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프리 아나운서 부당해고' 부인하며 과거 자소서까지 들춘 CBS

김예리 기자 2023. 1. 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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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아냐, 프리랜서 신분으로 이익 향유"
언론 입장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 인신공격성 표현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7년 넘게 일한 '무늬만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잘랐다가 거듭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CBS의 해명이 논란이다. CBS 측이 해당 아나운서가 '아나운서'로 일한 사실을 부인하거나 노동위원회가 기각한 내용을 거듭 주장하면서다. CBS는 과거 공개채용에서 수집한 최 아나운서의 자기소개서 내용까지 공개했다.

CBS는 지난 3일 미디어오늘의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 부당해고 관련 질문에 장문의 입장문을 내 반박에 나섰다. CBS는 먼저 “최태경씨를 아나운서로 채용한 사실도, 계약한 사실도 없기 때문에 단체협약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CBS가 노사 단체협약을 위반해 아나운서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정규직 업무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했다는 보도에 대한 반박이다.

[ 관련 기사 : '무늬만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해고 CBS, 단협 위반 몰랐나 ]

▲경남CBS 유튜브 갈무리. 최태경 아나운서를 경남CBS 아나운서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CBS가 실제 최 아나운서에게 업무 지시하고 방송한 내용은 CBS의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최 아나운서는 CBS 내 정규직 아나운서와 조를 짜고 시간대를 조율해가며 뉴스를 진행했다. 정규직 아나운서가 맡던 '찬양과 함께'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진행했다. 정규직 고유의 업무인 광고 편성과 방송 재허가 서류 작업도 했다. 모두 회사 운영이나 수익과 직결돼 '외부인'에게 맡길 수 없는 업무다. CBS는 자사 방송과 명함에도 최태경 아나운서를 '아나운서'라 칭했다.

CBS는 “최씨는 프리랜서 신분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향유하려” 했다며 최 아나운서가 정규직 아나운서 공개채용 당시 제출한 자기소개서 일부를 공개했다. CBS 측은 “최태경씨가 '2020년 CBS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제출한 입사지원서 중 자기소개서를 보면, '빛과 소금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 정규직 대신 프리랜서를 선택하기도 했다'라고 직접 기술”했다며 “본인이 자의에 의해 프리랜서로 계약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CBS가 최 아나운서의 재직 시절 지급한 명함
▲최태경 아나운서가 경남CBS에 근무할 당시 홈페이지 조직도. 최 아나운서를 정규직과 같은 아나운서(Ann)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CBS는 “최태경씨는 실제로 프리랜서 계약 기간 중 CTS 등 경쟁 업체에서 방송 제작 업무를 수행했다”며 “최 아나운서가 회사에 일체 사전, 사후 보고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외부 행사 MC를 하여 수익을 올렸다”고 했다.

그러나 최 아나운서의 해명은 달랐다. 최씨는 퇴사 당시이던 지난 2019년 1월 경남CBS 보도국장에게 재입사해달라는 제의를 받았고, 최 아나운서는 당시 타 방송사의 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한 사실을 밝히고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최씨는 “'(CBS의) 일을 하는 데 방해만 안 되면 된다'는 승인을 받고 한 달에 두 번 휴가를 써 일했다”며 “그러나 광고편성 업무와 '찬양과 함께' 프로그램까지 맡으면서 도저히 병행할 수가 없었다. CTS 일을 3개월 뒤 그만뒀다”고 말했다. 최 씨는 외부 행사를 상부에 보고하거나, 보도국장 지시에 따라 임시정부기념식 외부 행사를 진행한 기록도 노동위원회에 제출했다.

▲최태경 아나운서의 경남CBS 근무 당시 업무수행 기록. 보도국장이 정한 바에 따라 외부행사(왼쪽)를 하고, 광고편성 업무(오른쪽 위)와 취재협조 요청 행정 공문 작업을 했다.

CBS는 “(최 아나운서가) 정규직 아나운서라고 한다면 당연히 수행해야 할 편집, 워딩 등의 업무에 대해 CBS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본인 편의에 따라 선호하는 주간 시간대 뉴스만 고정 진행하겠다고 고집함로써 타 직원들의 노동 강도나 공동체성을 훼손시켰으며, 개편 시즌에는 본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시간 조절 등의 협의에도 일체의 협조를 거부하여 경영상의 차질이 발생된 사실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각 주장에 구체적 사례를 묻는 질문에는 “여러 차례 충실히 답변을 드렸다고 생각한다”며 “행정소송 중이기에 법원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는 것을 우선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편집'과 '워딩' 업무는 이른바 '프리랜서'와 정규직 아나운서가 함께 해왔다는 게 최 아나운서 반박이다. 최 아나운서는 “첫 입사 당시 정규직과 제가 나눠 설교편집을 했다. 그런데 점점 프리랜서들이 더 많은 양을 맡게 됐는데, 회사가 제게 줄 수 있는 비용은 월 총 180만원으로 한계가 있었기에 업무분장 때 다른 일을 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했다. 그는 “회당 1만원을 받고 2시간 짜리 인터뷰 프로그램 전문을 받아쓰는 워딩 업무 단가를 올려달라고 했더니 이 업무에서 저를 빼면서 월급이 160만원대로 줄어들었다”고도 했다.

최 아나운서는 뉴스 시간대에 대해서도 “원하는 시간대를 고집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규직 아나운서가 맡게 된 광고편성 업무가 오후 3~5시에 집중돼, 상호 배려해 업무분장한 결과라는 것이다. '프로그램 시간 조절 협조를 거부했다'는 주장에는 “목사님들께 후원금을 받고 설교파일을 편집해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 목사님이 제가 입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후원조로 설교방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사측이 광고를 위해 (후원 금액을 줄이지 않고) 프로그램 길이를 줄이겠다고 해 반대 의견을 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0개 노동·사회단체는 지난해 11월10일 오전 서울 목동 CB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판정에도 프리랜서로 쓰겠다고 우기는 CBS를 규탄한다”며 “꼼수 원직복직 대신 최 아나운서를 당작 정규직 아나운서로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CBS는 입장문 끝 무렵 최태경 아나운서를 두고 “동료들의 호의적인 언행을 녹취, 캡쳐하고 사실을 왜곡, 과장하여 노동위원회의 판정을 흐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최 아나운서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거듭 증거로 기각된 사실을 계속 꺼내드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정규직 선배들이 퇴근한 뒤 혼자 남아 밤을 새가며 방통위 재허가 서류 업무를 했다. 업무수행에 대한 대금은 당연히 없었다. 그렇게 일한 뒤 '공동체 파괴'와 '이익 향유'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CBS는 왜 7년 동안 일하도록 하고, 퇴사한 뒤 다시 불렀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최 아나운서를 대리한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회사 입장을 보면 노동위 과정에서 주장한 골자를 반복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 아나운서에 대한 악의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김 노무사는 CBS가 부당해고 판정 받은 최 아나운서를 '프리랜서'로 재계약한 것을 두고 “노동위원회가 이같이 나쁜 선례를 용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CBS는 최태경 경남CBS 아나운서를 '프리랜서'로 채용했다가 지난해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 통보했다. 최 아나운서는 경남CBS에서 4년 4개월, 부산CBS 2년, 울산CBS 1년을 합해 총 7년 4개월을 CBS에서 프리랜서로 일했다. 최 아나운서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경남지노위와 중노위는 거듭 그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며 CBS에 복직명령했다. CBS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한편 이행강제금을 피하기 위해 그를 '프리랜서'로 복직시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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