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초대 거절 왜 안되나요?"…4800만 카톡의 딜레마 [사이다IT]

최은수 기자 2023. 1. 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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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전국민 90% 이상이 쓰는 진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친구와 대화하듯' 지인 연결 서비스 장점 내세워 초고속 성장했지만...
관심사 기반 비지인 서비스, 메신저 시장 트렌드로
전국민 메신저 걸맞는 사회적 책임 '양날의 검'으로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26일 통합법인 '다음카카오' 출범을 선언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한남동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관계자가 다음 로고 앞에서 카카오톡 로고를 들어보이는 모습. 2014.05.2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4763만7000명. 지난해 3분기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입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해 83만명이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수가 5155만8034명인 것을 감안하면, 전국민의 92.3%가 쓰는 것입니다.

카카오톡이 ‘전국민 메신저’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그 덕에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플랫폼으로 무기로 삼아 10년도 되지 않아 굴지의 대기업으로 고속 성장했습니다. 카카오톡은 이제 메신저 뿐만 아니라 주민등록증을 대체해주고, 오프라인 결제 수단도 됩니다. 카카오톡 안에서 쇼핑도 할 수 있고, 영상이나 뉴스도 볼 수 있는 종합 플랫폼이 됐습니다.

전국민이 쓰는 메신저인만큼 기능 개선 요구도 끊이지 않습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편의성 개선과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기 위한 업데이트를 꾸준히 하고 있음에도 말이죠. 그렇다고 또 바꾸면 바꾼 대로 이용자 불만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실제 지난달 카카오톡 팀채팅에 도입된 '몰래 나가기’ 기능을 일반 단체채팅(단톡)방에도 도입해달라는 이용자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는 내용이 본지에 보도되자 470개가 넘는 기사 댓글이 달리며 카카오톡을 향한 다양한 추가 개선 요구가 빗발쳤는데요.

댓글에는 “초대 전에 수락 기능 있었으면 좋겠다”, “프로필 사진 바꾸면 바뀌었다고 띄우는 것 없애 달라. 바꿨다고 창피를 주는 인간들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다”, “거의 반강제로 단톡방에 입장해서 퇴장할려니 눈치가 많이 보인다”, "방장이 강제 퇴장시킬 수 있는 기능이 절실하다" 등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특히 단체 채팅방 초대를 거절할 수 있는 기능과, 참가자 모르게 나갈 수 있는 ‘몰래 나가기’ 기능에 대한 요구가 가장 많았습니다. 한 번 들어온 채팅방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고 해서 '카톡 감옥'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각가지 이용자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겠지만, 이용자들이 오랫동안 입을 모아 요구하는 기능들이 있음에도 카카오가 아직까지 서비스에 반영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쟁 앱인 라인의 경우에는 초대장을 발송하고 이를 받아들이면 단체 채팅방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IT 대기업 카카오가 기술력이 부족한 걸까요?

카카오는 스마트폰 초기 시절 오프라인 지인을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에서 연결해준다는 철학을 살려 성장한 메신저입니다. 내 연락처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아이디로 인식하고 자동으로 친구목록에 넣어주죠.

서비스 초기 2011년 유료 문자 메시지 없이도 전화번호만 안다면 무료로 지인들끼리 채팅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톡은 획기적인 메신저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많은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문자 서비스를 대체하는 대세 메신저로 거듭났습니다. 주변 지인들이 사용하니 너도나도 깔게 됐었죠.

이후 많은 IT기업들이 스마트폰 메신저를 출시하며 카카오톡 아성에 도전했지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변방으로 밀렸습니다. 카카오톡이 단체 채팅, 선물하기 기능, 사진 및 동영상 파일 전송 등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주도권을 이어나갔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단순히 사람뿐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연결하고 소통한다”는 것을 카카오톡 철학으로 내세우기도 했죠.

출시된 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카카오톡에 견줄만 만한 메신저는 보이지 않네요. PC 시절 버디버디, 네이트온, 싸이월드 등을 거쳐 모바일에서 라인,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수많은 서비스가 뜨고 지는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독주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카카오톡이 매력적이고 편하다는 것이겠죠. 오랜 시간 우리 주변 지인들이 다 쓰는 메신저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제 떠나고 싶어도 떠나기가 쉽지 않게 됐습니다.

친구와 가족을 비롯해 회사, 교회, 회사 등 각종 단체생활에서 카카오톡이 창구가 되고 있으니까요. 국민MC ‘유재석’이 카카오톡을 일체 쓰지 않는다는 점이 화제가 되는 이유입니다.

이렇듯 카카오톡이 철저히 오프라인 지인 연결이라는 철학을 모토로 한다는 것은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이 철학에 반하는 기능 개선이 망설여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내뱉은 말을 다시 담을 수 없고(메시지 삭제 기능), 지인들과 모임 도중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이(단톡방 몰래 나가기) 불가능한 것 처럼요.

그런데 카카오가 언제까지 이 철학을 고집할 수 있을까요? 요즘 Z세대들은 지인이 아니더라도 관심사가 같다며 온라인으로 활발히 소통하는 것을 즐긴다고 합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앱으로 별도 출시하겠다고 밝히고, "카카오톡을 관심사 기반의 '비지인' 연결 서비스로 확장시키겠다"는 발표를 한 것도 이런 트렌드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한편 카카오톡 프로필에 '공감 스티커'를 추가하고, 숏폼 도입을 검토하며 가벼운 상호작용 기능도 강화하는 등 리브랜딩을 위한 여러 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카카오의 노력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메신저 시장에서 트렌드 변화에 발 맞추지 않으면 카카오톡의 이용자가 이탈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숏폼 플랫폼 틱톡이 부상하고 페이스북은 빠르게 몰락하는 것도 지켜봤을 것이고요. 게다가 요즘 Z세대들은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쓰는 카카오톡을 떠나 페이스북 메신저나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주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톡을 향한 사회적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한 번 깨진 브랜드 신뢰도 제고는 쉽지 않다는 점도 사기업으로서 풀기 어려운 숙제일 것입니다.

카카오톡 메시지가 몇 분이라도 보내지지 않으면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합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장시간 카카오톡 장애 사태는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놨고요. 국회는 카카오톡 먹통 방지법까지 통과시켰습니다.

무료 서비스여서 보상 전례가 없지만, 카카오가 '전국민 메신저' 사업자라는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고심 끝에 내놓은 피해보상도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무료 이모티콘 보상, 톡서랍 플러스 이용권 등은 마케팅, 꼼수 논란에 휩싸이며 '주고도 욕을 먹는' 형국입니다. 카카오톡의 사회적 위치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오프라인 지인 연결을 무기로 얻은 '전국민 메신저'라는 타이틀은 결국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걸까요. 카카오가 사회적 책임 요구를 지혜롭게 풀어 왕관의 무게를 잘 견뎌내고, 카카오톡 대변신도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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