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보험 가입했다고 안심? … 54%가 ‘깡통주택’, 강서구는 79%

오남석 기자 2023. 1. 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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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보험에 가입한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깡통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법인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51만4936세대, 개인 임대사업자가 가입한 주택은 19만4090세대다.

그러나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가입 주택 총 70만9026세대 가운데 약 54%인 38만2991세대는 집주인의 부채비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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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서부관리센터 악성임대인 보증이행 상담창구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HUG가 대신 갚은 전세보증금 지난해 9241억원… 1년새 83% 급증

보증금 보험에 가입한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깡통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이 주택을 처분해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집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보증보험은 통상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한 안전판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이는 최근 전세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법인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51만4936세대, 개인 임대사업자가 가입한 주택은 19만4090세대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2020년 8월 18일 이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가입 주택을 집계한 수치다.

그러나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가입 주택 총 70만9026세대 가운데 약 54%인 38만2991세대는 집주인의 부채비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권 설정 금액과 전세 보증금을 합한 금액을 집값으로 나눈 수치다. 이 비율이 80%를 넘으면 집을 처분해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깡통주택’으로 불린다. 해당 주택에 대출이 없더라도 집값 하락기에 주택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지면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 중 깡통주택 비율이 55.7%(10만8158호)로 법인 보유 주택(53.4%)보다 조금 더 높았다.

지역별로는 울산(68.5%), 광주(63.2%), 인천(60.0%) 순으로 개인 임대사업자 보유 깡통주택 비율이 높았다.

서울(59.1%)과 경기(60.6%) 역시 개인 임대사업자의 부채비율이 80% 이상인 주택 비중이 만만찮게 높았다. 특히 서울 강서구에서는 개인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 79%(1만22세대)가 깡통주택으로 전국에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수도권에는 개인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주택이, 비수도권은 법인 임대사업자 가입주택이 많다. 법인 보유 주택 중 깡통주택 비율은 경남(74.3%), 전북(70.2%), 경북(67.5%)에서 특히 더 높았다.

보증보험 가입 주택은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면, HUG가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준다. 이후 임대인에게 이를 청구하지만, 최근 ‘빌라왕’ 사례처럼 임대인이 사망하거나 도산·잠적하면 공기업인 HUG가 고스란히 손실을 보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HUG가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은 9241억원에 달한다. 2021년의 5040억원에서 1년만에 83.4% 급증한 규모다. 한 해 동안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가 1조1731억원 규모로 났지만, HUG가 임대인에게 회수한 금액은 2490억원(2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HUG의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상반기 중 정부 출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상품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근 벌어진 전세사기 사건에서는 보증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면서 일부 임대인들이 제도를 악용한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세입자는 집주인의 신용에 의구심이 들거나, 전세가와 매매가가 같더라도 보증보험을 통해 보증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대인의 ‘깡통전세’ 계약 요구를 승낙할 가능성이 높다.

시세 파악이 어려운 신축 빌라의 경우 HUG 보증가입 때 집값을 부풀려 전셋값을 매매가격보다 높이는 일도 있다.

HUG는 보증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의 140%로 적용하고 있는데, 집주인들이 이 비율에 맞춰 전세 보증금을 올리기도 한다.

오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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