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은 전세사기…'막막'한 구제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빌라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전세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많게는 천 채가 넘는 전셋집을 소유한 이른바 '빌라왕'들이 잇따라 숨지며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는데요.
특히 사회초년생인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서민들을 울리는 사기 피해의 실태가 어떤지, 그리고 사기 피해 위험을 어떻게 줄여야 할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채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청년 울리는 '빌라왕·건축왕'…"구제 막막" / 한채희 기자]
2년 전 신혼 생활을 시작하며 전셋집을 얻은 배소현 씨.
입주한 지 6개월 만에 사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배소현/전세 사기 피해자> "악성 임대인 리스트에서 저희 임대인 이름을 확인했는데 똑같은 이름이 있다…"
다소 늦더라도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 전세금을 돌려받으려 했던 배 씨는 임대인 김 모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난처해졌습니다.
<배소현/전세 사기 피해자> "만기일 시점 2개월 안에 우리는 무조건 이 집을 나갈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안고 있었는데 이제 사망을 하면서…"
배 씨가 사는 빌라에 피해자는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된 또 다른 지역입니다. 이 빌라의 세입자들은 두어 세대를 제외하고 전부 같은 전세 사기범으로부터 피해를 봤습니다.
생애 첫 독립을 시작한 이보성 씨는 부모님과 함께 꼼꼼하게 계약서를 따져봤습니다.
풀옵션 인테리어에 이사 비용까지 지원해준다는 제안은 달콤한 유혹이었습니다.
역시나 사기였습니다.
치솟는 금리에 대출 이자를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진 상황.
<이보성/전세 사기 피해자> "제 또래인 세입자분들이 되게 많으신데 그분들도 역시 올해 100만 원 정도 되는 이자를 계속 낸다고 하시더라고요."
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구제받을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이보성/전세 사기 피해자> "저도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신혼집을 또 알아볼 수도 없는 상황이고…국가에서 법이 개정되거나 세금 문제가 해결되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거나, 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 했던 사회초년생 등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지난달 22일)> "이번에 전세 계약한 거 저 처음이에요. 법적인 단어랑 부동산 관련해서 듣는 거 대부분 아마 모르고 처음 접해보는 거일 거예요."
경찰은 조직적인 전세 사기 범죄에 배후가 있다고 보고, 지난 7월부터 전국 시도청을 중심으로 단속에 나섰습니다.
이에 따라 '빌라왕', '건축왕' 등으로 불리는 사기범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아직 멀었다고 합니다.
<배소현/전세 사기 피해자> "오늘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똑같이 일을 벌이고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근데 그 피해자들은 또 상황을 모르고 나는 괜찮겠지 하고 계약을 하겠죠."
연합뉴스TV 한채희입니다.
[이광빈 기자]
전세사기범들은 개인이 아닌 조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개별 세입자는 조직화된 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큰데요.
사기 피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전에 점검해봐야 할 사항들이 무엇인지,
팽재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전세사기…"보험과 발품" 중요 / 팽재용 기자]
전세 계약을 할 때 세입자는 집주인의 채무 정보나,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있는지 일일이 따져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악성 집주인이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보증금을 처음부터 노린다면 눈뜨고 코 베이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첫 번째 안전장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등에서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방문 또는 인터넷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입비가 일부 발생하는데, 꼭 필요한 투자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종완 /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세입자의) 60%는 전세보증보험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안전장치인데, 이것마저도 비용이 들어가니깐 안 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기꾼 입장에서는 먹잇감이 되기에 굉장히 좋죠."
전세보증보험이 완벽한 예방책은 아닙니다. '빌라왕' 사건처럼 집주인이 사망했을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시간이 걸리는 등 결함이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 계약을 할 때 안전한 집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팽재용 기자> 전세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주변의 시세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한 곳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방문하며 정보를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을 파악하기 어려운 신축 빌라를 계약할 예정이라면 주변 비슷한 매물의 최근 거래 내용이라도 챙겨봐야 합니다.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분양한다면 전세사기 매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종혁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 "신축 빌라들은 기존의 거래현황이라든가 경험 사례가 없다 보니깐 가격이 부정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가격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인근에 있는 공인중개사입니다. 그래서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주택 소유주가 집주인 아닌 신탁회사일 경우 전세사기에 악용될 위험성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계약 전에 전세보증금보다 선순위의 채권이나 보증금은 없는지 등기부등본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연합뉴스TV 팽재용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전세왕' 유형의 사건 외에 부동산 사기 형태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연수익 20% 보장합니다"
길거리에서 나눠주거나 지하철에 창문 틈에 끼인 전단에서 이런 내용을 보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분양하는 광고인데요. 혹시 이런 매물에 관심을 두더라도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예를 들면 1억에 오피스텔이나 상가를 분양받으면 1년에 2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것인데요. 실제 이런 매물들은 공실이 나기 쉬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만약 대출로 이런 투자를 했다면, 공실로 이자 부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겠죠.
