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 홍경 "범석의 아픔, 시청자 한분이라도 알아주시면 성공"[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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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질문에도 흔쾌하거나 뚜렷한 답을 못내놨다.
총 5개월여가 넘는 촬영기간동안 '약한영웅 클래스1'(이하 '약한영웅'/유수민 감독, 한준희 크리에이터)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범석 역을 맡아 오롯이 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온 탓일 터였다.
그저 "범석은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이 친구를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친 기억도 많고 범석의 마음에 잘 다가가지 못해 '그가 나쁘게만 보이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이 늘 앞섰다"는 것이 한결 같은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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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단 하나의 질문에도 흔쾌하거나 뚜렷한 답을 못내놨다. 총 5개월여가 넘는 촬영기간동안 '약한영웅 클래스1'(이하 '약한영웅'/유수민 감독, 한준희 크리에이터)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범석 역을 맡아 오롯이 그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온 탓일 터였다.
배우 홍경은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묻는 질문에도, 가장 만족스러운 장면을 묻는 질문에도 어느 하나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답을 내놨다. 그저 "범석은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이 친구를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친 기억도 많고 범석의 마음에 잘 다가가지 못해 '그가 나쁘게만 보이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이 늘 앞섰다"는 것이 한결 같은 답이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웨이브 '약한영웅'은 웨이브 유료 가입자 기여도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4주 연속 OTT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국내 OTT 사업자 경쟁에서 웨이브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리는데 톡톡한 기여를 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1'(극본·연출 유수민, 이하 '약한영웅)은 상위 1%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이 처음으로 친구가 된 안수호(최현욱), 오범석(홍경)과 함께 수많은 폭력에 맞서 나가는 과정을 그린 약한 소년의 강한 액션 성장 드라마다. 서패스, 김진석 작가의 인기 네이버웹툰 '약한영웅'을 원작으로, 실력파 감독 유수민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의 성공을 이끈 한준희 크리에이터가 뭉쳤다.
홍경이 연기한 오범석은 극중 학교폭력 피해자이지만 전학을 간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 연시은(박지훈)과 안수호(최현욱)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꿈꾸게 되는 인물. 하지만 어렵게 사귄 시은, 수호와의 사이에 오해가 생기면서 작은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되고 오범석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이들의 친구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고 만다.
배우 홍경을 최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하얀 얼굴과 고운 피부, 얌전한 말씨가 인상적인 홍경에게서 그 누구도 쉽게 꺾을 수 없는 연기를 향한 굳은 뚝심과 자신만의 성취가 느껴졌다. 강하고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그가 말하는 단어들은 단단했고 힘이 셌다.
- 범석을 어떻게 해석했나.
▶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매순간 범석이 관통하며 느끼는 감정에 다가서려고 했다. 유수민 감독님 또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보다 어떻게 이해하고 다가설것인가'를 이해하라고 하셨다.
- 'D.P'를 함께 했던 한준희 크리에이터가 캐스팅 제안을 했을 때 거절했다던데.
▶ 처음에 이 프로젝트를 듣고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함께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사실 매혹의 지점이 있었다. 깊은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한준희 감독님과 유수민 감독님이 '그래도 함께 하자'고 하셨고 결국 수락했다.
- 어떤 두려움이 있었나.
▶ 어느 하나라고 특정짓기 어렵다. 모든 부분이 그랬다. 범석이 겪는 일들과 과정, 상황 중 순탄하거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들이 없더라. '제가 온 마음을 다 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두렵더라.
- 촬영 장면 중 뿌듯했거나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 '참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 없다. 온 마음을 다해 범석과 마주보고 걸으려고 했지만 잘 했다고 느낀 순간이 단 한번도 없다. 그래도 이런 인터뷰를 하면서 기자분들께 칭찬을 받으니 힘을 얻게 된다.
- 원래 자신에 대한 평가에 박한 편인가.
▶ 제가 볼 때는 부족하다. 마음을 다 했지만 그 마음이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다.
- SNS 사건을 계기로 범석이 흑화하기 시작한다. 범석이 변화하는 계기를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 후반 빌런 느낌이 좀 있는데 범석은 마냥 미워할 수는 없는 캐릭터였다. 이 친구에 대한 걱정에 잠을 설친 기억도 많고 이 친구의 마음에 잘 다가서지 못한 적도 있다. 관객들에게 이 친구 행동이 마냥 나쁘게만 보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됐다. 다만 범석의 쓰리고 아픈 마음을 1/100의 관객 분들이라도 알아봐 주시면 좋겠다. 범석이라는 친구를 정의내리기는 너무 어려운데 누구나 한번쯤 이런 종류의 비슷한 감정을, 10대 소년 범석과 같은 감정을 느끼며 살지 않았을까 싶다.
