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비전을 담자"…자치단체들, 앞다퉈 브랜드 변경 추진
상당한 시간·비용 소요…단체장 교체 따른 잦은 변경에 논란도
(전국종합=연합뉴스) 민선 8기 출범 후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슬로건이나 브랜드를 바꾸거나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브랜드의 한계를 넘어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비전을 담은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브랜드 변경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고, 일부 지역의 경우 변경 과정에 논란이 제기되는 등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다수 광역단체 앞다퉈 브랜드 변경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아이 서울 유'(I·SEOUL·YOU)를 대체할 신규 브랜드 개발에 착수해 최근 최종 후보 4개를 선정했고, 이달 말까지 선호도 조사를 해 2월 중 새 브랜드를 발표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Dynamic Busan(다이내믹 부산)'을 뛰어넘어 부산의 가치와 역사성, 미래 지향성 등을 담을 도시 브랜드 개발을 시작했고, 지난 3일 최종 후보 3개를 뽑아 선호도 조사에 들어갔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민선 8기 슬로건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의 가치를 담은 캐릭터 '봉공이'를 개발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충북은 지난해 11∼12월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을 대체할 새로운 브랜드 공모를 진행해 3천여 건을 접수했고, 심사와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7월 기본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오는 6월 강원특별자치도로 새롭게 출범하는 강원은 슬로건을 '새로운 강원도! 특별 자치시대!'로 정했다.
제주도 민선 8기 들어 슬로건을 '다 함께 미래로, 빛나는 제주'로 바꿨다.
경북은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 울산은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 광주는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 광주', 대전은 '일류 경제도시 대전', 충남은 '힘 쎈 충남 대한민국의 힘', 세종은 '세종이 미래다', 경남은 '활기찬 경남 행복한 도민'으로 각각 슬로건을 변경했다.
인천시, 4년 만에 슬로건 복원…대구에선 논란
인천시는 지난해 6·1 지방선거로 유정복 시장이 4년 만에 수장으로 복귀하자 시정 슬로건을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에서 '인천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로 변경했다.
유 시장이 민선 6기 때 인천시를 이끌며 사용했던 슬로건을 4년 만에 복원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10월 시민 1천명과 공무원 500명을 대상으로 디자인 선호도 조사를 거쳐 복원한 슬로건의 새로운 디자인을 확정해 현판, 현수막, 공용차량, 옥외광고판 등에 활용하고 있다.
대구시는 민선 8기 출범 직후 시정 슬로건 '행복한 시민, 자랑스러운 대구'와 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를 통합해 새로운 슬로건 '파워풀 대구'를 내세웠다.
이 과정에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기존의 대구시 브랜드 슬로건이었던 '컬러풀 대구'가 '파워풀 대구'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조례 개정이나 시민의 동의가 없었다"고 비판 성명을 내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기초단체도 잇따라 슬로건 교체
슬로 시티 정책을 폐지하고 관련 부서를 없앤 전북 전주시는 슬로건을 '사람의 도시, 품격의 도시'에서 '강한 경제 전주, 다시 전라도의 수도로'로 바꿨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색 마케팅을 도입한 전남 장성군은 오는 11일까지 '옐로우 시티(Yellow City)'를 대체할 슬로건을 공모한다.
경기도 안양시는 지난달 시 승격 50주년 기념 슬로건으로 '안양! 성장의 50년, 비상하는 100년'을 선정했고, 남양주시는 '상상 더 이상 남양주'로 슬로건으로 정했다.
성남시와 의정부시는 각각 시 승격 50주년과 60주년을 맞아 슬로건을 공모한다.
강원도 원주·강릉·삼척·횡성·양구, 전남 진도, 충북 괴산, 경남 김해·창원 등도 잇따라 슬로건을 바꿨거나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슬로건 공모에 주요 해외 10개국의 외국인 1천647명을 포함해 총 1만714명이 참여했고, 부산시 슬로건 공모전에도 3천248건의 시민 의견이 접수됐다.
선호도 조사에도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도시 브랜드 변경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강원도 춘천시의 경우 슬로건을 변경하면서도 민선 7기 때 바꾼 브랜드는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8일 "슬로건은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바꿀 수 있지만, 브랜드는 변경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용역을 진행하는 데 1억이 들고 브랜드 변경으로 홍보 책자와 간판 등을 교체할 경우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민재 전창해 고성식 최종호 김도윤 임채두 이상학 김동민 이덕기 허광무 장아름 이은파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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