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KT 부사장 “불황기엔 비관도 낙관도 아닌, 최악에 대비하는 태도를”[박주연의 메타뷰]

박주연 기자 2023. 1. 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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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현인’에게 듣다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이 지난 1월 3일 서울 송파구 잠실로 KT 송파빌딩 14층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주간경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부사장·58)은 매 주말 중 하루는 ‘아점’을 먹고 동네 카페에 간다. 경험에 기반한 자신의 생각에 책에서 얻은 지혜를 더해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 위해서다. 주로 일과 삶, 경영과 리더십에 관한 내용이다. 그는 주제마다 번호를 매겨 간결한 문장으로 핵심을 요약한다. 십수년 전부터 생긴 습관으로, 그에게는 일상의 업무에서 벗어난 달콤한 휴식시간이다. 오후 4시까지 카페에 앉아 그렇게 자기만의 시간을 보낸다.

신 부문장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3만2000명에 달한다. 올린 글마다 ‘좋아요’가 수천 개씩 달리고, 댓글과 공유도 수백 회씩 이뤄진다. ‘페이스북의 현인’이라는 애칭이 붙었을 만큼 그가 올리는 글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는 이가 많다. 이렇게 쌓인 글을 모아 2021년 6월 출간한 <일의 격>(턴어라운드)은 10만부 가까이 판매됐다. 2022년 9월에는 그가 페이스북으로 이동하기 전 트위터에 기록한 짧은 글을 모은 <통찰의 시간>(알투스)을 펴냈다.

그는 어쩌다 ‘페이스북의 현인’이 됐을까. 2023년 새해를 시작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그는 어떤 조언을 할까. 지난 1월 3일 서울 송파구 KT송파빌딩 14층 사무실에서 신 부문장을 인터뷰했다.

주말 중 하루는 글 쓰는 휴식시간 가져
벤처·외국계·대기업 등 다양한 경험에
책 통한 근거 더해 ‘보편적 교훈’ 제시

-페이스북 반응이 뜨거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글을 제가 꾸준히 올리고, 다양한 커리어를 갖고 있고, 책을 통해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일 거예요. 저는 저까지 직원 세 명으로 시작한 벤처기업과 50~800명의 중소 규모 회사, 외국인 회사, 그리고 삼성, SK, KT라는 글로벌 대기업을 두루 경험했어요. 대한민국의 웬만한 직장인들과 소통이 가능한 거죠. 페이스북에는 이런 제 경험에서 터득한 이야기에 책에서 읽은 연구 결과 등을 접목시켜 근거 있는 보편적 교훈을 제시하고 있어요.”

-독서를 원래 좋아했습니까.

“어려서부터 좋아했어요. 잘 사는 친구집의 문학전집은 제가 다 읽었죠.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주로 문학을 읽었어요. 하지만 40대부터는 경영, 자기개발, 심리, 경제 등 실용서적만 봤어요. 젊은 나이에 간부가 되면서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마흔다섯 살에 기업의 CEO가 됐어요. 직후 2년간 읽은 책만 해도 100권이 넘어요.”

-책값 지출도 컸겠군요.

“몇년 전까지는 매년 수백만원씩 지출했죠. 보통 일주일에 두 권은 읽으니까요. 지금은 책값이 별로 안 나가요. 밀리의 서재, 예스24, 리디북스의 무제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월회비를 내고 이용하거든요. 또 요즘은 출판사에서 읽어보라며 보내오는 책도 많아요. 저는 책을 읽을 때 처음에는 속독으로 끝까지 단숨에 읽어요. 그런 다음 정말 좋은 책이면 처음부터 다시 정독해요.”

신 부문장은 서울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1990년 휴렛팩커드(HP)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대로 돌아가 박사 학위를 딴 후 1998년 삼성SDS에서 시니어 컨설턴트로 일했다. 박사과정을 밟을 때 야간 전문대학원에서 경영학도 공부했다. 1999년 직장 선배와 벤처를 창업했다. 2002년 SK의 벤처회사였던 SK인포섹(현 SK shieldus) 컨설팅 본부장으로 입사해 6위 사업을 1위로 발돋움시켰다. SK인포섹에선 사업총괄(COO) 전무를 거쳐 2010년 CEO까지 역임했다. 매출 400억원, 이익 12억원 기업을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에 이익 100억원의 업계 1위 기업으로 만들었다. 2014년 KT로 옮겨 그룹 CIO 부사장을 거쳐 2020년부터 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을 맡고 있다. 연 4조원 이상 매출의 KT B2B사업의 총괄자다.

