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현장에서] 조주완 사장 "LG전자, 체질 개선으로 고객경험 혁신"
"상반기까지 경기침체 영향 이어지다 하반기 반등 전망"
수평적 조직문화 도입 등으로 고객 중심 가치 발굴
[더팩트|라스베이거스=최문정 기자] "'이기는 성장'과 '성공하는 변화'로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3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LG전자의 미래 비전과 사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밝혔다.
이날 조 사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됐다"며 "다만 위기 상황에서도 기회는 늘 있어 왔으며, 기회는 결국 고객으로부터 나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위기를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퍼펙트 스톰이 예상되는 시기이지만 단기적 비용감축이 아니라 불황의 장기화에도 지속해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사업 체질을 개선해 경쟁력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며 "기존 사업은 사업 모델과 방식의 변화를 통해 한계를 돌파하고 신사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외부 역량을 결집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LG전자의 주요 시장 중 하나인 북미를 중심으로 소비심리 등 경기 지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조 사장은 "지난 5일(한국시간) 회사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이 공시된 것을 확인했다"며 "연간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두 자릿수까지도 제법 성장을 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시장의 예상처럼 전년 대비 조금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적인 측면에서 악재로 작용했던 물류비와 주요 부품 재고 등의 요소들이 올해 들어오면서 상당히 해소되고 있다"며 "올해 3분기부터는 숨을 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4분기부터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사실 지금 현재 경기 침체기의 끝이 언제일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상당히 많은 토론회나 컨퍼런스 등에 참여하며 올해 상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른 위기 때에도 그랬듯 가장 먼저 회복할 곳은 북미지역이 아닐까 한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CES 2023을 통해 고객에게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드웨어 중심이던 사업 영역을 플랫폼, 콘텐츠와 서비스,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확대해 나간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지난 2018년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첫 일정이 고객 경험이었고,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이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며 "LG전자는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고객 관점에 더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가전 역시 고객경험 플랫폼으로 보고 고객경험 개선을 진지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전자는 크로스 디바이스 경험(CDX) 등 연결을 굉장히 신경쓰고 있다"며 "스마트홈 플랫폼인 HCA, 매타(Matter) 등이 등장하며 연결은 계속될 것이며, LG전자는 고객경험을 강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TV의 경우 전 세계 1억8000만 대 이상의 LG 스마트 TV를 구동하는 독자적인 운영체제 '웹(web)OS'를 앞세운 콘텐츠·서비스 사업을 고도화해나간다. webOS 콘텐츠 사업의 지난해 매출이 2018년 대비 10배 가까이 성장한 만큼,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맞춤형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LG 피트니스(홈트레이닝), LG 아트랩(NFT 아트 플랫폼) 등의 콘텐츠·서비스는 이번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LG전자는 webOS 플랫폼의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2021년 초 미국의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알폰소를 안수했다. 지난해에는 영국과 그리스 법인이 추가됐다. 현재 LG전자 외에도 300개 이상의 TV 브랜드가 자사 스마트 TV 운영체제로 webOS를 선택했다.
조 사장은 "2018년 대비 지난해 (TV) 광고 콘텐츠가 10배 성장했다"며 "LG TV는 독자적인 자동 콘텐츠 추천(ACR)을 적용해 TV를 사람들의 TV 시청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다. 광고주들에게 LG전자의 TV가 광고판이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부터는 webOS는 △전원을 켜고 끌 때에 홈 화면 중심으로 UX·UI를 구성하는 퍼스트 스크린 △시청·사용이력 기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개인화 △다양한 디바이스간 심리스한 경험을 제공하도록 진화한다는 목표다.
스마트홈 플랫폼 LG씽큐(ThinQ) 또한 기기 간 단순 연동에 그치지 않고 고객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통해 고객 맞춤형 제품을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경험 여정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으로의 입지를 다진 전장 사업 역시 핵심 소프트웨어 강화와 미래 기술준비를 바탕으로 글로벌 1위 업계 수준을 확보할 예정이다. 특히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합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차세대 IVI 솔루션을 준비 중이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전기차 구동부품이 양산에 들어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등 올해부터 전장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사장은 "전장사업이 10년 만에 흑자전환을 했다"며 "사실상 고속도로 올라갔으니 엑셀만 밟을일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은 "아직 잠정실적만이 나와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지만, VS사업본부는 연간 기준 흑자를 기록할 것이고, 2~4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도 많이 성장해 10조 원 이상의 매출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본다"고 말했다.
이어 은 본부장은 "LG전자는 기존의 전장 사업자들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제작하는 방식이 익숙하다면, LG전자는 고객경험의 노하우가 있고 직접 주문을 받았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오는 2025년 정도께 20조 원 정도의 수주잔고를 확보해 자동차업계에서 의미있는 사업자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LG전자는 나아가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를 인수하고 경기도 평택 LG디지털파크 내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등 충전 솔루션 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 소프트웨어 영역인 관제와 하드웨어 영역인 충전기 개발과 생산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LG전자는 미래 핵심기술 준비에도 박차를 가한다. 특히 LG 노바(NOVA)는 북미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메타버스 등 미래기술 유망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며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LG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관점에서 미래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조 사장은 LG전자는 미래 지향적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미래 혁신기술 파이프라인 확보와 전사 소프트웨어 인재 경쟁력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인력은 정말 고민이 많다. 업계 자체가 몸살을 앓는 부분이다"라며 "바깥에 인재를 조달하는 방식과 더불어 '리스케일링'이라는 화두로 내부 하드웨어 엔지니어 중 소프트웨어에 도전하겠다는 이들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고객경험 확장의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기 위해 사내벤처 육성 시스템 사내독립법인(CIC), 외부 스타트업과의 협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등 다양한 방법 또한 활용한다. LG전자는 LG 틔운을 론칭한 스프라우트컴퍼니를 포함해 총 5개 CIC를 운영하고 있다.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고객 중심의 성과를 빠르게 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한다. F·U·N(최고의(First), 차별화된(Unique), 세상에 없던(New)) 경험에 기반하는 새로운 고객가치를 지속 창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출되는 고객에 대한 폭넓고 깊은 이해를 갖는다는 방침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 취임 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해 '리인벤트(REINVENT) LG전자'를 선포하는 한편, 수시로 직원들과 'CEO F.U.N 톡'을 통해 임직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조 사장은 취임 후 1년 만에 총 6번의 CEO F.U.N 톡을 열었다.
조 사장은 "LG전자 구성원들과 대화하며 꿈과 열망 등에 대한 것을 물어봤다. 당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답을 했는데 총 8개의 키워드가 나왔다"며 "이 키워드에 맞춰 11개의 행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법 LG전자 내부에서 시끌시끌하게 물결도 일어났고, 본부장들도 소통을 많이 하며 조직문화가 건강하게 만들어져 가는 과정에 있다"며 "소통의 성과로 직원들의 경영참여에 대한 의식이 형성됐다"며 "이러한 리인벤트 LG전자의 정신이 전 밸류체인에 묻어나서 변혁과 혁신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이끌고 싶은 것이 올해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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