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소녀의 ‘7’ 세리머니…프로야구 레전드 이만수·박철순 응답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에게 골 세리머니를 부탁하는 등 밝은 모습으로 완치 의지를 드러낸 백혈병 투병 소녀의 사연(경향신문 2022년 12월5일자 19면 등 보도)에 프로야구 레전드 ‘헐크’ 이만수와 ‘불사조’ 박철순이 응답했다.
경북 칠곡군은 지난 7일 삼성라이온즈 영구 결번 레전드 이만수 전 SK와이번스 감독(64)과 프로야구 최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박철순 전 두산 코치(66)가 왼손으로 숫자 ‘7’ 모양을 만드는 ‘포즈’를 취하는 소아암 아동 격려 챌린지를 시작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전 감독은 이번 챌린지 첫 번째 주자인 서선원 백혈병어린이재단 사무총장의 지명을 받아 참여하게 됐다. 다음 주자로 박 전 코치와 선동열·이승엽 전 선수를 지명했다.
챌린지는 손가락 ‘7자 포즈’ 사진을 촬영해 소아암 어린이를 응원하는 글과 함께 챌린지를 이어갈 두 명을 지명하고 SNS에 올리면 된다.
이 전 감독은 “인생에는 반드시 역경과 어려움이 찾아오지만 좌절하지 말라”며 “고난을 견디고 이겼을 때 자신도 모르게 더 강한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완쾌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믿고 치료에 전념해 하루빨리 가정과 학교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프로야구 22연승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허리 부상을 극복하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 ‘불사조’라는 별명을 가진 박 전 코치는 이 전 감독의 지명을 받자마자 챌린지를 이어갔다. 다음 주자로는 박찬호 선수를 지명했다.
그는 “4번의 허리디스크 부상과 아킬레스건 파열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힘든 상태였지만 극복했다”라며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재은이도 꼭 극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챌린지는 경북 칠곡군에 사는 김재은양(15)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연에서 비롯됐다. 김양은 지난해 12월3일 SNS에 당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 중이던 손흥민 선수에게 특별한 골 세리머니를 부탁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왼손 엄지와 검지로 숫자 ‘7’자 모양을 만들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긴 글을 썼다.
김양은 “뼈가 녹아내릴 것 같은 항암치료의 고통은 10대인 제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요”라면서 “손흥민 선수님이 골을 넣고 (손가락으로) 7을 그려주신다면 행운과 용기가 생길 것 같아요”라고 썼다.
손 선수의 ‘세리머니’는 한국 대표팀이 16강전에서 패배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김양이 바랐던 ‘세리머니’는 소아암 아동을 격려하는 ‘세리머니’로 변했다. 챌린지에는 한국 야구 레전드와 가수·배우·참전용사 등 유명 인사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차상위계층인 김양은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버지 김씨는 아이를 키우며 간병에 전념하다 보니 마땅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양의 사연이 알려지자 현재까지 약 4000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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