IT회사 CEO 시절 한 후배의 충고로
트위터에 배움과 통찰 기록 시작
페이스북으로 옮겨 지속적 글쓰기

-SNS에는 언제부터 글을 썼습니까.

“2010년 IT회사(SK인포섹) CEO로 있을 때 한 후배가 찾아와 ‘IT 경영자라면 트위터를 해야 한다’고 권했어요. 그 말이 계기가 돼 나의 배움이나 독후감, 경험과 앞선 분들의 통찰을 정리한 글을 주말마다 한두 문장씩 트위터에 기록했어요. 4년간 꾸준히 올리자 국내 트위터상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윗 중 하나로 선정되고 팔로잉하는 팔로워도 2만명에 달했어요. 하지만 트위터에 정치 글이 너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그게 싫어 2013년 하반기에 좀더 길게 글을 쓸 수 있는 페이스북으로 옮겨갔어요. 그렇게 매 주말 쓴 글이 1000개 이상 쌓인 거예요.”

-글은 노트북에 쓰나요.

“스마트폰으로 써요. 글 쓰는 것은 30분이면 돼요. 몇 가지 쓰고 싶은 키워드를 생각해 평소 한두 줄씩 메모해놔요. 독서를 할 때도 저만의 방법이 있어요. 제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듀얼폰이에요. 저는 거의 e북으로 독서를 하는데, 듀얼폰 한쪽 창에는 e북, 다른 창에는 제 블로그를 열어놔요. 독서하면서 동시에 핵심 내용을 블로그 비공개 방에 짤막짤막하게 요약해두는 거죠. 그러고는 매 주말 페이스북에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제 블로그를 검색해 관련 내용을 연결해 쓰는 거예요.”

- 글쓰기의 목적은 뭔가요.

“제가 드라마와 영화, 독서를 되게 좋아해요. 그런데 기억력이 안 좋아요. 보고 나서 잊으니 축적이 안 됐어요. 그래서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종이노트에 기록하다가 블로그에 썼어요. 그러다 트위터에 이어 페이스북을 이용하게 된 거예요. 일종의 ‘축적 후 발산’인 셈인데, 하다 보니 나의 기록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경험한 자가 남기는 기록이니까요. 특히 가장 많이 연락해 오는 분들이 벤처회사의 젊은 CEO들이에요.”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이분들 대다수가 직장생활을 안 해보고 갑자기 회사 대표가 돼요. 어떻게 회사를 이끌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경영해야 하는지 잘 몰라요. 그런데 자존심은 강해 누구에게 배우려 하지도 않아요. 대기업 임원들은 꼰대 같은 말만 한다고 여기고요. 그런 분들이 제 글을 읽고 배움을 얻는 거죠. 직장인들도 비슷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이직, 승진, 갈등, 리더십 등 여러 문제를 겪고 있지만 배움의 통로가 많지 않아요. 관련 서적은 부지기수지만 책은 가공된 백미와 같아요. 거친 이야기는 없고 좋은 말만 쓰여 있죠. 성공한 사람이 쓴 책들은 사후 편향적이고요.”

-사후 편향적이란 게 어떤 의미인가요.

“성공을 초점에 두고 과거의 경험을 윤색한다는 거죠. 자칫 개인적 성공 사례를 일반화할 우려도 있어요. 예를 들면 새벽에 일어나야 성공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그걸 성공 방정식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책 <규칙 없음>을 보면 직원들을 통제하지 않고 무제한 자유를 주는 넷플릭스 문화가 나와요. 그런데 그것은 넷플릭스니까 가능한 거예요. 전 세계 똑똑한 사람들만 모였으니까요. 많은 벤처 CEO들이 그걸 따라하다가는 회사가 망가지죠(웃음).”

-최근 특히 흥미롭게 읽은 책은 뭔가요.

“<큇>(QUIT·그만두다)이에요. 제가 관심을 갖고 있던 주제거든요. 핵심은 우리가 인내심에 대한 미신이 있다는 거예요. 뭐든지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달성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고, 그것이 마치 굉장히 좋은 삶의 태도라고 생각하잖아요. 이 책의 저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실제 많은 그런 사례가 있지만, 자기와 맞지 않는 것들은 빨래 끝내는, 즉 포기를 과감하게 빨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것은 지금의 비즈니스, 특히 스타트업이나 플랫폼 회사에서도 중요한 방식이에요.”

-어째서요.

