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통증에도...2시간 30분 공연 엄수한 넬 김종완 [조은별 기자의 ★★레터]
7시부터 9시 30분까지 2시간 30분에 달하는 공연을 모두 마친 뒤 대기실에서 만난 넬의 리더 김종완(42)은 탈진한 듯 했다. 소파에 널브러져 있던 그는 왼쪽 팔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는지 팔을 쭉 뻗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연신 신음을 토해냈다.
김종완은 2020년 6월 급성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지속적인 기타연주로 인한 고질적인 팔의 통증은 별개다. 김종완을 잘 아는 한 측근은 “아무리 작은 수술이어도 수술을 받은 뒤에는 휴식을 취하는 게 상식이다. 김종완은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복대를 차고 음악 작업을 계속했다. 그런 사람은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김종완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지난해 모친상을 당한 뒤 공연을 강행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모친상을 당한 뒤 발인을 치른 다음 날, ‘2022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하 부산록페)무대에 섰다.
당시 소속사 스페이스보헤미안 관계자는 스포츠서울에 “행사를 위해 장시간 준비한 주최 측, 그리고 이미 티켓을 구매한 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연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는 김종완 자신의 의지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집착에 가까운 음악에 대한 열정은 결성 24주년이 된 넬을 이끄는 힘이다.
2008년 발표한 4집 수록곡 ‘기억을 걷는 시간’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모던록밴드로 자리매김했지만 지난 24년간 발표한 9장의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몽환적인 록발라드부터 샤우팅이 돋보이는 록킹한 곡까지 다채로움을 자랑한다.
경쾌한 리듬이 인상적인 싱글 ‘스틸 선셋’은 묵직한 단조로 변주돼 2시간 30분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마치 혁명을 앞둔 군인들의 결기를 표현한 듯한 변주가 불꽃과 함께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자 관객의 함성이 일렁이는 파도처럼 떠밀려 왔다.
‘홈’, ‘디어 제노비스’, ‘환생의 밤’, ‘번’까지 최근 몇 년간 공연에서 한꺼번에 들려주지 않던 록킹한 셋리스트들은 한 폭의 그림같은 영상과 함께 몰입도를 높였다.
‘넬스룸’ 브랜드를 만든 뒤 때로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고집스럽게 관객의 만족드를 위해 시청각 이미지를 고민한 넬의 리더 김종완의 설명이다.
마지막 곡은 8집 수록곡 ‘꿈을 꾸는 꿈’. 김종완이 3살 조카를 보며 느낀 감정을 시간이 지난 뒤 만든 곡이다. 불혹을 넘겨도 여전히 꿈을 향해 정진하는 네 사내들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곡이기도 하다.
“요즘에 현실에서 꿈에 대해 얘기하면 ‘꿈깨’, ‘정신차려’ 같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게 된다.꿈은 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나 진지하게 다루는 소재가 됐다. 사실 꿈이란 가질 수 없는 것이라 우리 삶을 많이 힘들게 할 수 있다. 반대로 꿈은 바닥을 쳤을 때 나를 끄집어내는 역할이기도 하다. 꿈이 없는 사람은 바닥에서 홀로 헤어나오지 못한다. 이게 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다. 새해, 거대한 포부를 안고 꿈을 향해 달려가길 바란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하쿠나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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