땅에 투자하라는 광고도 보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이른바 기획부동산들이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를 내놓고 허위 과장 광고로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수법입니다.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쪼개 비싼 값에 파는 것인데요.
전원주택인지 알고 매입했더니 민간인 통제선 지역이거나, 개발제한구역이어서 피해를 본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매도자 측이 선입금을 강요한다거나 계약 전까지 지번 등 해당 물건지의 정확한 정보를 달라고 해도 주지 않을 경우 의심해봐야 합니다.
애초 텔레마케터로부터 토지 매입을 권유받은 경우도 기획부동산일 가능성이 큽니다. 토지 등기부등본상 소유자가 아닌 법인이 판매하거나 소유자이더라도 단기간 소유한 토지일 경우에도 사기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건물의 경우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에 나온 정보가 일치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계약서 체결에 매도인 본인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위임장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대리인이 매매계약 체결뿐만 아니라 잔금 수령까지도 위임받았는지, 인감증명서의 경우 3개월 안에 발급됐는지 챙겨봐야 합니다.
부동산 사기 유형이 다양해지다 보니, 그만큼 확인해야 할 것들이 늘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실태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에 부심인데요.
미연에 사기에 걸려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임차인에게 최대한 많이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구하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피해 속출하는데 관련법 '계류중'…전세사기 대책은? / 구하림 기자]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적극 나섰습니다.
부처 내에 전담 대응 조직을 꾸렸고 임차인을 위한 전세 관련 설명회 등 정보 제공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시 임차인이 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액을 기존 1억 5,000만 원에서 1억 6,500만 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도 마련했습니다.
<원희룡 /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 3일)> "서민들이 손쉽게 사기 방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전세사기 방지 어플리케이션을 채택할 것이고요… 국가의 보증여력을 키우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겠습니다."
임차인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인데, 사기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보인 임대인의 변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입니다.
국회 차원의 입법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세징수법 개정안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미납 국세 내역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정보불균형을 해소해 전세사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전세사기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던 지난해 발의됐는데, 본회의 통과는커녕 여전히 상임위 단계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이처럼 전세사기를 막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담은 법안은 여러 건 발의돼있습니다. 하지만 여야 힘겨루기에 치여 상임위에 상정된 채 제대로 된 심사도 이뤄지지 못한 게 태반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법안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 일명 '나쁜 임대인 공개법' 입니다.
전세사기가 발생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잠적한 임대인 대신 전세금을 갚아주고, 변제를 오랜 기간 방기하는 임대인 정보를 공개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 역시 국토위에서 계속 심사 중입니다.
처벌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법안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은 전세사기범은 무조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대책은 마련돼있지만, 대부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서민층에 피해가 큰 전세사기의 확산을 막기위해선 정치권이 보다 발빠르게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구하림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빌라왕'들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이나 신혼부부 사회 초년생들입니다. 어렵게 모은 그들의 전 재산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있습니다. 대출을 받아 전세 보증금을 마련한 피해자들은 상황이 더 심각한데요.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상당 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야 합니다. 해당 물건이 경매에 부쳐지더라도 경매가가 전세금보다 낮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더 안타까운 건 현재 드러난 전세사기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기가 사는 빌라가 아직도 '깡통전세'인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조직적이고 지능화된 전세사기에는 속수무책일 수 있습니다.
개인도 조심해야 하지만, 국가도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신속히 해야 합니다. 관련 대책이 잘 실행되는지 점검하고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들도 신속히 심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전세사기 #기획부동산 #빌라왕
PD 김선호 AD 김다운 송고 이광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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