“과거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기간이 굉장히 길었죠. 지금은 미래가 되게 불확실해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요. 이런 상황에서 철저한 계획은 별로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구글이나 미국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계획을 오래 세우지 않아요. 대신 가설을 세우고 작은 실험들을 계속하죠. 만약 반응이 가설과 다르게 나오면 재빨리 그만두고 다른 실험을 해요. 그래서 과거엔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이런 말을 많이 썼지만, 지금은 ‘속도의 경제’라는 표현을 쓰는 거예요. 제조업이나 대기업은 따라가기 힘든 방식이죠.”

신수정 부문장은 2010년부터 4년간 트위터에, 2013년 6월부터는 페이스북에 일과 삶, 경영과 리더십에 관한 글을 써왔다. 자신의 배움과 경험, 통찰을 방대한 독서에 기반해 요약해 왔다. / 김창길 기자

그에게 “경험칙상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더냐”고 물었다. 그는 “조직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있다”고 답했다.

-어떤 특징인가요.

“첫 번째는 오너십이 강해요. 말단 직원일 때부터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죠. 저도 그랬어요. 첫 직장을 제외하곤 젊은 시절에도 내가 속한 조직의 사장은 나라는 마음으로 일했어요. 두 번째는 프로액티브해요. 뭔가 먼저 제안하려 하고, 돌파하려 하죠. 세 번째는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베트남전 영웅 이름에서 따온 스톡데일 패러독스예요. 미래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현재의 리스크를 하나하나 잘 챙기는 특성이 있어요.”

-‘조용한 사직’(해야 할 일만 한다. 필요 이상으로는 일하지 않는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는다)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유행어였어요. 이런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자기 철학이 뭐냐에 달린 것 같아요. 회사에서 승진하지 않아도 삶의 가치가 가족과 평온하고 자유로운 삶에 방점이 찍혀 있다면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철학도 없이 회사에서 고위직까지 승진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행동해선 뜻을 이룰 수 없겠죠.”

<일의 격> 독자들 ‘축적 후 발산’ 공감
살면서 한동안은 노력-성과 비례 안 해
하지만 언젠가 준비된 사람이 기회 잡아

신 부문장은 업무와 업무 외 활동 시간을 엄격히 준수한다. 강연 요청이 쇄도해도 여간해선 하지 않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회사일을 주말까지 가져가지 않는다. 그는 “경영자가 되고부터 주말에는 스위치를 끄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하루는 여유를 남겨둬야 한다”고 말한다.

-2021년과 2022년 <일의 격>과 <통찰의 시간>을 연달아 냈는데 독자들이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뭔가요.

“<일의 격>에서는 ‘축적 후 발산’에 대한 내용을 가장 많이 말씀하세요. 우리 삶의 대부분은 노력과 성과가 한동안은 비례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나빠지죠. 하지만 어느 순간을 지나면 급속도로 성과가 상승해요. 미란다 커, 카라얀, 플라시도 도밍고는 모두 주역들의 갑작스러운 펑크로 대역을 맡았다가 성공한 사람들이에요. 공통적으로 이들은 무대 한켠의 보조, 조연, 무명시절에도 실력을 닦고 있었죠. 이들이 이름 없이 묵묵히 노력했던 시간이 축적의 시간이에요. 만약 쌓아놓은 축적이 없었다면 기회가 왔을 때 발산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스타도 되지 못했겠죠.”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뭔가요.

“커리어와 리더십 두 가지 질문이 가장 많아요. 젊은 친구들은 대부분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냐고 묻죠.”

-뭐라고 답합니까.

“계획을 심각하게 세울 필요는 없다고 말해요. 존 크럼볼츠 교수는 수많은 비즈니스맨의 진로를 조사했어요. 그 결과 성공한 사람 중 계획에 따라 성공한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우연히 발생한 일이나 예기치 않게 만난 사람을 통해 성공을 이뤘어요. 저도 그랬어요. 창업 계획이 전혀 없었는데 상사가 같이하자고 설득해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어요. 이직 고민을 할 때도, 조직에 대한 열정이 약간 식었을 때도 누군가 나타나면서 직장을 옮겼죠. 그렇다고 자신의 미래를 모두 우연에 맡기라는 얘기는 전혀 아니에요.”

-그러면요.

“크럼볼츠 교수는 ‘계획된 우연’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그는 성공에 있어 행운의 요소가 크지만, 행운은 그냥 오는 게 아니라고 했어요. 행운을 부르는 다섯 가지 요소가 있다는 거죠. ‘호기심, 낙관성, 끈기, 융통성, 위험 감수’예요. 이런 태도를 가진 자만이 행운을 낚고 불운을 극복할 확률이 높다는 거예요.”

