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올라탄 K창업가]③ “한국 아빠가 고른 韓 식품·식기, 대만 맘카페부터 입소문” 심필섭 한플러스리빙케어 대표

대만(타이베이)=이신혜 기자 2023. 1.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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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일푼 대만 유학생에서 성공한 한국인 사업가로
매출 8만원에서 작년 10월 기준 35억원으로 끌어올려
부업으로 했던 韓 콘텐츠 외주 제작 ‘투잡’도
심필섭 한플러스리빙케어 대표. /이신혜 기자

“세 아이를 키우면서 한국 아빠가 직접 고른 식품과 식기라는 걸 강조했어요. 대만 엄마들도 믿고 구매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지난해 11월 27일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만난 심필섭(45) 한플러스리빙케어 대표는 자사 판매 제품을 상에 펼쳐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심 대표는 유학생 신분이었을 때 구매대행·공동구매로 시작해 친환경 식품과 스테인리스 식품 용기 등을 취급하는 한플러스리빙케어를 창업했다.

한국에서 대진대 법학과를 졸업한 심 대표는 무일푼으로 2005년 대만에 이주해 대만 국립정치대 금융학과에서 공부했다.

유학생 시절 대만에서 강아지 옷을 구매대행 하는 것으로 공동구매 사업을 시작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많아질 거란 생각에서였다. 실제 대만 행정원 농업위원회 ‘동물보호정보망’에 따르면 2011년 약 190만 마리였던 대만의 반려견·반려묘의 수는 2019년 기준 230만 마리로 늘어났다.

그러나 비슷한 제품을 들여오는 중국 중개무역 업자들이 많아지면서 가격 경쟁이 붙고 마진도 적어졌다.

이에 사업 방향을 한국 식품으로 틀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보는 대만인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제품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한국에 수시로 방문해 식품박람회와 수출상담회를 돌아다니면서 유기농 쌀과자를 찾아 수입했다.

그래픽=손민균

직원 한 명을 데리고 시작한 쌀과자 사업의 첫 성적은 ‘실패’였다. 20피트 선박 운송용 컨테이너(당시 기준 2만4000kg 용량) 하나를 가득 수입했지만 절반을 버렸다.

대만은 식품의 유통기한 절반이 지나면 정상가로 팔기 어려운데, 한국에서 만들어 대만 창고로 오는 데 한 달이 걸려 팔 수 있는 날짜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이 패착 요인이었다. 대만과의 무역협정이 맺어지지 않아 식품 통관 절차가 일주일 이상 소요된 것도 작용했다.

처음에는 쌀과자 폐기량을 줄이기 위해서 대만 맘카페 등 커뮤니티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시식용 쌀과자를 증정했다. 이후 100대만달러(약 4000원)라는 비교적 비싼 가격에도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한국의 품질 좋은 쌀과자’로 알려졌다.

쌀과자의 호응이 이어지자 한국 수출박람회에서 유기농 과일을 얼려 만든 과일칩, 요거트 과자 등을 발굴해 들여오며 본격적인 식품 사업에 나섰다. 심 대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 아빠의 전원일기’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애 셋을 키우는 아빠가 직접 자식들에게 먹여봤다고 소개해 인지도를 올렸다.

또 식품은 유행 주기가 있어 사업성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해, 식품 용기를 취급하기로 했다. 한국에 있는 스테인리스 용기 업체를 설득해 재고로 쌓여있던 스테인리스 용기를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형식으로 대만에 수입하기 시작했다.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 스테인리스 용기를 대만 엄마들을 중심으로 알렸다.

저가의 중국산 식품 용기가 시장에 포진돼 있던 식품 용기 시장에서 하나당 5만원가량의 용기를 들여오기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대만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시험 삼아 올려본 스테인리스 용기는 4200만원어치가 팔렸다. 당시 대만 TV 프로그램에 의사가 나와 중국 스테인리스 보온병에 녹이 슬어 중금속 중독으로 사망한 사람 이야기를 한 것이 판매의 도화선이 됐다.

한플러스리빙케어에서 판매하는 스테인리스 용기 제품. /이신혜 기자

심 대표는 중국 일부 식품 용기 업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납을 더 넣거나, 전자레인지 이용이 어려운 스테인리스 용기를 판매하며 저가 정책을 유지한 것을 역으로 생각했다. 한국 스테인리스 용기는 비싸더라도 전자레인지에 쓸 수 있고 친환경 소재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런 전략이 통하면서 컨테이너 5개였던 스테인리스 용기 수입 물량은 7개로 늘었다. 심 대표는 “지난해 한국 OEM 업체에 따르면 21개 수출국 중 대만 점유율이 23% 정도로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그 여세로 대만 대형 생활용품 마트 브랜드인 ‘홀라’에도 입점했다.

창립 당시인 2013년 7만9000원에 불과했던 회사 매출은 2021년 21억원대로 커졌다. 지난해에는 10월까지 누적 매출이 35억원대를 돌파했다.

또 사업 초기 불안정한 수익 속에서 직원들 급여를 주기 위해 시작했던 방송국 통역 아르바이트는 한국 콘텐츠 외주제작사 운영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부업 삼아 시작했던 외주제작 일이 규모를 키우면서 K팝 스타 콘서트 판권을 구매해 판매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발전했다.

심 대표는 올해부터 대만 내 한인경제인연합회 집행부 감사를 맡으며 대만의 한인 소식지 ‘도시락’을 개간하고, 한국 학생 및 초보 사업자들을 위한 무역 관련 강의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심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창업하는 순간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업으로 했던 방송 통역 아르바이트가 외주제작사의 토대가 됐고, 오프라인 판로 개척이 어려워 맘카페에서부터 활동했던 게 대형마트 입점까지 가능해졌다”라며 “‘망해도 또 해야지’라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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