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입점하자마자 매출 230%↑…올해 '제2나이키' 만든다

윤지혜 기자 2023. 1. 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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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통신]윤소영 네이버 브랜드스토어TF 리더 "D2C 생태계 확장"
윤소영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리더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네이버

#1. 누가 알았을까. 거실가구로 유명한 일룸이 온라인에선 '어린이 침대'로 입소문 난 것을. 네이버(NAVER)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해 소비자가 어떤 검색어로 브랜드를 발견·구매하는지 분석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어린이 침대 기획전을 열자 매출이 22배 뛰었다. 또 매장 전용인 '쿠시노' 패밀리침대 키워드로 일룸을 접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에 착안, 온라인 상품을 기획했더니 1시간 쇼핑라이브에서 600개가 팔렸다.

#2. DJI드론은 지난해 5월 브랜드스토어를 열자마자 매출이 230% 수직상승했다. 고가의 드론을 믿고 살 채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네이버 인증 공식 판매처'라는 점을 신뢰했다. 헥토헬스케어의 프리미엄 유산균 '드시모네'도 지난해 브랜드스토어 입점 전후로 6개월 평균 거래액이 60% 넘게 뛰었다. 유산균 특성상 빠른 배송이 중요한데,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다음 날 정확히 배송하는 브랜드스토어의 물류 솔루션이 매출을 견인했다.

아이가구를 전면에 내세운 일룸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사진=네이버 캡처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가격뿐만 아니라 △빠른 배송 △품질·AS 신뢰도 등이 주요 구매요인으로 떠올랐다. 제조사 역시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D2C' 채널을 주목한다. 온라인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이어가면서 고객을 관리할 수 있어서다. 2017년 아마존 탈퇴 후 자사몰에서 매출 4분의 1을 올리는 나이키는 D2C의 대표 성공사례다. 국내에서도 유통사의 '가격 후려치기'에 반발하는 CJ제일제당·LG생활건강 등 기업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많은 제조사는 비용 부담과 부족한 노하우 탓에 자사몰 구축을 주저한다.

이에 네이버는 올해 브랜드스토어를 D2C 플랫폼으로 고도화한다. 55만개 스마트스토어를 꽃피운 기술력과 노하우로 네이버식 D2C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스토어 중소상공인이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도 제공한다. 윤소영 브랜드스토어 TF(태스크포스) 리더는 "브랜드가 급증하고 유통 채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D2C가 부각되고 있다"라며 "브랜드사 플랫폼을 만들어 이커머스 시장을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가 납품단가 갈등 속 "가격결정권 브랜드에"
2020년 출시된 브랜드스토어는 지난해 11월 기준 1300곳에 달한다. 거래액은 전년 대비 70% 이상 성장해 지난해 3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과반이 거래액 10억원 이상이고, 5%는 100억원을 넘는다. 특히 자사몰보다 브랜드스토어에 집중하는 제조사가 400개에 달한다. 상품 판매·유입·이용자 데이터를 받아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고, 자사몰 구축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최신 IT 기술을 이용할 수 있어서다.

브랜드스토어는 국내 이커머스에선 새로운 길이다. 네이버에 입점한 덕분에 자사몰보단 접근성이 좋고 상품나열식 오픈마켓보단 브랜드가 돋보인다. 수수료를 내고 MD에 판매책임을 맡기는 유통사와 달리, 입점 수수료가 없고 필요한 솔루션을 구매해 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브랜드의 자유도다. 제조사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판매에 도움이 될 데이터 확보도 쉽다. 일부 데이터를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형태로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조만간 시행된다.

윤 리더는 "창업에 중점을 둔 스마트스토어는 쉬운 상품등록이 중심이었지만, 브랜드스토어는 상품만큼 브랜드를 잘 보여주면서 제조사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결정권은 브랜드사 고유의 권한"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네이버식 커머스, MD 대신 기술로 '승부수'
윤소영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리더 /사진=네이버
올해 브랜드스토어는 △상품별 이상징후를 알려주는 '상품진단' △특정 행사·고객 등을 세밀히 분석하는 '주제별 커스텀 분석' △자사몰처럼 CRM(고객관계관리)을 할 수 있는 '라운지' △AI 기반으로 물류 수요률 예측하는 '클로바 포캐스트' 등 솔루션을 대거 선보인다. 특히 라운지 솔루션은 2년간 공들였다. 한 기저귀 판매사가 쿠폰을 발행할 때마다 이용자 데이터를 수동으로 취합하는 것을 보고 TF 내 제휴·기획·디자인·개발부서가 모두 달려들었다. 윤 리더는 "제조사와 월 2회 이상 회의하면서 만든 기능"이라고 소개했다.

브랜드스토어 개설의 문턱도 낮춘다. 윤 리더는 "D2C 성공 사례인 나이키처럼 나만의 채널을 갖고 싶은 곳이 많은데, 초기 구축·운영·모객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망설인다"며 "브랜드스토어에서 원하는 방향의 D2C 플랫폼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세 브랜드라도 제조·판매·배송·CS를 책임질 수 있는 곳이라면 브랜드스토어를 열 수 있도록 해 양적 확장을 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0일 출시한 '도착보장' 솔루션은 제조사의 배송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이는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상품도착일을 보장해주는 서비스로 벌써 소비자 호응이 높다. 도착보장 솔루션을 적용한 상품군의 거래액이 전월 대비 20% 성장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네이버는 명품 브랜드스토어 유치도 추진한다. 윤 리더는 "주도권이 브랜드에 있다는 건 굉장한 강점"이라며 "현재 다양한 브랜드와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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