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실리콘밸리에서 진짜 배워야 하는 것
한국은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해 선진국의 문턱에 섰다. 한국 스타트업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비슷한 모습이 보인다. 빅뱅엔젤스가 설립된 2012년에는 없었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2022년 20여 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향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미국과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크하는 것만이 답일까.
전세계 수많은 인재와 기술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고 싶어한다. 미국과 실리콘밸리가 전세계 스타트업의 성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세가지다. △첫째 훌륭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 △둘째 전세계 50%를 차지하는 시장규모 △셋째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수많은 기업 등이다. 이런 면에서 미국과 실리콘밸리는 비교 불가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 도전하는 게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어 최선의 성장 전략일까. 상상력이 필요하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한국은 어떨까. 우리 스스로의 평가가 아니라 타인이 인정하는 한국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생각해보자.
인재 관점에서 한국은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 비해 영어가 가능한 우수 인재가 많다. 이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특성상 자연스러운 결과다. 또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4번째로 연구개발(R&D) 투자가 활발하다. 매년 국가가 70조원을 투자한다. R&D 투자는 결과적으로 고급 인재를 만들어낸다.
시장 관점에서 아시아 국가 중 한국만큼 제조업, 반도체, 자동차, 영화, 음악 등 산업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가진 나라가 별로 없다. 중국, 일본에 비해 산업별 시장의 크기가 작지만, 다양한 산업들이 서로 선순환하며 발전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이는 자연스럽게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만들어낸다. 삼성, LG 등 1세대 기업들에 이어 네이버, 카카오가 등장했고 최근엔 다양한 영역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쿠팡이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목하게 됐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한국 대기업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을 만나고 싶어하는 니즈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동남아 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까지 확대되고 있다. 빈 살만의 한국 방문은 단지 하나의 반증일 뿐이다.
한국 스타트업은 중국, 일본과 비교해 개방성 측면에서도 훨씬 우호적이다. 성장 단계의 초기 스타트업조차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이다. 또한 패션, 뷰티 등 글로벌 대기업의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M&A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 시장이 그만큼 그들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스타트업 업계도 약점은 있다. 기초과학 및 원천기술 개발에 인색하고, 시장 규모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스위스, 이스라엘 등 시장 규모는 작고 다양한 원천 기술이 많은 국가는 한국과 협력을 원하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은 아시아에서 빠르게 시장 검증이 가능하고 그들에게 없는 제조업 인프라가 훌륭하며 영어가 제일 잘 통하는 나라이다.
전세계는 향후 미국, 중국 등 주요 강대국간 갈등으로 인해 블록 경제화가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식재산권(IP)과 소프트웨어는 국가 간의 경계를 넘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은 미국이 갖지 못한 장점을 알고 우리만의 전략적 위치를 찾아야 한다.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로 믿을 만한 제조 인프라와 전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기업과 영어가 가능한 인재가 있는 한국은 글로벌 투자자의 시각에서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도 글로벌 진출뿐만 아니라 글로벌 허브로서 고민이 필요하다. 전세계 인재가 스타트업을 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실리콘밸리에서 배워야 하는 진짜일 것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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