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진짜 30만원마저…" LG엔솔 투자한 개미들 '멘붕' [신현아의 IPO그후]
오버행·전기차 수요둔화 우려 지속
주가 또 떨어질라, 개미들 '전전긍긍'
3월 IRA 구체적 가이드라인 발표
전문가들 "그 시기 즈음 반등 예상"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6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40만원대로 내려왔습니다. 불안정한 증시가 지속되는 가운데 테슬라발(發) 전기차 수요 둔화 이슈가 주가를 이렇게까지 끌어내린 겁니다.
전기차가 덜 팔리면 아무래도 2차전지 실적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건데요. 상장 1주년(1월 27일)을 앞두고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에 따른 주가 하락 가능성에 공매도 거래가 몰리면서 주가는 여전히 내리막을 걷고 있는 상태입니다.
증시 주도주였는데…'테슬라 쇼크'에 두 달 새 상황 급반전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일 종가 44만40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전장보다는 2.42% 올랐지만, 여전히 40만원대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공모가(30만원) 대비로는 48% 높은 수준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국내 증시 주도주 중 하나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한 '2차전지' 관련주의 상승세가 돋보였던 한 해였습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호황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가 더해지면서 약세장 속 랠리를 지속했죠.
IRA의 핵심은 북미 생산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건데요. 보조금 지원으로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살아나면 배터리 수주가 늘게 되고, 이는 2차전지 대표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세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겁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11월 11일 공모가(30만원) 대비 2배 넘게 뛴 62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연중 고점을 찍을 수 있었던 배경이죠.
하지만 최근 두 달 사이에만 고점 대비 27%가량 하락하면서 상황이 반전된 겁니다. '테슬라 쇼크'가 직격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부터 곳곳에서 테슬라의 중국 내 수요 둔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데요. 작년 9월부터 진행 중인 파격적인 할인정책이 그중 하나입니다. 지난 6일 테슬라는 추가로 중국 판매가격을 낮췄는데요. 수요 부진으로 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그간 넘쳐나는 수요에 콧대가 높았던 테슬라가 차량가 인하로 태세를 전환한 건 중국 내 판매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말에는 이례적으로 크리스마스 기간 상하이 공장 문을 닫은 데다 생산량을 줄인다는 보도도 잇따랐는데요. 실제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생산한 신차 인도량은 전달 대비 44%,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가 추가 조정 가능성도
수요 부진 우려에 테슬라 주가도 지난 한 달 사이 40% 가까이 빠졌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엔 장중 101.81까지 떨어지며 100달러마저 위협받았습니다. 테슬라의 주가 폭락은 2차전지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는데요. 추가 주가 하락 가능성에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격이 되면서 하락세는 더 가팔라졌습니다.
이달 30일 우리사주 보호 물량이 해제되면 주가가 더 조정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7일로 상장 1주년을 맞지만 우리사주 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매도는 3일 뒤인 30일부터 가능한데요. 그 이유는 LG에너지솔루션이 우리사주 예탁을 상장 하루 뒤인 28일부터 시작하면서 예탁 기간 종료일이 오는 29일이 됐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달 29일은 일요일로 주식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매도가 30일부터 가능해진 겁니다.
흔들리는 주가에 개인투자자들은 '멘붕(멘탈 붕괴)' 상태입니다. 자칫하단 공모가인 30만원 밑으로 내려가는 게 아니냐는 겁니다. LG에너지솔루션에 투자했다는 직장인 김모씨(46)는 "이러다 30만원 밑으로 주저앉는 게 아니냐"고 기자에게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체 상장주식수 대비 우리사주 지분율은 작년 9월 기준 3.39%인데요. 실질적인 유통물량 대비로는 23% 수준입니다. 최대주주인 LG화학 지분율이 무려 82%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다른 IPO 기업보다 더 큰 수급 충격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질적인 유통물량 대비 우리사주 지분은 23.1%. 직전 대형 IPO 평균 9.0%, 최고 수준인 현대중공업의 20.1%도 웃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의 우리사주 매물 출회는 현대중공업 경우보다는 수급 충격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직원들의 매도 유인은 더 커진 상황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 사이에선 "이자가 버겁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은 "최근 60만원을 봤던 만큼 아쉬운 소리가 많이 나온다"며 "보유 물량을 다 팔기는 그렇지만 대출받아 산 건 갚자는 분위기"라고 전해왔습니다.
반등은 언제?
하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와 오버행·우리사주 물량 출회 우려는 다소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오히려 미국 IRA 세부 시행령이 확정되는 오는 3월께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 전망입니다. 가이드라인 발표를 기점으로 그간 세액공제 불확실성에 이연됐던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업체들 또한 그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신한투자증권은 미국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 80만대에서 올해 140만대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를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에 특히 호재란 분석입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10위권 밖에 있던 GM이 올해에는 미국을 기반으로 전기차 판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1월 얼티엄셀즈 오하이오주 1공장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테네시주 2공장 일부 가동이 예정됐습니다. 현재 미시간주에 3공장을 짓기 시작했고요,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4공장 건설도 검토 중입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얼티엄셀즈 2공장 본격 가동으로 미국향 매출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그간 전기차 수요 회복을 증명할 데이터들이 많이 없는 만큼 당장 눈에 띄는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IRA 세부 내용이 구체화되는 3월쯤부턴 어느 정도 그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에서 상하이 테슬라에 납품하는 배터리 중 중국 내수에서 소비되는 비중은 30%로 생각보다 적고, 현시점에서는 유럽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많다 보니 정작 회사가 중국 이슈로부터 받을 타격은 예상보다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중국 전기차 수요 둔화 문제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미국 IRA 수혜나 유럽 쪽 수요가 받쳐주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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