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서울 침투…또 대통령실 이전 논란[김관용의 軍界一學]
용산 대통령실 이전 과정서 P-73 구역 축소
당시 수방사 "北 위협 여전, 축소 안된다" 보고
일각선 P-73 공역 줄여 탐지·대응 늦었다 지적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현행 항공안전법은 비행제한구역과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휴전선 접경지역(P-518), 수도권(P-73),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P-65), 원자력발전소(P-61~64) 상공 등은 비행금지구역입니다. 이중 대통령 집무실과 국가 중요 시설이 밀집한 수도권 상공은 P-73 A(알파), P-73 B(브라보)로 구분했었습니다.
과거에는 P-73 A와 B 지역에선 국가중요행사나 군 작전 등 사전 허가를 받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어떤 비행장치도 비행이 금지됐습니다. 대통령 전용기 정도를 제외하면 B구역에 들어갈 경우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받을 수 있고, A구역에 들어가면 격추가 원칙입니다.
이와 함께 비행제한구역은 R-75라고 부릅니다. P-73 B 공역 외곽부터로 서울 상공 대부분이 이에 속합니다. 이곳에서의 비행은 수도방위사령관의 승인을 얻어야 가능합니다.
종로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실 이전…P-73 B 사라져
그런데 윤석열 정부들어 이같은 비행제한구역과 비행금지구역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종로구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면서입니다. 기존에는 청와대를 기준으로 반경 3.7㎞는 P-73 A, 반경 8.3㎞는 P-73 B 구역이었습니다.
즉, 비행금지구역 P-73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수도방위사령부가 설정한 구역이라는 얘기입니다. 당연히 윤 대통령의 집무실이 이전하면서 이 P-73 A와 P-73 B 비행금지구역은 해제됐습니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 특정 지점을 기준으로 3.7㎞ 반경으로 재설정된 것입니다. 용산뿐만 아니라 서초·동작·중구 일부가 해당됩니다.
그렇게 되면 김포공항을 오가는 국내 항공편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오는 문제가 있습니다. 관악구 신림동, 구로 디지털단지 등을 거쳐 비행하기 때문입니다. 한강 이남 쪽 항공로를 이용해 중국에서 동남아로 가는 일부 국제항공편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비행금지구역 반경을 P-73 A 만큼만으로 축소한 이유입니다.
北 무인기 침투, P-73 축소 도마위…軍 “문제없어”
지난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까지 내려왔던 북한 무인기 사태로 이같은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또 불거졌습니다. 완충구역 역할을 했던 P-73 B 지역이 사라져 대통령 경호와 서울 중요시설 방어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작년 5월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수도방위사령부가 ‘비행금지구역 P-73을 축소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수방사는 △북한 공중위협 대비를 위한 우리 군의 무기체계가 새로 만들어진 게 없고 △적 공중위협이 감소했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어 기존 P-73 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군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특히 P-73 구역을 줄이더라도 충분한 요격거리 확보를 위해선 최소 5.6㎞(3해리) 이상은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합참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존 P-73 B 구역인 완충지대가 없어짐으로써 작전 수행 자체는 더 수월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작전을 제한하던 규정이 사라져 현장 요원들의 작전적 자유를 보장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현재 서울 상공에는 P-73보다 더 넓은 범위로 비행제한구역 R-75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미확인 비행체에 대해 경고방송을 하고 위협으로 판단되면 경고사격 또는 격추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대통령실은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 실패 지적에 대해 “비행금지구역은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설정한 구역으로 군 관할 구역이고, 경호 구역은 말 그대로 대통령실 중심의 경호처가 관리하는 구역”이라면서 “물론 경호구역이 비행금지구역에 포함이 되지만,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에 온 것을 경호구역 침범으로 보는 건 야당의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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