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5시간 SNS…그녀의 뇌 건강상태는?

송형국 2023. 1.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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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알고리즘 인류, 1부 - 현실을 삼키다’ 中〉

언제부턴가 우리 손에 붙어있다시피 한 스마트폰.

<인터뷰>김미영(가명·음성변조)
"평일에는 (SNS를) 한 5시간 정도 하는 것 같고요. 주말에는 어디 안 가면 9시간까지 할 때도 있어요. 다른 할 일이 있을 때도 있는데 계속 미루고 ‘조금 있다 해야지, 조금 있다 해야지’ 이런 식으로 계속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저를 볼 때..."

평소 쾌활한 성격인 미영씨의 정신 건강은 어떤 상태일까.

문진 검사와 함께 전문의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녹취>
"(스마트폰을) 하루 정도 못 쓴다, 그러면 어떨 거 같아요?"
"계속 불안해서 딴 일에 집중 못할 거 같고..."

<인터뷰>나해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선 이 환자는 크게 우울이나 불안 같이 정신병리가 두드러지지는 않는 환자인데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경향이 꽤 높은 편이었거든요."

뇌파를 측정해봤습니다. 눈앞의 쾌락을 절제하거나 미래 계획을 세울 때 주로 기능하는 전두엽 부위가 유난히 파랗게 나타납니다.

<나해란> 나해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렇게 코를 기준으로 귀 앞에를 전두엽으로 보는데 전두엽 기능이 현격하게 좀 낮죠. 전두엽은 억제, 브레이크를 주는 기능을 하는데 이게 조금 낮아요. 이런 것들이 나도 모르게 한번 스마트폰에 빠져들면 거기서 못 헤어나올 확률이 남들보다 높죠."

"자기가 뭔가 좀 더 잘하고 싶거나, 혹은 대인관계에 조금 더 의존적인 이런 분들의 경우에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에 지배를 당하게 될 확률이 굉장히 높죠."

특별한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도 소셜미디어가 우리 뇌에 악영향을 주고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터뷰 중 미영 씨는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김미영(가명·음성변조)
"(친구들이) 다 취직하거나 타지로 다 나가고 뿔뿔이 흩어지다보니까 같이 소통할 수 있는 게 SNS밖에 없어요. 혼자 있을 시간밖에 없고. 자취를 하니까, 혼자 있다보니까 더 인스타그램에 의존하는 것 같아요. 친구들 만나는 시간보다 휴대폰 보는 시간이 더 많으니까."

서울에 집중된 일자리, 급증하는 1인가구, 그런 가운데 공동체는 찾아보기 어려운 도시의 자화상이 짧은 말 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개인의 의지와 다르게 변해가는 환경 속에서 소셜미디어 사용은 그저 각자 알아서 절제하면 되는 문제일까.

관련 분야 권위자를 찾았습니다.

<인터뷰>애나 램키/스탠퍼드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중독치료센터 소장
"인간은 수백만 년간 진화를 거치면서 서로 연결되어 소통하는 사회적 동물이고, 부족을 이루는 종입니다. 우리 뇌가 서로 연결되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즐거움을 담당하는 도파민을 내보내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 이어질 때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것이 소셜미디어가 근본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죠."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이걸 매우 쉽게 얻습니다. 도파민이 더 많이, 더 빨리 배출될수록 해당 물질이나 그 행동에 더 중독됩니다. 그렇게 중독의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우리 뇌를 바꾸게 됩니다."

"소셜미디어는 마약입니다. 술이나 담배도 그렇죠."

"50년, 100년 전에는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담배를 처방했습니다. 담배가 중독성을 갖는지를 몰랐거든요. 돌이켜보면 믿어지지 않죠. 의사들이 담배 광고에도 나왔어요."

<광고 멘트>
“더 많은 의사들이 카멜을 피웁니다!”

"이제서야 우리는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지?’하고 생각합니다. 50~100년 뒤에 스마트폰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하게 했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겠죠."

한때 당연했던 것. 지금 당연해보이는 것. 우리는 미래에 무엇을 깨닫게 될까.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녹취>중학교 1학년
"(SNS) 하루 몇 시간 정도 보시는 것 같아요?"
"5시간 정도... 너무 많이 봐가지고 부모님도 뭐라 하시고 나도 그만 봐야지 싶은데 계속 재밌으니까."

<녹취>중학교 2학년(모자이크)
"중독성이 너무 강해요. 한번 빠지면 나올 수가 없는? 왜 그랬지 후회스럽기도 해요."

<녹취>중학교 1학년(모자이크)
"인스타그램에 릴스 같은 거 있거든요. 그거 둘러보다보면 시간이 4시간 지나 있고 막. 여성의 탈의, 그런 게 굉장히 많이 나와가지고."
"보면 안 되는데 그냥 자동으로 뜨는 거죠?"
"그렇죠. 넘기면 뭔지 모르니까, 다음 영상이."

<녹취>고등학교 2학년(모자이크)
"처음에 잔인한 영상이라고 안 보여주거든요. 근데 밑에 버튼 누르면 그 잔인한 영상도 볼 수 있게 만들어놔서. 보통은 그런데 그런 거 보면 호기심이 생기니까..."

청소년들도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남들 다 갖고 있으니 나도 없으면 안 되는 스마트폰, 아이들은 손바닥 안에서 무얼 보고 있을까.

성인 남, 여 실험 참가자에게 소셜미디어 계정을 새로 만든 다음 청소년을 가장해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것들을 보도록 했습니다.

하루 1시간 이상, 일주일간 유튜브를 시청한 남성 참가자의 화면.

<인터뷰>전태익/실험 참가자
"남자 고등학생들이 어떤 걸 볼지 중점으로 운동, 게임, 그리고 아이돌 이런 느낌 정도가 계속 업데이트 됐던 것 같아요. 다른 거는 거의 안 나왔어요. 같은 종류의 영상들이 계속 뜨더라고요."

일주일간 지켜볼 필요도 없이 한두시간 만에 관심 분야 영상들로만 채워집니다.

"격투기를 만약에 좋아하는 고등학생이다, 그 친구가 이걸 본 다음에 ‘아 이제 잘까’ 하고 봤는데 이게 끝나고 나면 바로 이날 열렸던 다음 선수 경기가 이렇게 추천이 되고 그래요."

같은 방식으로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사용해본 여성 참가자의 화면.

상대적으로 자체 규제가 강한 유튜브에 비해 청소년이 봐서는 안 될 영상들이 쉴 새 없이 올라옵니다.

<인터뷰>윤로라/실험 참가자
"아예 벗고 찍는다거나 아예 그냥 몸이 다 노출되는, 사람을 쳐서 기절을 시킨다든가 주먹질을 해서 피가 계속 나는데도 계속 때린다거나. 이렇게까지 나올 수가 있나 싶더라고요. 이걸 학생들이 보게 놔둬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심각한 문제는 그저 보기만 하는 단계를 간단하게 넘어설 수 있다는 겁니다.

"알몸 상태로 찍는 여성분들도 많더라고요. 특히 10대 학생들이 많이 그렇게 찍더라고요. 보시면 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찍는 영상도 되게 많이 나와요. 제가 10대였었으면 아무래도 그렇게 좀 따라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쥐어준 걸까.

전문 방송장비 부럽지 않은 고화질 카메라, 간편한 보정과 편집 도구, 터치 한 번이면 업로드되는 초고속 통신망, 그리고 이걸 온 세상이 볼 수 있는 알고리즘.

우리가 혁신이라 불렀던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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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국 기자 (spianat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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