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 '프로 첫 스승'의 이야기 "겸손과 독기, 규성이는 다갖춰"[인터뷰]

김성수 기자 2023. 1.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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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지난해 11월28일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 가나와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멀티골을 터뜨리며 전 국민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 조규성(25·전북 현대).

월드컵 깜짝 스타로 여겨지는 조규성이지만 그가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조규성이 프로 축구선수로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는 여전히 그 당시를 생생하게 떠올렸다.

스포츠한국은 조규성의 프로 무대 첫 스승인 김형열(59) 전 FC안양 감독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조규성의 프로 데뷔 시즌, 스승이 바라보는 '제자 조규성'에 관해 전한다.

FC안양에서 제자와 스승으로 만난 조규성(왼쪽)과 김형열 감독. ⓒ프로축구연맹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될성부른 떡잎'

김형열 감독은 가톨릭관동대학교 축구부 감독직을 맡던 시절 광주대학교에서 뛰던 안양공고 후배 조규성의 존재를 처음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2019시즌을 앞두고 조규성은 자신을 우선지명했던 안양의 신인 선수로, 김 감독은 안양의 신임 사령탑으로 만나 사제의 연을 쌓는다.

김 감독은 조규성이 '될성부른 떡잎'이라고 봤다며 "조규성이 큰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2019년 당시에도 했다. 규성이는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함께 조언을 잘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활동량도 좋았고 최전방 공격수지만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공격수가 수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 선수가 지도자의 조언을 그대로 수용하고 개인 훈련까지 하는 경우가 사실 드물다. 그런데 규성이는 엄청난 지구력을 바탕으로 수비도 열심히 하고 팀 훈련 앞뒤로 개인 연습을 꾸준히 했다. 이런 점들이 축적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9년 FC안양의 사령탑을 맡던 당시 김형열 감독. ⓒ프로축구연맹

조규성의 승부욕 역시 성실함에 뒤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규성이가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선발로 나선 것은 아니었다. 나중에 코칭스태프를 통해 들은 얘기인데 규성이는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선발 출전할 줄 알았다더라. 그런데 감독이 자신을 한동안 교체 자원으로 경기에 내보내니까 더욱 독을 품고 운동했다고 들었다. 본인이 좋은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노력한 것"이라고 전했다.

겸손함과 독기를 모두 선보이며 김 감독의 신임을 산 조규성은 프로 데뷔 시즌부터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2019시즌 K리그2에서 33경기 동안 14골 4도움을 올리며 득점 4위로 리그를 마쳤고 안양의 사상 첫 K리그2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안양은 비록 K리그2 PO서 부산 아이파크에 패해 1부리그 승격이 좌절됐지만 조규성에게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데뷔 첫 해였다. 조규성은 시즌 종료 후 K리그2 베스트 11 공격수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조규성을 눈여겨본 당시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가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2020시즌을 앞두고 그를 영입한다. 그렇게 조규성과 김형열 감독이 안양에서 써 내려간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프로 데뷔 시즌부터 FC안양 공격의 중심이 된 조규성(왼쪽). ⓒ프로축구연맹

▶더 큰 미래로 나아갈 '제자 조규성'에게

1시즌 만에 헤어지게 됐지만 스승은 그저 제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김형열 감독은 조규성의 전북 이적 당시를 떠올리며 "규성이가 '스타' 이전에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전북으로 이적할 때도 당시 전북의 수석코치였던 김상식 감독에게 '순발력 등 눈에 보이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걸로 규성이를 평가하면 안 된다. 분명히 팀에 큰 공헌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끊임없는 발전을 통해 U-23 대표팀, A대표팀, 그리고 월드컵 대표팀 발탁까지 이뤄낸 조규성이다. 김 감독은 "규성이의 실력이 많이 상승한 시기는 2019년 U-23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라고 본다. 규성이가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자신감을 얻은 상태에서 당시 U-23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김학범 감독님이 선수의 어떤 점을 좋게 보는지를 얘기해줬다. 규성이도 열심히 하고 감독님도 그 모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면서 그 때 A대표팀, 그리고 월드컵으로 가는 기틀이 마련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2019년 첫 만남 이후로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사제 간의 정은 여전히 끈끈했다. 조규성의 카타르 월드컵 활약상을 지켜봤는지를 묻자 김형열 감독은 "물론이다. 재방송까지 다 봤다. 규성이가 월드컵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해 '카타르에서 선생님이 생각났어요'라며 전화를 주더라. 그래서 규성이에게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축구하자'고 말해줬다"고 조규성과 있었던 일화를 밝혔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최고 스타가 된 조규성. ⓒKFA

김 감독은 이어 "규성이는 앞으로 더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스타플레이어들 중에도 중간에 포기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이는 마음의 자세에 달린 것이다. 규성이는 지도자의 주문을 굉장히 잘 받아들이고 곧바로 실천하는 선수다. 어느 감독이 싫어할 수 있겠나"라며 제자에게 찬사를 보냈다.

카타르 월드컵 이후로 독일 마인츠나 스코틀랜드 셀틱, 튀르키예의 페네르바체, 갈라타사라이 등 유럽 유명 구단들이 1월 이적시장에서 조규성의 영입을 노린다는 소문이 줄을 잇고 있다.

더욱 넓은 무대로 꿈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 제자에게 옛 스승이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김 감독은 조규성에게 "실력에 대해 자신감을 갖되 겸손을 잃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운동은 나보다 더 좋은 감독님들 밑에서 잘 배울 것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봐 왔던 스승으로서 규성이에게 좋은 인성을 갖추고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조언들을 잘 받아들이며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성. ⓒKFA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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