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타 손잡은 스코넥 “VR교육, 세계표준 목표”
메타 러브콜 받아 VR게임 공동개발
황대실 대표 “올해 흑자전환 예상”
“긴급 사태 발생. 본 공장에서 누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정확한 피해 상황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응 요원들은 신속히 현장으로 출동해주시길 바랍니다.”
VR(가상현실) 헤드셋과 장갑, 허리띠를 착용하자 사이렌 소리와 함께 이 같은 안내 음성이 나왔다. 눈앞에는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 상황실 풍경이 그려졌다. 손을 휘둘러 보호복을 착용한 뒤 염산공장으로 걸어 나가자 각종 장비들과 염산 보관탱크가 눈앞에 펼쳐졌다. 중간탱크가 파손돼 누수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훈련 지도자의 안내에 따라 염산이 흘러나오고 있는 탱크를 찾은 뒤 손목을 왼쪽으로 돌려 밸브를 잠갔다. 게임 아이템을 획득하듯 도구함으로 걸어가 고무밴드를 가져온 뒤, 탱크 앞에서 고무밴드를 쥔 손을 휘두르자 탱크 겉면에 고무밴드가 둘러졌다.
또 다른 훈련자가 산소 주입기를 가져와 밴드에 공기를 주입하자 밴드가 부풀어올라 탱크를 압박하면서 구멍이 막아졌다. 탱크에서 새어나온 염산이 흘러 번지지 않도록 경계를 친 다음 닦아냈다. 공장에서 나와 몸을 소독하고 보호복을 벗으니 훈련이 종료됐다.
훈련 지도자의 도움 덕에 체험은 5분 안에 끝났지만, 실제 훈련에서는 안내 없이 훈련자들끼리 협업해 답을 찾아야 한다. 힌트가 되어주는 화살표 표시도 없다. 시나리오 한 개에 통상 10분 안팎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는 스코넥엔터테인먼트(스코넥)가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에 제공하고 있는 VR 교육훈련시스템이다. 환경부로부터 제공받은 매뉴얼에 따라 제작해 화학물질안전원의 안전요원들을 대상으로 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충북 오송 청사에 훈련장이 마련돼 있어, 이곳에서 인원별, 난이도별, 화학물질별 60여종의 시나리오 훈련이 진행된다.
스코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공간, 다인원 VR 시스템을 보유했다. 최대 144㎡(약 44평) 크기의 훈련장에서 8명까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훈련장에 있는 광학식 위치추적 카메라가 장비를 착용한 훈련자들의 움직임과 위치를 추적해 훈련자 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스코넥이 VR에 뛰어든 건 2013년이다. 2002년 설립된 스코넥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콘솔 중심의 게임회사였다. 그러나 황대실 대표는 미국과 일본의 굴지의 기업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황대실 대표는 “이미 선두주자가 정해진 콘솔게임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기보다는 미래를 택했다”며 “콘솔게임보다는 메타버스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크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감히 콘솔게임 사업부를 접고 VR에 집중했다. 그 결과 스코넥은 2015년 세계 최초로 VR 1인칭 슈팅 게임(FPS)을 개발해내며 발빠르게 VR 게임 시장을 선점했다.
스코넥이 VR 게임에 이어 도전한 것이 바로 교육훈련시스템이다. 스코넥은 대공간을 활용해 여러 사람이 함께 메타버스에서 훈련받는 이 시스템을 개발해 지난 2020년 국내 기술표준으로 지정됐다. 현재 국제표준화기구(IEEE)에 표준화안으로 채택돼 세계기술표준 지정 작업에 한창이다. 스코넥은 현재 화학물질안전원을 비롯해 국방부와 경찰청, 소방청과 수주 계약을 맺었다.
황 대표는 “VR의 가치가 게임에 그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까지의 현장 교육은 주로 영상이나 강연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높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VR 교육은 머리에 장치를 쓰는 순간 다른 데로 눈을 돌릴 수가 없지 않나. 일단 참여하면 어떻게든 훈련 시나리오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 참여도가 낮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스코넥의 VR 교육훈련시스템은 훈련영상을 비롯해 개개인별 수행 내용이 전부 기록되고 자동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훈련자가 어떤 부분에서 실수를 했는지 알 수 있어 교육 후 피드백이 용이하다.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특례상장으로 지난해 2월 코스닥 시장에 나온 스코넥은 최근 메타와 손을 잡기도 했다. 양사는 지난달 5일 VR 게임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메타가 개발비를 일부 지원했다. 황 대표는 “‘스트라이크 러시’라는 이름의 FPS게임”이라며 “2024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네트워크에 최대 8명이 동시에 접속해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속되는 적자는 걱정거리다. 황 대표는 지난해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예상했다. 스코넥은 2021년 매출액 61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황 대표는 연구개발 투자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VR 교육훈련시스템 하나를 개발하는 데 3년가량 걸린다. 다만 그간 개발해 오던 신규 교육훈련 콘텐츠가 올해 완성돼 공급되면 수익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여기다 VR 게임도 4개 이상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올해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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