낱 지나간 시간일 뿐이다.

그래 모두가 심외무물(心外無物)이다. 오늘은 사무실에서 달마를 한 장 그려놓고 내 인생의 탑을 또 쌓을 것이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만화가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30년 넘게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자신의 원작 OTT 애니메이션 '알래스카'를 영화사 '수작'과 공동으로 제작 중이며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다. 그림과 글과 엮어낸 산문집 '토닥토닥 쓰담쓰담'을 2022년 1월 출간했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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