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서 성공 못한 투기 억제책... 文은 극단으로 밀어붙여”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3. 1. 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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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부동산 정책 WHY&HOW’ 낸 손재영 건국대 교수 인터뷰-하
집값은 금리·소득 등에 좌우, 정부는 공급부족 막아야
정부, 고가 아닌 저소득층 주택에 집중해야
청년 주택난 해결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 필요
세금 단순화해 과세 기반 확충, 종부세 즉시 폐지해야
소득 높아지면서 고품질 주택 선호 자연스러운 현상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역대 정권의 주택정책은 투기억제를 근간으로 하는 박정희 패러다임과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전두환 패러다임 등 2가지 축이었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박정희 패러다임을 극한으로 밀어붙인 정책을 폈다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 주택시장의 경기변동을 중단기적으로 정부가 조정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해야 할 최대의 역할은 장기 계획하에 택지와 주택의 공급을 원활하게 해서 적어도 수급 불균형에 의한 가격 변동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최근 출판한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개정판과 ‘부동산 정책, WHY & HOW’(출판사 매일경제신문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국민의 주거수준을 끌어 올릴 정책을 제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99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각종 규제로 재건축이 지연됐다. 손재영 건국대 교수는 재건축을 통해 주택공급확대는 국민들의 주거수준을 높이는 수단인 만큼 정부가 가로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뉴스1

-주택정책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을 정책 목표로 삼아서는 달성하기도 어렵고 부작용이 너무 많다. 가격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이런 경기 변동에 정부가 큰 영향력을 미치기도 어렵다. 주택 정책의 목표는 국민들의 전반적인 주거수준 향상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거 복지 확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전략은 계층별 맞춤형 대책이어야 한다.

정부의 지원이 집중되어야 할 영역은 저소득층 주거안정이다. 저소득층도 안정적으로 인간적인 존엄을 누리면서 건강한 주거생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최대의 역할은 장기 계획하에 택지와 주택의 공급을 원활하게 해서 수급 불균형에 의한 가격 변동을 줄이는 것이다. 집값 자체는 금리, 소득, 수출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오르고 내리지만,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변동 폭을 키우는 것은 정부가 막아야 한다. 정부가 강남 등 고가 주택에 대한 가격 통제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2월 정년 퇴임하는 손재영 건국대 교수는 "부동산 정책 연구자로서 35년간 일관된 목소리로 ‘주택문제를 투기억제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을 했지만,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사진은 최근 건국대에서 열린 정년 퇴임 기념 강연회.

-집값이 폭등하면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이 무주택자, 특히 젊은 층의 절망이다. 집값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삼성전자의 적정 주가는 얼마인가? 설령 적정 주가가 있다고 해도 주가는 끊임없이 변동한다. 주택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할수록 좋고 생산자 입장에서 비쌀수록 좋다. 적정 가격이 아니라 수요 공급이 일치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주택가격이 오르는 것은 누구의 음모나 조작이 아니다. 여러 수요자들이 더 비싼 값을 낼 수 있고 내려 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 가격이 내리는 것은 그 반대이다.

다만 신규로 시장에 들어오는 젊은 층의 주거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그린벨트를 포함한 외곽 개발, 재개발, 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하고 젊은 층이 장기 대출로 집을 살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

-토지는 임대하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반값 아파트 정책도 있다. 서울시의 SH공사가 반값 아파트를 추진한다.

“몇 백 호 정도는 가능할 수 있지만, 모든 국민에게 산타클로스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또 국공유지를 싸게 임대하는 것은 소수를 위해 다수 국민들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일 수 있다. 시행사나 건설업체가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도 균형 있는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호황기에는 엄청난 수익을 얻지만 불황기에는 많은 회사들이 부도를 낸다. 부동산 개발은 위험이 많은 사업이기 때문에, 고위험 고수익은 어쩌면 당연하다. 토지가격에 건설 원가만 회수할 수 있도록 가격을 통제한다면 누가 리스크를 지고 주택사업을 하려고 하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으로 확대한 것은 문제가 많다. 극소수 당첨자에게만 로또의 행운을 줬을 뿐 주택공급의 확대를 가로막았다. 공영 개발 택지는 정부가 싸게 공급하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을 제 맘대로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민간 택지 내 아파트는 다르다.”

.-역대정부의 주택정책을 평가한다면?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주거수준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한국의 주택 정책은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주택정책은 두 가지 축이 있었다. 하나는 규제위주의 박정희 패러다임이다. 박정희 정부는 1960년대부터 투기적 가수요를 차단해 부동산 가격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을 폈다. 집값이 과열되면 각종 규제정책을 쏟아내고 국세청, 검찰, 건설부 합동 단속반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역대정부가 계승했고 문재인 정부가 극한으로 밀어 붙였다. 투기억제 대책은 역대 정부가 반복적으로 시행했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주택가격은 빠른 경제성장이든 풍부한 유동성이든 또는 수급불균형이든 가격을 올리는 배후의 동력이 건재하면 아무리 규제를 해도 결국 오른다.