- 범석이 느낀 그 감정은 무엇일까.
▶ 사랑의 결핍일 수 있는데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일 수도 있고 친구들간의 사랑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순수한 10대 때 온전히 마음을 쏟았을 때 그것을 잃는다면 더 상실감이 크지 않나. 열등감이나 소외감일 수도 있고 소속감의 결핍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사랑받고자 몸부림치는 행위일 수도 있지 않을까.
- 범석이 시은, 수호와 단절하고 영빈(김수겸), 정찬(윤정훈) 패거리와 어울리는 계기를 표현할 때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 범석의 흑화라고들 표현하시는데 사실 어려웠다. 범석의 미묘한 감정의 변화들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궁금하더라. 특히 범석이 모든 인물들과 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기에 어떤 한 지점도 놓쳐서는 안될 것 같았다. 여러가지를 관객들께 잘 전달드리고 싶었다. 전부 세밀한 작업들이었고 어떤 한 장면을 꼽아서 잘 했다거나 힘들었다고 말씀 드리기 어려운 것이 정말 모든 장면에 애정을 쏟았다. 오히려 박지훈, 최현욱 장면에는 좋은 장면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 수호에게 알바비를 주겠다며 시은을 구하러 가자고 할 때 범석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 어떤 흑심같은 것보다 두 사람을 향한 순수한 사랑이나 우정 아니었을까.
- 범석이 수호에게 거침 없는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촬영 자체도 힘들었을 것 같다.
▶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특히 범석과 수호가 싸우는 장면 이전 우영과 수호가 싸우는 장면부터 이미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고생을 했다. 수호 역의 최현욱이 정말 고생했다. 그 많은 액션과 범석과의 감정적 대립도 연기해야 했기에 노력을 많이 했다. 컷수도 많았고 굉장히 화려하고 리얼하게 촬영된 장면이다. 현욱이는 몸을 많이 써야 했고 무술 감독님이나 촬영, 조명팀도 모두 힘드셨을 장면이었다.
- 이 장면을 촬영할 당시의 심정이 기억나나.
▶ 범석이 겪어 나간 감정을 최대한 붙어서 마주봤었다.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 내 의식과 이성적 판단으로 매순간 선택하고 판단을 하면 좋겠지만 감정과 무의식에 휩쓸리기도 하지 않나. 그래서 10대 때는 누군가 꼭 옆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감정과 마주했던 것 같다. 원래 연기를 할 때 목소리나 표정, 행동을 계획하고 하지 않는다. 그 상황에 놓인 인물의 상태와 감정, 상황 등에 충실하려고 한다. 범석 옆에 서있는 심정이다. '이 친구도 참 힘들겠다' 싶더라.
- 박지훈, 최현욱과는 서서히 친해졌다고 하던데.
▶ 우리 세 명 모두 말이 없는 편이다. 말이 없다고 해서 어색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말이 없어도 편했다. 현실에서 친하다고 작품에 잘 담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어색하고 친하지 않아도 연기는 더 잘 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서로 걱정해주고 위로하고 또 힘을 주고 받았다. 사실 한 작품을 앞에서 끌어본 경험은 박지훈, 최현욱 배우보다 제가 더 적다. 두 배우가 이 작품을 어떻게 이끄는지 옆에서 지켜봤다.
- '약한 영웅'이 지금 이 시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 작품의 가치인 것 같다.
▶ 지금보다 더 많은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나오는 감독님들과 배우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저 또한 새로운 작품들을 끊임없이 보고 싶다. 연기 잘 하는 10대, 20대 배우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새 배우들이 많이 발굴되면 좋겠다. 관객들은 진솔하고 솔직한 작품은 대번에 알아보시는 것 같다. 신문만 읽어도 격앙되고 극단적인 입장들이 오가지 않나. 영화나 연극, 드라마의 힘은 연대의식과 입장이 다른 상대를 서로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데서 나오는 것 같다.
- 수호를 향한 범석의 감정이 단순한 우정이 아닌 그 이상의 감정 아니냐는 해석도 있던데.
▶ 친구에 대한 사랑도 이성에 대한 사랑만큼 깊을수 있지 않을까. 사실 배우가 작품을 이렇다 저렇다 해석하는 것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 해외로 떠나는 결말을 맞이한 범석의 이후 삶은 어땠을지 상상해봤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본에 나와 있는 것을 잘하려고 했다. 그저 범석의 손을 잡고 옆에서 걸었을 뿐이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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