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선·직선 다 해봤다…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논의 수면 위로
러닝메이트 대안 나왔지만…교육이 행정·정치에 예속될 우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서혜림 기자 = 정부가 시·도지사와 교육감 선거를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치르는 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직선제의 폐단을 막을 방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진보 교육계와 야당은 교육 자치 훼손을 우려해 직선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 협의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실과 교육부가 잇따라 교육감 선거 러닝메이트제를 언급하며 공론화에 불을 댕기고 있다.
교육감은 1991년까지 대통령이 임명했다. 1992년부터는 간선제가 도입되면서 교육위원회나 선거인단이 선출했는데 주민 관심도가 떨어지고 금권·파벌 선거 등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2007년 주민이 직접 해당지역 교육감을 뽑는 직선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직선제 역시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난 16년간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우선 함께 치러지는 시·도지사 선거와 비교해 유권자 관심도가 확연히 낮다.
지난해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교육감 선거 무효표가 총 90만3천227표로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35만928표)의 2배가 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방선거 후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도 투표 당일에서야 교육감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자가 18.1%로 광역단체장(5.0%), 기초단체장(6.4%)은 물론 지방의원(10.5%)보다도 훨씬 높았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교육감 후보자는 당적을 가질 수 없게 돼 있다.
공천 과정이 없다 보니 지역에 따라 후보자가 난립하고, 유권자들은 일일이 후보자들의 정책을 검증하기 어려워 '깜깜이 선거'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있다.
결국 정책 대결보다는 상호 비방과 인지도 높이기에 치중하면서 '고비용 선거'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시·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55명의 선거비용 지출액은 약 491억원으로 1인당 평균 8억9천여만원이었다.
이에 비해 교육감 선거 후보자 61명의 선거비용 지출 총액은 648억여원,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0억6천여만원이었다.
하지만 정작 소속 정당만 없을 뿐 선거 벽보 등을 보면 후보자 정치 성향에 따라 붉은색 또는 푸른색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일부 후보자는 득표를 위해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자신이 특정 정당과 관계있는 것처럼 홍보하기도 한다.
차라리 시·도지사 후보자가 교육감 후보자와 짝을 이뤄 함께 선거를 치르는 러닝메이트제가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면 후보 난립이나 고비용 선거의 문제점을 방지할 수 있고, 시·도 지사와 교육감 후보가 함께 공약을 짜고 유세도 같이 한다면 유권자 입장에서는 정책 검증이 다소 용이해질 수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정책을 놓고 충돌하는 상황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야당과 현직 교육감들은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될 경우 교육이 행정에 예속돼 교육의 자주성·중립성·전문성이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여소야대인 현 상황에서는 국회의 벽도 높다.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서동용·강민정 의원은 "직접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논의보다는 우리 아이들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러닝메이트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희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서울시교육감)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러닝메이트제는 현행 교육감 선거 제도에서 나타난 일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오히려 정당과 정치권에 줄서기를 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심도는 떨어지지만, 국민 여론 역시 직선제 쪽으로 기울어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2021년 8월 16일∼9월 10일 만 19세 이상 75세 미만 전국 성인남녀 4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 결과 시·도 교육감 직선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42.6%, 반대 의견은 27.8%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러닝메이트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김용련 한국외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금은 교육감이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지역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 역할을 해왔는데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되면) 그게 자치단체장의 몫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교육의 전문성과 독립성 측면에서 폐해가 많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러닝메이트제가 되면 지역에 따라 '정당 강령에 맞는 교육'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갈등이 심한 사안이기 때문에 국가교육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논의하면서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지, 지금처럼 일단 발표해놓고 가겠다고 하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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