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생각해야"…스포츠토토, 비상경영 2단계 돌입
기사내용 요약
STK, 지난달 27일 비상경영 2단계로 격상
공영화로 다음 입찰 못 해…42억원 적자 발생
公 "저가 입찰이 원인…형평성 논란 등 야기"
公 "법령안에서 수익구조 개선 방안 모색 중"
[서울=뉴시스]이명동 기자 =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체육복표) 사업 공영화를 앞두고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사업 수탁사업자인 스포츠토토코리아(STK)가 손실 규모를 키면서 지난달 비상경영 2단계 조치를 시행했다.
5일 STK 관계자에 따르면 STK는 지난해 9월 시작된 비상경영 1단계 조치가 지난달 27일에는 비상경영 2단계로 격상됐다. 사내 공고는 4일에 게시됐다.
STK가 비상경영 2단계에 돌입하면서 직원은 희망퇴직, 임금 삭감, 무급휴직 등을 생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직원 200여명 중 퇴사가 계속 이어져 지난해에만 18명, 사업 기간 2년 반 정도를 통틀어 47명이 퇴사했다.
STK가 비상 경영에 돌입한 이유는 인건비로 인한 영업손실 때문이다. 지난해에 만 약 18억원, 수탁사업 기간 절반 수준인 2년 반 만에 누적 손실이 42억원 발생했다. 적자 누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위수탁 계약조항의 '순운전자본 360억원'을 유지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시행했다.
송영웅 STK 대표이사는 지난해 8월30일에도 회사 내부망에 "9월부터 경영진(임원)의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 형식을 통해 삭감하는 비상경영 1단계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2021년 STK 사무직 인건비는 136억원이다. 수탁사업자인 STK가 입찰 당시 책정한 인건비 예산 99억원에서 37억원을 초과했다. STK 측은 해당 금액을 자체 조달해 충당했다.
STK 관계자는 적자 문제 해소를 위해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연간 비용지출 항목 현실화 ▲위탁운영 범위 외의 신규 과업 수행에 따른 보상 ▲위수탁 계약 조기 종료에 대한 검토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STK는 공단으로부터 국가 계약법 취지, 사업자 선정 시 참여한 업체들과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스포츠토토 사업은 성장했다. 지난해 스포츠토토 사업은 6조원 규모에 가깝게 커졌다. 이에 수익금 조성은 1조7000억원을 상회했다. 투표권 사업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주요 매출원이다.
올해 공단은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에서 매출 5조9385억원 달성과 체육진흥기금 약 1조8300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6조원의 매출을 올려 국민체육진흥기금 조성의 대다수를 충당하고 있음에도 정작 해당 위탁사업자는 매출의 0.006%에 불과한 수십억원의 인건비 마련이 어려워 재정난을 겪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스포츠토토 위탁 사업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예산과목 지급기준 때문이다. 돈이 남아도 모자란 곳에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2021년에는 STK의 선수단 운영비, 시스템 유지보수비 등 지출 항목에서는 공단 승인액보다 적은 비용이 들어가 자금이 남았다. 해당 비용은 정산항목이기 때문에 모두 공단으로 귀속됐다.
순수 위탁운영비 안에 포함된 시스템 유지·보수, 전용망 사용료, 마케팅 비용 등 정산 비용은 사용하고 남으면 기금으로 반납해야 한다. 인건비, 사업 운영비 등 비정산 항목으로 이월이 불가능하다.
이를 두고 STK 관계자는 "'정산 비용 반환'이라는 계약 조항으로 인해 남은 예산을 적자 보전에 활용하지 못하고 반환하게 되면서 경영난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국가사업을 위탁받은 민간 사업자가 적자 상황임에도 자신의 자본금과 경영상 절감한 비용을 지속적으로 기금에 납부해야하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한민국 체육 예산의 근간인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이 체육진흥기금 조성만을 목표로 하고 이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자본잠식이 되어 본 사업의 핵심인 다년간의 전문성을 가진 종사자들의 처우가 바닥이라면 공단과 문체부의 입장은 달라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2021년 12월 말 국회에서 공영화법이 통과하면서 진통은 커졌다. 이 법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00% 출자한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스포츠토토 사업을 운영하도록 했다.
공단은 올해 1월 스포츠토토 사업 관련 조직을 기존 1실 3팀 17명에서 2실 3팀 20명으로 확대·개편하면서 공영화 준비에 나섰다. 스포츠토토 사업과 무관한 스포츠단은 제외한 규모다.
공영화가 진행돼 수탁사업 종료 뒤 재입찰에 참여할 수 없으면 STK는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단은 지난해 11월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체육진흥투표권 위탁 운영체계 효율화 방안 수립'이라는 용역 입찰 공고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STK 관계자는 "이 연구용역 과업에는 수탁사업자인 스포츠토토 직원의 안정적 고용 승계와 처우 개선 검토는 포함돼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스포츠토토 사업의 지속가능한발전과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무엇보다 오랜 기간 사업에 종사한 직원들에 대한 고려가 최우선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TK는 지난해 9월3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STK 관계자는 민원을 통해 "투표권 사업 위수탁 계약 조건의 불합리성, 투표권 사업 파행을 막기 위한 공단의 협상 의지 부족 및 불합리한 계약에 따른 수탁사업자의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또 "지난달 8일 권익위가 수탁사업자 본사에 방문해 공단과 수탁사의 의견을 청취했다"면서 "올해 1월 중 관련 중재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예산 조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공단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상 조달청과 STK 사이 체결된 계약 내용을 수정하는 예산 조정은 신중해야 한다"며 "STK의 재정 문제는 입찰 당시 운영비 항목을 저가로 써낸 구조적인 한계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또 "입찰 조건에 명시된 정산 비용 항목에 손을 델 경우 경쟁 입찰자와의 형평성 논란 등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8월부터 STK와 사업발전협의체를 구성해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발매시스템 확대 허용 등 법령 테두리 안에서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 승계 문제를 두고는 "(지난해 11월 용역 입찰 공고는)법 개정에 따라 자회사에 위탁운영 했을 때 어떻게 하면 사업의 안정성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차원의 용역"이라며 "아직 구체화된 내용이 없어 현재로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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