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성과급 인상에 “영업시간 복원” 쓴소리 커져

금리 인상기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주요 은행들이 직원들에게 기본급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

벌어 들인 수익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이 마땅한 일이지만, 시장 일각에선 코로나19 대유행을 이유로 단축한 은행 영업시간 복원 논의조차 하지 않으면서 이자 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뉴스1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를 성과급으로 준다. 전년 대비 61%포인트(p) 오른 수준으로, 300%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61%는 우리사주(신한지주 주식)로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기본급의 280%인 성과급과 특별격려금 340만원을 줄 예정이다. 지난해 300%보다 비율은 줄었으나, 특별 격려금으로 직원 한 사람당 340만원을 지급하기로 해 실제 직원이 받는 금액은 더 늘었다. NH농협은행은 기본급의 4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지난해보다 50%p 올랐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올해 임단협을 진행 중이거나 곧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기본급의 300%를, 우리은행은 200%의 성과급을 각각 지급한 바 있다.

시중은행이 성과급을 늘린 데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저금리 기조 속 은행 대출이 급증했고, 금융당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이자수익이 크게 불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지배기업 지분 기준)은 약 11조2203억원이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약 9조517억원)보다 18% 늘어난 규모다. 5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2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지주 순이익은 신한금융 4조3154억원, KB금융 4조279억원, 하나금융 2조8494억원, 우리금융 2조6617억원, 농협금융 1조9717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주요 은행들이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로나19대유행 속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대응으로 단축한 은행 영업지점 운영 시간을 정상 복원해야 한다는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이 늘어난 대출을 바탕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두게 됐는데, 소비자 불편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지난 2020년부터 간헐적으로 영업시간을 당초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줄였다가 2021년 7월부터 전국 단위로 영업시간 1시간 단축 체제로 운영 중이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해 4월 해제됐지만, 은행권은 단축된 영업시간을 이어왔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5일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정상화하는 가운데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은행권에 대한 국민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며 “빨리 노사 간 협의가 이뤄져 영업시간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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