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칼럼] 사기꾼 전성시대…악화가 양화를 내쫓는 일이 현실이 되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2023. 1. 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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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서울=뉴스1)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 "조선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함께 서울 청담동에서 술자리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전체 응답자는 '사실일 것'(39.6%)과 '거짓일 것'(40.3%)이란 응답이 비슷했"고 "민주당 지지자는 청담동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술자리를 했다는 주장이 '사실일 것'이란 응답이 대다수인 69.6%에 달했고 '거짓일 것'은 11.5%에 불과했다"고 한다.

사뭇 충격적이다. 사건의 시작은 2022년 10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한 다음과 같은 질문이었다.

"제가 제보를 받았습니다. 7월19일 밤인데요. 그날 술자리를 가신 기억이 있으십니까?", "청담동에 있는 고급스러운 바였고요. 그 자리에는 그랜드피아노가 있었고 첼로가 연주됐습니다", "그 자리에 김앤장 변호사 30명가량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도 이 자리에, 청담동의 바에 합류를 했습니다".

애초 의혹 제기 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묻기에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이 곧바로 드러났다. 내용이 매우 선정적임에도 해당 사건의 핵심 증인인 첼리스트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았고, 사건이 언제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등 육하원칙이 매우 모호하다.

김의겸 의원 스스로 협업했다고 밝힌 더탐사는 청담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보는 이에 따라서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술자리를 가졌더라'는 소문을 내는 것처럼 보이는 '탐문' 활동을 벌였다. 또 제보자와 증인의 사생활이 얽힌 일이자 당시 적대관계에 있는 둘인 만큼 증인에 대한 확인 작업은 꼭 필요했다.

사건의 경과에 따라 김앤장 변호사 30명을 포함하여 대통령과 장관 등이 청담동에 가지 않았음이 명확히 밝혀지고, 심지어 증인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거짓'이라고 여러 차례 확인했음에도 일부 유튜버들과 반지성주의에 물든 정치 고관여층 일부는 철석같이 믿으며 확대재생산을 하였다. 그리고 결과는 이 글의 모두에서 인용하였듯이 특정 정당(민주당) 지지층 69.6%는 사실이라 믿게 되었다.

소위 '윤석열 한동훈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 사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가짜 뉴스에 대해 그것이 가짜임을 밝히는 데는 열배 스무배의 노력이 따른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유익한 일에 쓰였을 시간과 정력이, 구독경제의 바람을 타고 이른바 '사이버 렉카'질을 일삼는 유튜버들에 의해 거짓 뉴스가 범람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소모되었다. 가짜 뉴스 생산자들은 연일 패악질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구독료'에 희희낙락하며 보내고 있다.

이래서는 공론장이 배겨날 수 없다. 여러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정책들이 생산되고 집행되어야 하는데, 가짜 뉴스가 적절한 통제 없이 유통되고 특정 집단이 부응하는 행태에서는 민주주의란 머릿수의 많고 적음만을 따지는 것으로 형해화하고 말 것이다.

비근하게 지난 정부에서 각종 권력형 비리와 대형 사모펀드 사기 사건에 대한 감사원과 검찰의 당연한 견제·감시 행위에 대해 '선출된 권력'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웃지 못할 충고를 대학교수의 입과 언론을 통해 접해야 했다.

기왕 제목과 관련한 한 가지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하겠다.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라임 사태의 주범이라면 지방에서 건설 시행을 하던 사업가, 코스닥 자본시장을 정점으로 무자본 인수합병 전력을 가진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던 자들이 주를 이뤘는데 그중 한 명의 이력이 남달랐다.

주범인 라임펀드 이 모 전 부사장으로 캐나다 최고학부를 졸업하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히는 등 업계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현재는 라임 사태와 관련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20년과 벌금 48억원, 추징금 18억1770여만원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왜 해외 최고학부를 나온 엘리트는 사채업자, 조폭 등등이 움직이는 세계에 발을 디뎠을까? 혹시 이런 것은 아닐까 싶다.

명석한 머리로 한국의 자본시장에 있어보니, 정당하고 투명한 방법보다는 편법과 처벌되지 않는 불법(한국 자본시장에서 범법자로 처벌받기는 대단히 힘든데, 그 힘든 일을 5번이나 저지른 전과 5범이 경제전문가 행세를 하며 언론을 지도·편달하는 곳이 대한민국이다)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따라서 사채업자 조직폭력배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그에게는 됐을 것이다.

정치나 경제 영역에서 악화가 양화를 내쫓고 지배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neoburi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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