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N이슈] "23억원 물어내라"‥자살 부른 '산재보험'
[뉴스데스크]
◀ 앵커 ▶
장해 급여.
산업재해를 당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노동자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복지 제도입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부정 수급자를 적발하면 지급했던 급여를 환수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한 70대 남성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가 숨진 뒤 법원은 부정수급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차주혁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비계공으로 일했던 원적묵 씨는 38세되던 1986년, 철골에 머리를 맞고 6미터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7년간의 요양 끝에 몸은 회복됐지만, 약 기운만 떨어지면 욕설과 폭행, 이상행동을 반복했습니다.
[강순남/고 원적묵 씨 아내] "정신과 선생님 말마따나 멀쩡한 사람들이 볼 때는 똑같은 사람이래요."
근로복지공단은 뇌 손상에 따른 장해 판정을 했습니다.
지정 의료진의 정밀 심사를 거쳐 1993년 2급, 4년 뒤엔 다시 1급.
이때부터 한 달 평균 3백만 원 정도씩 장해급여가 지급됐습니다.
[강순남/고 원적묵 씨 아내] "왜 애들까지 고통을 주나 싶어서 절대 말 안 했어요. 이 동네 사람 아무도 몰라, 정신병."
장해급여를 받은 지 26년째 되던 해, 멀쩡한 사람이 급여를 받는다는 제보가 접수됐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잠복 조사를 벌였고, 혼자서 운동을 하고, 낚시터에 다니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부정수급이라 결론 내린 공단은, 26년 동안 지급한 급여를 환수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아내에게 지급된 간병급여까지 포함하면 총 11억6천만 원.
환수 규정에 따라 2배인 23억 원을 물어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규정은 달랐습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 "받을 수 있는 시효가 3년이거든요. 그게 한 1억 얼마 정도 되더라고요. 배액하면 한 2~3억 정도…"
20억원이 넘는 돈을 물어내야 할 걱정에, 수사까지 받게된 원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검찰은 장해급여에 대해선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고, 1심 법원은 아내가 받은 간병급여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원 씨에게 실제 상당한 장애가 있었고, 다수의 전문 의료진들이 공통된 진단을 내렸다고 판단한 겁니다.
[강순남/고 원적묵 씨 아내] "그 장해 1급을 우리가 만드는 게 아니에요. 자기네가 1급을 만들어 놓고 왜 우리한테 그 누명을 덮어씌워서 사람을 죽게 하냐고요."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5년간 산재 부정수급으로 1천3백여 명을 적발해, 이들 중 98명을 형사고발 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 "대부분 제보를 받습니다. 주위 분들하고 좀 관계가 안 좋거나 그러면, 그분들이 신고를 많이 하시거든요."
제보에 의존해 의심부터 하다 보니, 재판에서 패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김위정/산업재해 전문 변호사] "나중에 나아졌다는 이유로 '최초에 결정된 장해 등급이 부정수급이다'라고 계속 조사를 하고 있어요.애초에 제도가 좀 잘못됐습니다."
부정수급자를 많이 적발하는 것 보다,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지 않는 것이 국가 복지기관의 책무입니다.
[고 원적묵 씨 딸]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이런 식의 복지 제도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당하는 사람들이 한둘이겠냐고요."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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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혁 기자(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43475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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