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공법 택한 尹 정부, 노동계와 파국 치닫나

최유빈 기자 2023. 1. 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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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尹정부 2년차, 노동시장 대변혁] ③ 격화되는 '노정 갈등'…동투(冬鬪) 이어 춘투(春鬪) '우려'

[편집자주]계묘년(癸卯年) 국내 노동시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통해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근로시간 개선을 비롯해 임금체계 개편, 노사관계 공정성 및 법치주의 확립 등 전반적인 부문에 메스를 들이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년 동안 유지돼 온 노동시장의 틀을 바꾸겠다는 목표다. 노동계는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을 '노동탄압'으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을 예고해 개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대대적인 노동개혁을 예고하며 노동계와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1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기사 게재 순서
①'주 69시간', 장시간 노동 회귀 vs 종식… 누구 말이 맞나
②주휴수당·포괄임금제 메스… 내 월급 어떻게 바뀔까
③강공법 택한 尹 정부, 노동계와 파국 치닫나
정권 출범 초기부터 날을 세우고 있는 정부와 노동계가 새해에도 맞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노조의 재정 투명성을 지적하며 대대적인 노동 개혁을 예고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개혁안을 개악으로 규정하며 투쟁 의지를 밝혔다. 연초부터 노정 갈등이 동투(冬鬪)에 이어 춘투(春鬪)·하투(夏鬪)로 연달아 번질지 주목된다.


정부, 노동 개혁 드라이브…노조 '회계 감사' 제도도 강화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신년사를 통해 3대 개혁 대상으로 노동, 교육, 연금 등을 지목하며 대대적인 개혁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며 "귀족 노조와 타협해 연공 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불필요한 쟁의와 갈등을 예방하겠다며 '노사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노동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가 파업 당시 도크(선박 건조 공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자 공권력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며 노조를 압박했다.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총파업) 당시엔 시멘트, 석유화학, 철강 분야 화물차주에 차례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며 파업 철회를 끌어냈다.

정부는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며 행동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노동조합 및 연맹·총연맹 253곳을 점검할 계획이다. 노조는 노동조합법 14조에 따라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 성명 및 주소록, 회의록, 재정 장부와 서류 등을 비치, 보존해야 하며 자율점검 기간 종료 후 결과 보고서를 고용부에 제출해야 한다. 고용부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일부 서류가 누락된 경우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고용부는 노동조합 회계감사원의 자격요건 강화를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현행법상 회계감사원을 통한 회계감사가 의무화돼 있지만 자격 제한이 없어 전문성·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동조합 재정 투명성' 브리핑에서 "노동조합의 재정이 투명하기 관리되고 공개되는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으며 '깜깜이 회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노동조합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강화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여당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정부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부산 해운대갑) 의원은 회계감사원 자격 강화, 대기업·공공기관 노조 감사 자료 의무 보고 등이 담긴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태경 의원은 "현행 노조 회계제도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 "정부의 개악 막아야…노동자 권리 보호하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지난 2일 2023년 민주노총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개혁안을 전면 비판하며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통해 "임금과 고용 등 노동조건을 향상하기 위한 노동자의 투쟁과 현장의 안전, 기업의 전횡과 횡포를 줄이고 사회의 민주화를 일군 성과를 '귀족 노조'라 매도한다면 이는 대통령이 노동조합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의 결과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뻔한 신년사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신년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부터 '노동 개혁'이란 이름으로 실제로는 '노동 개악'을 추진 중이다"라면서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비롯한 노동 개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대국회 투쟁을 통해 ▲동일노동·동일임금 근로기준법 명시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전면 적용 ▲노동시간 특례업종, 노동시간 적용 제외 업종 폐지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 개정 ▲법정 노동시간 준수를 위한 근로감독 강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남용 중단 등을 요구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가 대대적인 근로 시간 및 임금체계 개혁을 예고하면서 노정 갈등은 확대될 전망이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노동부에 제출한 권고문에 따르면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는 현행 1주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한다. 근무연수에 따라 연봉이 오르는 호봉제는 직무숙련 등을 반영하는 직무급으로 전환한다. 주휴수당과 최저임금 등 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변화도 예고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화물연대의 요구를 무시한 채 안전운임제를 폐기하면서 연초부터 이를 둘러싼 갈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노동 개혁을 1순위로 내세우면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노동계와 공감을 이룬 채 진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건건이 개혁을 둘러싼 노동계 반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노동조합에 대한 재정 투명성을 지적하며 적폐 집단으로 낙인찍고 탄압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노정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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