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두 달 앞둔 개포 프레지던스자이, 하락장 눈치싸움 ‘치열’
3월부터 입주 시작... 5월까지 마감
대출 낀 집주인들, 가격 더 낮출 듯
‘헬리오시티급’ 개포發 폭락 전망도
“문의는 꾸준히 있어요. 지금은 입주 전이라 집을 안 본 상태에서 계약하잖아요. 곧 사전 점검(입주예정자가 사전 방문해 하자 여부 등을 직접 확인) 날짜가 다가오니까, 계약을 망설였던 매수인이나 임차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을까요?”(개포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4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옛 개포주공 4단지)’ 신축 현장. 오는 3월 1일, 입주를 앞두고 추운 날씨에도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마침 7일부터 9일까지 사전 점검이 예정돼 있어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은 문의 전화로 분주했다.
최근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진 가운데 3375가구의 ‘입주 폭탄’이 예고된 강남구 개포동 일대에서 부동산 거래 당사자 간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집을 사거나 임차하려는 쪽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계약을 망설이고 있는 반면,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집주인들도 언제 얼마에 계약을 체결할지를 저울질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 전용면적 84.5978㎡(입주권)는 지난달 29일 20억원에 거래됐다. 1년 전인 2021년 11월 같은 평형이 29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9억5000만원이 빠졌다. 다만 그보다 더 낮은 가격의 급매물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23억5000만원에 나온 집이 최근 22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20억원에 팔린 물건은 중앙부가 아닌 양재대로 앞 측면에 있는 동으로 저층으로 알고 있다. 한두 건이 너무 저렴하게 거래가 되면 집값에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칠까 우려스럽다”면서도 “전세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는 수요 때문에 대체적으로 저가 물건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세의 경우 전용 49.95㎡가 6억5000만원, 78.77㎡가 10억원에 나와 있다. 특히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면 매매가와 전셋값 모두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입주가 마무리된 직후에 물건이 가장 싸게 거래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집주인이 이주비에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가 부담스러워 입주 마감 직후 파격적인 가격에 세입자를 찾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금리 상황이라 지금은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반면 입주가 시작되면 공급 물건이 줄면서 오히려 가격을 좀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집주인들도 있다. 강남구는 일단 제외됐지만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중도금 대출 제한 등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면서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금 생긴 상황이다.
이처럼 매수인과 매도인 간에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오는 11월에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개포주공 1단지)까지 입주하면 결국 인근 집값과 전셋값은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2만5729가구다. 이 가운데 6371가구가 강남구에서 입주를 시작한다. 서울 입주 물량의 25%가 강남구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일시적 ‘물량 폭탄’은 주변 아파트와 인근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로 옆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세 호가는 전용 59㎡가 12억원대에서 7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한편 두 아파트가 위치한 개포택지개발지구는 향후 1만 가구에 달하는 ‘신도시급 주거타운’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2월 래미안루체하임(850가구) 시작으로 ▲래미안블래스티지(1957가구, 개포주공 2단지) ▲디에이치아너힐즈(1320가구, 개포주공 3단지) ▲개포래미안포레스트(2296가구, 개포시영) ▲디에이치포레센트(184가구) ▲디에이치자이개포(1996가구) ▲더샵트리에(232가구, 우성9차)가 이미 입주를 완료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 개포주공 5단지 건축계획안이 통과하면서 1277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전망이다. 바로 옆 개포주공 6·7단지까지 재건축이 확정되면 1만여 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하락장에서 공급이 급격하게 많아지면 일시적 폭락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최근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헬리오시티인데 (집값을 회복하는데) 수년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폭탄’이 예고된 개포 지역의 경우, 매매 가격이 전세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시장이 혼란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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