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서 유가족 가슴 치게 만든 장면들 [뉴스+]

조성민 2023. 1. 8. 10: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쟁으로 허비한 25일, 국조 기간 연장은 10일 뿐
‘사퇴 거부’ 이상민 “제 대응 부족 많아 마음 아파”
조수진, 유가족 쳐다보며 “(야당과) 같은 편이네”
참사 당일 ‘술 마실 권리’ 주장한 윤희근 경찰청장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정쟁’ 탓에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국회는 6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의 활동 기한을 열흘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국정조사 기간 45일 중 이미 절반 이상인 25일 허비했다며 이번 연장 기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국조특위는 애초 지난해 11월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45일 동안 활동하기로 했으나, 2023년도 예산안 처리 지연 탓에 작년 12월21일에야 첫 현장 조사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활동이 뒤로 밀렸다.

국조특위의 답답한 진행 속도도 문제지만, 출석한 관계기관과 국회의원들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발언과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고 이지한 배우의 부친)는 지난 5일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조특위 위원들을 향해 “진상규명과 관계가 없는 질의와 증인을 대변하는 발언으로 국정조사 파행으로 만들고 있다”며 “또한 증인들의 답변은 ‘몰랐다’ ‘알아보겠다’ ‘내가 대답할 수 있는게 아니다’라는 대답으로 유족들과 국민을 기만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오른쪽 아래)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 정회 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위)과의 대화를 시도하다 경위들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말실수’ 이상민 행안부 장관

계속되는 사퇴 압박에도 거부 의사를 밝힌 재난안전 주무부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실수’는 계속됐다.

이 장관은 6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금 와서 보면 저의 행동이나 대응이 부족했던 것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자리에 일어나 유가족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이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정부를 대표해서, 개인적인 자격을 포함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해, ‘참사’ 아닌 ‘사고’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려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장관은 “특별히 의식 없이 발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27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기관보고에서 참사 당시 사고를 안 지 8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었다” “그사이에 놀고 있었겠냐” 등 답변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 “조수진, 증오의 눈으로 노려봐”

국정조사에 출석한 유가족들은 친윤계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유가족들에게 모욕감을 줬다”며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종철 대표는 5일 조 의원을 지목해 “증오의 눈으로 유가족 노려보며 ‘같은 편이네 같은 편이야’라는 말로 유가족들에게 모욕감을 주기도 했다”며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몰고 국민을 편가르기하여 국론을 분열시키려 했다 공식적인 사과와 국조특위 위원직 사퇴를 요구한다”고 일갈했다.

앞서 지난해 12월27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1차 기관보고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신현영 민주당 의원 닥터카 탑승 논란’에만 질문을 반복하는데 반발했다. 특히 고 이지한 배우의 모친인 조미은씨가 조수진 의원에게 강하게 항의하자, 조수진 의원은 조미은씨가 있는 쪽을 쳐다본 뒤 “(야당 쪽과)같은 편이네 같은 편이야”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지난 4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유족들이 굉장히 격양됐다면 그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의원은 “그런데 (특위에서) 신현영 의원 건에 대해서 질의를 하니까 맞은편에 있던 유족분들이 이름을 부르고 일어섰다 앉았다 하고 막 격앙돼서 소리를 질렀고, 민주당 의원들도 같이 그랬다”고 반박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 “주말 저녁이면 음주할 수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당일 음주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술 마실 권리’를 주장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청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참사 당일 음주를 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질문에 “음주했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참사 당일 음주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명확하게 음주 사실을 자인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윤 청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29일 토요일을 맞아 지인들과 제천 월악산을 등산한 뒤 오후 11시께 인근 캠핑장 숙소에서 취침했다. 참사 발생 45분 뒤였는데도 이를 모르고 윤 청장이 취침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술에 취해서 자느라 참사 발생을 알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윤 청장은 음주 후 잠을 자는 바람에 오후 11시32분과 11시52분 경찰청 상황담당관의 참사 발생 보고를 놓쳤다. 그는 참사 이튿날 0시14분에야 상황담당관의 전화를 받고서야 발생을 처음으로 인지했다. 윤 청장은 자신의 음주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잘못이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할 수 있다. 그런 것까지 밝혀드려야 하나”라며 음주 여부를 추궁하는 조 의원의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휴일에 음주한 행위가 위법은 아니지만, 당일 서울에 각종 집회가 예고됐었고 핼러윈을 앞두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찰의 최고 책임자가 음주한 것은 무책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경찰관은 휴무일 또는 근무시간 외에 2시간 이내로 복귀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여행할 때는 소속 경찰기관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윤 청장은 ‘청장이 지방에 내려가면 비서실이나 상황 계통이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주말이었기 때문에 사실 사생활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주말을 포함해서 사생활에 대해 재정립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답했다.

윤 청장은 참사 당일 경찰청이 있는 서울을 떠나 관외로 출타한 사실을 경찰 내부 시스템에 별도로 입력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인정했다. 그는 “경찰청장의 관할은 서울이 아니라 전국이고, 참사 당일이 토요일 휴일이었기 때문에 관외 출타 사실을 시스템에 입력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