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선거제 개편' 여야 새해 화두로…'대립의 정치' 출구 찾을까

김선호 2023. 1. 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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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에서는 선거제 개편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행정부와 입법부 수장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란히 양당 독식을 막기 위한 선거법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논의에 탄력이 붙은 상황인데요.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는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여야의 복잡한 속내를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정치권의 새해 목표는 벌써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하면 당선될까에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게임의 룰', 제도가 중요하죠.

우리나라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한 선거구에서 한명만 뽑다보니 투표 과정이 복잡하지 않습니다.

다만 1등을 제외한 후보가 얻은 표는 말 그대로 죽은 표, 사표(死票)가 돼 대표성이 떨어집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인터뷰뿐 아니라, 앞서 대선 후보 시절에도 소선거구제 대안으로 '중·대 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해왔습니다.

<윤석열 /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지난해 2월 25일 중앙선관위 2차 토론회)> "저는 정치개혁에서 개헌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을 선거제도의 개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저 개인적으로는 중대선거구제를 오랫동안 제가 정치를 하기 전부터도 선호해왔습니다."

중대선거구는 당선자가 여럿이라 사표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완화할 대안으로도 여겨집니다.

<김진표 / 국회의장(지난 2일)> "호남에서도 보수 쪽 대표들이 몇 명은 당선되고, 거꾸로 대구 경북에서도 진보 쪽 정치인들이 당선이 되어야 협치가 되고…."

제3당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져 군소정당의 의회 진출을 촉진하고 갈등 지향적인 양당제의 폐단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다만 중대선거구제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먼저 후보별 득표율이 분산돼 대표성 시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지도 높은 정치인에 유리해 정치 신인의 진출을 제약하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데다, '팬덤'에 의존하는 정치인들이 늘어나 정치적 혐오 발언 현상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권력 나눠 먹기로 변질되는 등 양당 정치가 더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험지 출마를 준비하는 의원들은 반길 수 있지만, 지역구 기반이 탄탄한 의원으로서는 여러 명의 대표를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반가울 리는 없습니다.

여야가 선거제 개정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주호영 / 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 4일)> "워낙 오늘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을 모으는 것이 대단히 어렵겠구나."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지난 4일)> "다당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소선거구제 틀을 유지한 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절충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로 선거를 치르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정당 득표율을 의석수에 일치시키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절충안으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는 중대선거구뿐 아니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손질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도입된 이 제도는 전체 비례대표 47석 중 30석만 전국 정당 득표율과 연동하고, 절반의 의석수만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자를 배출하기 힘든 소수정당에 의석을 보장하는 취지입니다.

이 제도는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는데, 처리까지 극심한 진통을 겪었습니다.

<심재철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2019년 12월 27일)> "이게 날치기가 아니고 뭡니까? 이게 지금 날치기잖아요."

<문희상 / 국회의장(2019년 12월 27일> "재석 167인 중 찬성 156인, 반대 10인, 기권 1인으로서 김관영 의원이 발의하고 155인이 찬성한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에 대한 수정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항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거대 양당이 가져갈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 수가 이전보다 적어집니다.

이는 비례대표 당선자만 내는 위성정당, 꼼수정당이 나타난 배경이 됐습니다.

<한선교 / 미래한국당 대표(2020년 2월 5일)>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입니다. 바로 사람을 통해서 이 나라 대한민국을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이인영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2020년 2월 5일)> "정말 코미디 같은 정치 현실에 한마디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코미디 같다'고 비판했던 민주당.

예상 의석 수가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오자,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에 가세했습니다.

정의당은 거대 양당의 꼼수로 연동형 비례제가 훼손됐다고 맹비난했지만, 그 결과를 돌이킬 수는 없었습니다.

<강훈식 /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2020년 3월 13일)> "사상 최대의 투표참여가 이뤄졌으며 이 중 찬성 74.1%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음을 보고드립니다."

현재 김진표 국회의장은 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포함해 각 당이 다음달까지 대안을 내면, 이 안을 토대로 국회의원 전원 토의를 통해 절충안을 찾자고 제안한 상태입니다.

국회의원 200명 이상이 찬성하는 안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올해는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선거제 개혁을 차분히 논의하고 대안을 모색할 적기라 볼 수 있습니다.

규정상으로는 다음 총선 1년 전인 오는 4월 10일까지, 석달 내에 합의해야 합니다.

여야가 첨예한 이해관계를 딛고, 이번에 선거제 개정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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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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