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용훈 UNIST 총장 "제대로 된 연구중심대학 만들어야"

정종오 2023. 1. 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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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GUF 주목, 우리나라도 이젠 정책 수정필요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울산은 따뜻했다. 지난 4일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 인터뷰를 위해 오송역에서 SRT에 몸을 실었다. 세종시의 차가운 공기를 뒤로 하고 남으로 향하는 SRT는 조금씩 따뜻해져 왔다. 울산역(통도사)에 도착했을 때는 포근한 기운이 온 몸을 감쌌다.

UNIST는 국내 4대 과학기술원 중에서도 막내이다. 최근 여러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부·울·경의 ‘스탠퍼드’로 부상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용훈 총장은 인터뷰 중간 중간 “UNIST는 부·울·경 경제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한 지역의 대학이 굳건하게 버티고 성장할 때 주변 지역 경제도 같이 발전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특히 ‘연구중심 대학’에 대한 열정이 컸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 많은 대학이 ‘연구중심 대학’이라고 말하고는 있는데 현실적으로 그런 대학은 많지 않다”며 “기초과학이 튼튼히 서기 위해서는 ‘연구중심 대학’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훈 총장은 "진정한 연구중심 대학으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과학기술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사진=UNIST]

그는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독일은 GUF(General University Funds, 일반대학진흥금)을 통해 공립고등교육기관(주로 대학)의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연구개발 예산 분포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을 여전히 경제발전을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 총장은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의 한 수단일 수는 있겠는데 그 부분에 지나친 쏠림 현상이 생기면 기초과학은 물론 선도자(First Mover)가 될 수 없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독일의 GUF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UNIST는 올해 역량 강화를 위해 노벨상급 석학들을 중심으로 국제자문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상반기에 인적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여기에 국제영재학교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이 총장은 “과학기술원 부설의 국제영재학교가 만들어지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부산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국제영재학교만 있다. 이를 3개 과기원으로 더 확대하자는 것이다.

UNIST는 145개의 창업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경제 규모로 따지면 약 1조원에 이른다. 이 총장은 “여전히 울산에서 창업을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앞으로 울산 지역에서 창업해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지역 인재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로 직접 진출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UNIST는 지역에 대한 ‘역할과 책임(R&R)’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총장은 “UNIST의 R&R은 부·울·경 지역 경제 활성화”라며 “현재 반도체, 인공지능, 탄소중립 관련 대학원을 만들었고 조만간 의과학 분야(바이오메디컬) 대학원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첨단 과학 관련 대학원을 순차적으로 설립하면서 지역 관련 산업과 연계할 것”이라고 내세웠다.

◆다음은 이용훈 총장과 일문일답.

이용훈 총장은 지역과 상생하면서 UNIST 역할을 자리매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UNIST]

-정부가 이공계 외국 인재에 대해 영주권 부여에 대한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도입할 거라고 한다. 도움이 될까.

“도움이 된다.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정부 다양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나라는 외국 인재들이 석·박사를 취득하더라도 국적 등 여러 문제로 특정 회사 인턴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례가 많다. 앞으로 고등학생 교육부터 국제인재양성을 위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정치권에서 과학기술원에 국제영재학교를 더 설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UNIST를 비롯해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부설 영재학교를 만들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UNIST 창업기업이 벌써 145개에 이른다.

“(스탠퍼드대가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처럼 만들고 싶다. 울산은 바이오메디컬분야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심지어 투자자들이 울산 창업기업에 ‘투자를 할 테니 수도권으로 옮겨라’라는 전제조건을 달기까지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투자 펀드 활성화가 절실하다. 우리는 창업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것보다는 직접 외국으로 진출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 연구자(HCR)’ 명단에 UNIST 교수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클래리베이트에서 발표한 지난해 HCR 명단에 UNIST 교수 10명이 선정됐다. 2021년에는 7명으로 2위였는데 올해는 3명이 더 늘어나 국내 1위이다. 우리나라 전체 HCR 60명 중 10명이 UNIST 소속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지난해 새롭게 이름을 올린 교수 3명은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고 UNIST에서 연구하며 성장한 순수한 UNIST 연구 인력들이란 점에서 더 뿌듯하다.”

-총장 부임이후 중점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해야 할 일을 잘하는 대학’을 만들자고 선언했다. 과학기술원은 연구중심대학으로서 탁월한 연구와 혁신적 창업이라는 두 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도시와 국가의 미래 발전을 선도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취임 직후인 2020년부터 4개 전략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탄소중립, 바이오메디컬 등 4대 분야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분야별로 총 3개의 전문대학원을 차례대로 신설했고, 조만간 바이오메디컬 대학원도 설립할 계획이다. 각각 전문 연구센터도 개설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중심 대학’을 유독 강조하는데.

“UNIST는 ‘연구를 통해 교육하는’ 연구중심대학이다. ‘Learning by Doing(해봐야 배운다)’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뛰어난 인재들을 유치하고, 학생들이 학사과정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첨단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연구동아리를 결성하고 자유롭게 탐구하고 즐겁게 배우며 세계무대를 향해 도전한 결과, 각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에 진정한 ‘연구중심 대학’이 있느냐는 부분에 이르면 답답한 현실과 마주치지 않을 수 없다. 인건비를 벌기 위해 연구과제중심시스템(PBS)을 안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진정한 ‘연구중심 대학’은 말뿐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숙제이기는 하다.”

-올해 UNIST의 지향점이 궁금하다.

“2023년을 UNIST는 ‘세계 100대 대학’으로 도약하는 출발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 2027년까지 도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 100대 연구중심대학 진입은 곧 글로벌 ‘First Mover’가 된다는 것이다.

노벨상급 석학과 세계 최고 대학 총장 등으로 구성한 국제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이다. 세계 100대 대학과 직접 교류 확대를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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