<통찰의 시간>에서 좋아하는 글은 555번
삶은 선물이지 성취 위한 분투 아니란 것

-<통찰의 시간>은 통찰, 배움, 행동, 성공, 리딩, 행복이라는 여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555개의 짧은 글이 실려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글은 뭔가요.

“555번 글인, ‘삶은 Gain이 아니라 Gift다’예요. 삶은 그 자체로 선물이지, 성취하기 위해 분투하는 게 삶이 아니에요. 이 글에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문장을 써놨어요. ‘내일 죽는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게 살라. 동시에 내일 죽지 않는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게 살라’예요. 자신이 내일 죽을 것임을 인식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동시에,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처럼 원대한 목표를 가지면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예요.”

-새내기 직장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빵을 굽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남과 다르게 빵을 굽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한 성공한 빵집 사장님의 말씀을 들려주고 싶어요. 많은 신입사원이 부서를 배치받고 업무를 시작할 때 되게 당황해해요. 자신의 생각과 달리 하찮아 보이는 일이 맡겨지니까요. 10%는 그 이유로 그만두죠. 하지만 그런 일이라도 남들과 다르게 하는 방법들을 찾아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러면 그것 자체가 엄청난 자산이 되면서 성장이 이뤄지죠. 그리고 또 하나, 젊을 때 호기심을 갖고 이것저것 도전해보라는 얘기도 하고 싶어요.”

-기업문화가 많이 바뀌었어요. 상사와 부하직원, 선배와 후배 사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조직이 많습니다.

“과거엔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 대량 생산-대량 유통-대량 판매)을 했어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TV광고를 해도 먹혔죠. 대중의 생각이 비슷하다고 여겼으니까요. 지금은 퍼스널 마케팅(personal marketing: 개별 고객의 욕구에 적합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마케팅)을 해요. 개개인의 맞춤형 광고를 하거나 맞춤형 타겟팅을 하지 않으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어요. 조직도 똑같아요. 과거 산업화시대엔 상사가 부하직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지시하면 일률적으로 따라왔어요. 지금은 상사가 부하직원 한 명, 한 명의 성향과 개성, 목적이 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신수정 부문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리더의 중요한 조건은 “구성원들에 대한 진정성과 조직에서 파워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 김창길 기자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더 어려워진 시대네요.

“그래서 1 대 1 소통, 1 대 1 피드백이 스타트업이나 특히 플랫폼 회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한 달에 한 번, 적어도 석 달에 한 번은 1 대 1로 만나 목표를 설정해주고 그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피드백을 주고 같이 토의하는 거죠. 이건 비판이나 평가가 아니라 시스템이에요. 그러면 개개인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외국의 글로벌회사나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왔어요.”

-팀장, 부장, 국장, 사장 등 리더의 필수 조건은 뭘까요.

“저는 구성원들에 대한 진정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 조건은 능력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능력은 조직에서 파워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예요. 판매원과 판매팀장, 축구선수와 축구감독은 역할이 달라요. 히딩크는 공을 잘 차지도 않고, 잘 찰 필요도 없어요. 선수들을 잘 묶어서 파워를 내는 강력한 능력이 있는 거죠.”

-정년 후 또 다른 삶을 생각한다면 언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요즘엔 정년까지 한 회사에 다니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요. 40대 초중반에 임원이 돼 40대 중후반에 퇴사 후 일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그러니 현역에 있을 때 2개 정도의 부캐가 필요해요. 부캐는 꼭 돈 버는 일에 국한하지 않아요. 제 지인은 몇년 전부터 주말마다 목수 일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판매도 해요. 제2의 인생은 경제적 목적보다는 꾸준히 할 수 있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분이 의외로 많아요. 적어도 나이 50이 되기 전 부캐 활동을 통해 기술을 연마하고 인맥을 연결하는 활동도 해야 해요.”

그에게 ‘경기침체로 위기를 겪는 조직과 개인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앞서 언급한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말했다. 미군 장교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1965년부터 8년간이나 포로수용소에 갇혀 숱한 고문을 당했다.

“스톡데일은 풀려난 후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과 죽은 사람의 차이를 말했어요. 수용소 생활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우리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한 비관주의자들이었어요. 그러나 낙관주의자들도 죽어갔어요. 크리스마스, 부활절, 추수감사절에 나가리라고 계속 낙관만 하다가 번번이 상심했기 때문이에요. 살아남은 사람은 ‘우린 나갈 거야. 하지만 지금은 최악의 상황일 수 있어’라고 생각한 쪽이에요. 미래는 낙관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게 바라본 이들이죠. 그러니 지금처럼 불황기에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계획과 태도가 필요해요.”

박주연 선임기자 j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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