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예배당서 성호 그은 푸틴..."침공 전쟁 지지 정교회 감사"
우크라 정교회, 분노 속 '독립적' 성탄절 축하…일부는 12월 25일로 전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러시아 정교회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지지하는 데 감사를 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 관저인 크렘린궁 안에 있는 교회에서 성탄 전야에 시작된 자정 예배에 참례한 후 이같은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사회를 통합하고 우리의 역사적 기억을 보존하며 젊은이들을 교육하고 가족 제도를 강화하는 데 러시아 정교회와 다른 기독교 종파들의 대단히 건설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점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 조직들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에 참여하는 우리 전사들을 지원하는 것을 우선시한다"라며 "이렇게 진정 사심 없이 일하는 것은 진심 어린 존경을 받을 만하다"라고 칭송했다.
성탄절은 통상 12월 25일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정교회를 믿는 국가 일부는 이보다 늦은 매년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 왔다.
이를 앞두고 지난 6일 푸틴 대통령은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한 36시간의 휴전을 명령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는 시간을 벌어 재정비하려는 모스크바의 책략일 뿐이라며 거부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의 휴전 선언 이후에도 양측은 포격을 이어 갔다.
푸틴 대통령이 혹독한 전시에 정교회를 러시아 사회 안정과 국민 통합의 기반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WSJ는 푸틴 대통령이 '타락한 서방'에 대한 '성전'인 것처럼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면적 침공을 감행한 후 처음 맞는 정교회 성탄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는 관영 방송 인터뷰에서 "신자들이 이번 전쟁을 '러시아의 세계'를 보존하고 슬라브 땅을 모스크바의 영적·정치적 영도에 두기 위해 서방과 벌이는 성스러운 투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TV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선 참례 중인 푸틴 대통령이 여러 차례 성호를 긋는 모습도 보였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정교회 성탄절을 축하하는 신자들이 교회에 모였다. 다만, 많은 우크라이나 정교회 신자들이 러시아 정교회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데 분노해 1월 7일 대신 다른 기독교인들 대다수가 기념하는 12월 25일로 돌아섰다.
전 세계 정교회 신자는 2억6000만명이다. 그 중에서 1억명이 러시아인이고 3000만명가량은 우크라이나인이다. 우크라이나 내 정교회는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의 우크라이나 정교회와 독립적인 우크라이나 정교회로 나뉜다. 독립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2019년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로부터 인정받았다. 하지만, 모스크바 대교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특히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는 공개 예배에서 러시아의 키릴 총대주교를 형제 지도자 명단에 올리지 않고 있으며 성유도 모스크바에서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키릴 총대주교는 지난 6일 예배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모스크바와 오랜 관계를 이어온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독립 우크라이나 정교회 수장인 에피파니우스 총대주교는 이날 정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 중 하나인 키이우 동굴 수도원에서 많은 신자가 모인 가운데 예배를 주례했다.
AP 통신은 이날 성탄절 예배가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어로 진행됐으며, 캐럴을 부르는 신자 중에는 군복을 입은 우크라이나 군부대도 섞여 있었다고 전했다.
에피파니우스 총대주교는 "한 나라로서 우리는 이웃 모두를 이해하며 평화롭게 살기를 추구했으나 적은 비열하게도 평화를 깨뜨리고 우리 땅을 침략했다"라며 "피를 흘리고 죽음의 씨앗을 뿌리며 우리의 정체성 파괴를 기도했다"라고 비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6일 밤 늦게 발표한 성탄절 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먹잇감이 되지 않고 야수를 물리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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