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총리 일문일답] "고품질 전기차 생산공장 건설,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
"러, 주민 떠나게 하려 공습…전쟁의 끝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 회복"
"점령지 수복이 목표지만…우리는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 국민 지키는 전략부터 세운다"
(키이우[우크라이나]=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싶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고품질의 전기차를 사고 싶어하고, 우리는 이처럼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전후 한국 파트너와 함께 나라를 발전시킬 많은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전력 인프라 복구 사업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가 "한국과 세계에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알리는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통화에서 상호 간에 상대국 방문을 초청했다고도 소개했다. 앞서 한국 국무총리실도 지난해 12월 23일 한 총리가 슈미할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 정세, 인도적 지원 및 재건, 양국간 실질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수도 키이우 도심 관공서 밀집 지역인 미하일로 흐루셰우스키 거리에 위치한 키이우의 정부 청사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애초 예정됐던 15∼20분을 초과,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외부 노출과 보안 위험을 고려한 듯 청사는 인터뷰를 진행한 회의실이나 업무 중인 사무실을 제외한 대부분 공간의 조명이 꺼져 낮에도 한밤중처럼 어두웠다. 우크라이나 총리실측은 보안 등을 이유로 사진 취재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슈미할 총리도 신발부터 바지, 상의까지 완전히 전투복 차림이었다. 검정 셔츠 위에 국기와 국장인 삼지창 패치가 부착된 올리브색 군복 점퍼와 바지를 입었고 갈색 전투화를 신고 있었다.
그는 점령지 수복을 자신하며 전쟁의 끝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한 회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대규모 공습이 지금까지 11차례 있었다. 드론 공습도 14차례에 걸쳐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새해 전 대규모 공습이 있었다.
지금까지 국가 전체 전력 인프라의 약 50%가 손상됐다. 러시아 미사일이나 드론의 공격을 받지 않은 우크라이나 발전소가 한 곳도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인프라를 없애고, 주민들에게 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떠나게 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도 불가피하게 순환 정전을 하고 있고 전체 전력 시스템에 대한 보수도 계속되고 있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가 입은 경제적 손실이 어느 정도인가. 전후 복구 예상 비용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의 약 30.4%가 감소했다.
세계은행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추산한 경제 손실액 합계는 3천500억 달러(약 446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는 전쟁에 따른 경제 손실액 합계가 7천억 달러(약 893조 원)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러시아는 주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기반시설을 겨냥하고 있다. 피해의 70%가 민간 주거 지역이다. 이어 화학단지나 제철공장 등 산업단지, 교통인프라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제일 위험하고 어려운 것은 러시아에 의한 지뢰 매설 문제다.
전쟁 후 우크라이나에 25만㎢ 규모의 지뢰 지대가 생겼다. 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뢰 지대다.
이로 인해 주민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주력 산업 중 하나인 농업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점령지 탈환이 겨울철을 맞아 조금씩 더뎌지는 듯한데.
▲ 우크라이나는 점령지 수복이 목표지만, 우크라이나인을 지키는 것도 목표다. 그래서 우리는 러시아와 달리 사람을 지키는 방법부터 전략을 세운다. 전쟁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의 54%를 되찾았고, 이번 겨울이든 언제든 점령지는 계속해서 수복할 수 있다.
--현재 추가로 탈환할 점령지가 있다면.
▲ 목표는 1991년 국경을 회복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모든 전략은 총참모부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목표 지역을 공개할 순 없다.
확실한 것은 점령지를 모두 탈환할 것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영토 탈환도 중요하지만 되찾은 영토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전선 후방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영토 탈환 전략에서 그런 부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전쟁이 점차 장기전이 돼가고 있다. 언제 어떻게 전쟁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는가.
▲우리도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철저히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
가스와 석유 무역에 대한 제재로 시작해 러시아가 무기와 관련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러시아에서 모든 글로벌 기업이 철수하도록 경제적 제재도 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겨울을 넘길 수 있도록 전력과 도로, 상수도 등 인프라 복구를 위한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 방공망 지원 역시 중요하다.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시한 (러시아군 철수와 정의 회복, 핵 안전과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등) 10개 평화공식을 따라야 한다.
전쟁 종료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모든 땅을 되찾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러시아가 전쟁 의지를 굽히지 않는데.
▲러시아는 지난해 서방의 제재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이 약 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제재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무기 지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대포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첨단 무기 지원이 꾸준히 필요하다.
아울러 옛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러시아가 승계한 것은 불법이다. 소련 시대가 끝났지만 모든 유엔 사안들이 러시아에 의해 가로막히고 있다. 러시아를 유엔을 비롯한 모든 국제기구에서 퇴출해야 한다.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힘을 합쳐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준 데 대해서도 대단히 감사하다.
약 2주 전 한국의 한덕수 국무총리와도 통화하면서 개인적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전했다.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해 약속했고, 서로를 각국으로 초청도 했다.
2021년 기준으로 양국 교역 규모가 전년보다 17% 증가하는 등 경제 협력 관계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전후 한국 파트너와 함께 나라를 발전시킬 많은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전력 인프라 복구 사업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
정부의 계획에 따라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는 데 관심이 있으며,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공장 건설을 하고 싶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고품질의 전기차를 사길 원하고, 우리는 이러한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뢰 제거 작업에서도 풍부한 경험과 기술, 장비 등에서 한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기를 기대한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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