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결산] ① 모빌리티, '더 똑똑하게'…메타버스, '더 현실에 가깝게'
냄새 맡고 느끼는 가상현실…로봇·디지털 헬스케어 생활 속으로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5일(현지시간)부터 4일간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을 관통한 두 핵심 키워드는 '모빌리티'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였다.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 등이 참가하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이번 CES의 자동차 관련 부스는 300여 곳에 달했다. 전체 전시관 규모도 작년보다 25% 더 넓어졌다.
전기차 시대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 자동차 업체들은 '똑똑한' 전기차를 내세우며 선발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인터넷 기술을 통칭하는 웹3와 함께 올해 CES의 키워드로 추가된 메타버스의 경우 한층 더 현실에 가까운 기술들이 대거 등장했다.
로봇은 자율주행 배송 등으로 일상 생활 속에 들어왔고, 디지털 헬스케어는 자가 진단이 가능한 실용적인 기술이 나왔다.
말하고 표정 짓고 즐긴다…'똑똑한' 모빌리티 경쟁
'똑똑한' 모빌리티 경쟁은 BMW가 불을 지폈다. '모터쇼'를 방불케 한 이번 CES에서 BMW는 슈퍼카 '키트'를 콘셉트로 한 차세대 전기차 '디'(Dee)를 공개했다.
'키트'는 국내에 '전격 Z작전'으로 소개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나이트 라이더'에 등장하는, 말하는 슈퍼카 그 자체다.
디 모델은 음성 언어로 운전자와 대화할 수 있고 전조등 등을 이용해 기쁨, 놀람 등의 표정도 짓는다. 특수 안료가 들어간 캡슐이 전기장의 영향으로 한쪽에 쏠리는 원리를 이용해서다. 차량 외관 색상도 32가지로 바꿀 수 있다.
올리버 칩세 BMW 회장은 디 모델을 통해 '인간 같은 자동차'를 추구한다며 '똑똑한' 전기차 개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완전자율주행에 박차를 가하는 테슬라와 현대차 등 앞선 전기차 주자들과의 차별화를 부각하며 이들 기업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소니가 혼다와 합작해 공개한 전기차 '아필라'는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소니는 자율주행에 더해 증강과 친밀감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아필라를 소니의 게임·영화·음악·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푸조가 선보인 전기차는 운전자와 승객이 접근할 때 각각 다른 메시지를 보내고, 운전자를 인식해 탑승자가 원하는 실내 설정을 해준다.
'똑똑한' 전기차 경쟁에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도 가세하고 있다.
아마존은 자체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인 알렉사(Alexa)를 아우디와 BMW, 도요타 자동차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행 중 디스플레이를 터치하지 않고 말로만으로 원하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구글도 자동차 디지털 키를 공유한 가족 등 지인이 다가오면 스스로 문을 열어주고, 주행 중 여러 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안드로이드 오토' 새 기능도 내놨다.
냄새 맡고 느끼고…메타버스, 현실에 더 가깝게
미국의 테크기업 'OVR 테크놀로지스'는 가상현실에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VR기기 '아이온 2'와 '아이온 3'을 선보였다. 아이온 2가 헤드셋 바로 아래 부착돼 액체 센서가 보이는 사물에 따라 각기 다른 향을 뿜어낸다.
실제 가상현실 속 꽃밭에서 장미 한 송이를 뽑아 코에 대면 장미 향을 느낄 수 있고, 심지어 장미 뿌리에 있는 흙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 기술은 그동안 대부분을 차지했던 헤드셋을 넘어 한층 진화했다. 가상현실을 시각만이 아닌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CES에서는 'OVR 테크놀로지스'처럼 냄새를 맡거나 혹은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등 '몰입도'를 높여 실제 현실과 맞닿게 하는 기술이 대거 등장했다.
일본 카메라업체 니콘은 가상현실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언리얼 라이드'를 선보였다. 바람과 각도 등을 현실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스페인 스타트업 OWO는 실제 옷과 유사한 두께를 가진 햅틱 조끼로 온몸이 가상현실을 느끼도록 현실감을 높였고, 국내 업체인 비햅틱스는 촉각을 내세운 가상현실(VR) 기기 '택트수트'와 '택트글러브'를 소개했다.
일본의 캐논은 4K 카메라 하나로 여러 개의 장면을 포착해 보내는 영상회의 솔루션 '앰로스'를 선보였다. 발표자 전신과 손동작, 화이트보드 등의 모습을 각각 의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가상현실에서도 이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CES를 주최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스티브 코닉 시장조사 담당 부회장은 앞서 올해 CES의 트렌드에 대해 "메타버스는 또 하나의 인터넷"이라면서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까이 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물인터넷(IoT)에서 차용한 'MoT'(Metaverse of Things) 개념을 소개하며, "MoT의 핵심은 가상화와 몰입"이라고 강조했다.
로봇은 생활형…디지털 헬스케어는 자가 진단형 진화
최근 수년간 큰 관심을 모았던 로봇은 이번 CES를 통해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가 그동안 로봇에 대한 주류 관심사였다면 이번 CES에서는 일상생활을 돕는 로봇들이 대거 등장했다.
미국 로봇 배송 업체 오토노미가 선보인 완전 자율주행의 배송 로봇이 그중 하나다. '오토봇 예티'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목적지를 설정하면 스스로 장애물을 피해 다니며 배송한다. 공공시설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일본 스타트업 아그리스트는 많은 잎에 둘러싸인 과일을 포착해 수확할 수 있는 로봇을 선보였다. 식물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체크해 데이터도 제공한다.
애완 고양이 로봇을 개발했던 일본의 유카이엔지니어링은 껴안고 있으면 사람의 호흡에 맞춰 마치 숨 쉬는 것처럼 느껴지는 '쿠션 로봇'을, 미국 스타트업 네오시스는 치과 의사를 보조해 이를 치료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기술은 자가 진단형으로 진화했다.
지난해에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능성을 열었다면 올해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해 많은 기술이 선보였다.
미국 덱스콤은 피를 뽑지 않고도 몸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신제품을, 스타트업 터치포인트는 부드러운 진동을 이용해 손목에 착용함으로써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밴드를 각각 선보였다.
프랑스 업체 위딩스는 변기에 달아 놓고 소변을 자동으로 검사해 앱을 통해 결과를 알려주는 제품을, 한국의 아이메디신은 뇌파를 활용해 뇌질환 등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헬멧 형태의 기기를 공개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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