또 다른 정책의 축은 ‘전두환 패러다임’이다. 공영개발 방식에 의한 주택의 대랑공급이다. 전두환 정부가 만든 택지개발촉진법이 수백만 국민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했다. 택재개발 촉진법에 의해 노태우 정부가 신도시 등 200만호 공급 정책을 성공할 수 있었다. 저렴하게 개발한 공공택지를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지어 저렴하게 분양해서 공공도, 건설사도, 분양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한 사람들도 모두 이익이었다. 다만, 공공 사업용 토지의 매수와 수용 과정에서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침해 논란은 불가피했다”

-부동산은 전 국민이 전문가이고 부동산 정책은 이념 논쟁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최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하다. 아마도 가장 기본이 되는 사실은 주택은 비싸고 짓는데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말했듯이 빵처럼 밤샘으로 공장에서 찍어 낼 수는 없다. 이점을 이해한다면 주택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주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수익을 얻도록 허용되어야 한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주택시장의 경기변동을 중단기적으로 정부가 조정할 수 없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가격이 오른다고 세제나 금융 수단을 동원해봐야 그 효과는 한정적이다. 그런데 정치권은 주택문제를 진영논리로만 본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를 악마화하한다. 정책을 가지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

-저금리로 집값이 치솟으면서 미국,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도 토지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도입됐다.

“파리, 런던 등 역사 깊은 외국 대도시들은 거의 주택건설이 불가능하고 그 때문에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역사 유물 보전 뿐 아니라 기존 주민의 삶의 질을 유지한다거나 자연을 보호한다는 등의 이유로 주택건설이 힘든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도 토지와 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는 주택 부족이 누적되면 대규모 신도시개발로 해결해 왔다. 그린벨트가 주택개발을 강력히 제한하는 규제이지만, 정부 주도로 일부를 찔끔찔끔 해제하기도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린벨트 규제 변경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 때 그린벨트를 지정한 이유 중 하나가 후손이 사용할 수 있는 토지를 비축하는 것이었다. 지금이 젊은이들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야 할 때라고 본다. 그린벨트는 도시기능을 갖출 수 있는 규모로 계획을 잘해서 개발해야 한다”

-집값이 급락하면서 지난 정권에서 집값이 오른 것이 공급부족 탓이 아니라 투기수요 때문이라는 주장이 다시 나온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의 공급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공급이 충분했다고 주장한다. 과잉 공급된 지방주택까지 포함해서 주택 전체 공급량만 놓고 공급이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주택은 자산이면서 소비재임을 명심해야 한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야 하는 이유이다.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공급 외에도 금리, 유동성, 인구구조, 경제상황, 국민소득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공급이외에는 손을 대기가 쉽지 않다. 집값이 오른다고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 올릴 수는 없다. 한국의 금리는 주택 가격이 아니라 물가, 경기, 미국의 금리에 좌우된다. 주택가격을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는 나라는 없다. 그렇게 하면 경기 침체 등 부작용이 너무 크다.

이번에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예상외로 단기에 그칠 수 도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입지의 신축 아파트는 충분히 있는 것 같지 않다. 경기가 좋아졌을 때, 사람들이 집을 적극 구매하려는데 신축 아파트가 없으면 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

-서울의 주택 공급이 무한대로 늘릴 수 없는 것 아닌가?

“빌라에서 반지하에서 행복하던 사람들이 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고품질의 주택을 원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망이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품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무엇이 나쁜가? 도시의 인프라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재건축 재개발을 허용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주택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고 정부의 역할이다. 재개발 재건축이 수요를 자극해서 가격을 폭등시키는 것이 문제라면 주택가격 침체기인 지금이 재건축 재개발을 본격화하기 좋은 시기이다.”

-3기 신도시 등으로 주택 과잉 공급 우려도 나온다

“물론 과잉공급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노태우 정부의 200만호 건설계획으로 주택이 과잉 공급돼 미분양이 급증했다. 미분양 덕분에 1990년대 내내 집값이 안정됐다. 주택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주택 공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분양이 너무 많으면 건설사, 금융기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현 정부는 270만호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너무 노력할 필요는 없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부동산 관련 세금이 문제이다. 정부도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세제로 가격을 잡겠다는 정책이 세금 체계를 왜곡시켰다. 다주택보유를 막으려는 편집증 환자가 만든 세제로 보일 정도로 부동산 세제가 누더기가 됐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됐다. 단순히 몇 개 조항을 고치는 정도로는 세금을 정상화할 수 없다. 가칭 부동산 조세 정상화 위원회를 만들어 종합적인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 세금 단순화를 통한 과세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종부세는 다른 보안조치 없이 즉시 폐지해야 한다. "

-2월 정년 퇴직을 한다. 부동산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무언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생각에서 당시 한국에 없던 도시경제학을 전공했다. 미국에서 공부한 후 국토연구원에 들어와 토지정책부에 소속돼 토지공개념 제도연구, 공시지가 비준표 작성 연구 등 정책연구를 했던 것이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파고 든 계기가 됐다.”

-부동산 전공 교수로서의 보람과 아쉬움이 있다면?

" 부동산 정책 연구자로서 35년간 일관된 목소리로 ‘주택문제를 투기억제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을 했지만,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 보람은 부동산을 전공한 많은 석박사를 배출했고 이들이 사회에서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제자들과 같이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보람이고 기쁨이었다. "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의 부동산 금융’ 개정판을 내는 작업을 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했던 몽골,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등의 주택 정책자문도 계속하겠다”

손재영 교수가 정년을 맞아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개정판과 '부동산 정책, WHY&HOW'를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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