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자산만 17억!…연금부자 ‘이것’으로 돈 불렸다는데 [신화!머니?]

신화 기자(legend@mk.co.kr) 2023. 1. 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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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부자 ①

매일경제 국내주식 유튜브 ‘자이앤트’ 코너 <신화!머니?> 영상 갈무리
여러분 다들 연금투자 하고 계시죠? 경기가 좋지 않지만 그래도 노후 대비를 위해서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돈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그래도 예전에 비해 요즘은 퇴직연금 투자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지면서 연금 투자를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퇴직연금 자산이 10억원 이상인 ‘연금 부자’가 4년 사이 4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연금 자산만 순수하게 10억원 이상을 모은 분들은 대체 어떻게 자산을 불린 건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오늘은 이런 연금 부자들이 어떤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지, 이분들의 계좌를 한번 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래에셋증권에서 연금 부자들의 계좌 250여개의 포트폴리오를 전수조사한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기준은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만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분들이고요, 이분들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연금 자산을 불릴 수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미래에셋증권의 자료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잔고 10억원 이상의 IRP 계좌 수 자체가 4년 사이 4배나 증가했다는 겁니다. 지난 2018년 63명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10월 말 기준 245명으로 늘었습니다. 이건 사실 부자들의 수가 증가했다기보다 연금 계좌에서 투자금을 굴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는데요. 퇴직연금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국민들의 금융 지식수준도 높아지면서 IRP 계좌 자체가 많이 늘었습니다.

이 연금부자 245명의 평균 연령은 61.9세였습니다. 연령대는 60대가 53%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32%, 70대가 10%를 차지했습니다. 이들의 평균 연금 자산은 무려 17억 2082만원에 달했는데요, 17억이면 은퇴 이후를 30년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 달에 약 470만원씩을 받아도 남는 돈입니다. 아주 풍족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돈이죠?

그럼 이분들이 어떤 자산에 투자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IRP 계좌에서 투자가 가능한 자산부터 간략히 말씀드리면, 개별종목을 빼고는 거의 다 가능합니다.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 채권, 예금 등이 대표적입니다. 일단 가장 높은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펀드였습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전체 자산의 약 3분의 1을 펀드에 투자했는데요. 최근 주식시장이 부진해서 두 자릿수대 손실을 보이는 상품도 많은데, 그럼에도 연금부자들은 여전히 펀드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모습입니다.

펀드 중에서는 연금에 특화된 상품인 생애주기형 상품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생애주기형 상품은 타깃데이트펀드(TDF), 타깃인컴펀드(TIF) 등이 대표적인데요, 말 그대로 내 생애주기, 즉 은퇴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냐에 따라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율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상품을 의미합니다. 내가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젊은 투자자다, 하면 주식 비중을 높인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요, 은퇴까지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일수록 주식보단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인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제공합니다.

생애주기형 상품은 내가 따로 신경써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없다 보니 연금 자산을 굴리기에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최근 몇 년 새 시장 규모가 급증했습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의 연금 부자들만 해도 TDF, TIF에 투자하는 금액이 지난 4년 새 30배 가까이 늘어났는데요, 2018년 22억원에 불과했던 규모가 2022년에는 633억원까지 불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증시가 고꾸라졌던 2019년에도 연금 부자들의 TDF, TIF 투자 규모는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연금 계좌로 ETF에 투자하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재밌는 게 연금 부자들의 ETF 투자 비중은 1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줄었습니다. 2011년에는 ETF가 전체 포트폴리오의 9.74%나 차지했는데, 2022년에는 이 비중이 7%대로 떨어졌습니다. 2011년이면 국내에서 ETF 투자가 대중화되기도 전인데, 역시 연금 부자들은 남들보다 발빠르게 투자에 나선 모습이죠? 그런데 지난 10년 사이 TDF나 TIF처럼 연금 투자에 특화된 상품이 등장하고, 점점 보편화되면서 ETF 비중이 조금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이 계좌들의 가장 최근 변화를 보면요, 확실히 좀 보수화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2022년 주식시장이 아주 어려웠던 만큼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습니다. 21년 10월 말까지만 해도 평균 예금 비중은 전체의 7%에 불과했는데, 22년 10월 말에는 19%까지 올라왔습니다. 펀드나 ETF 같은 상품에 투자했던 자산을 예금으로 옮겨온 건데요. 작년에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주식에서 돈을 빼서 은행 예·적금으로 옮기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했죠. 이런 흐름이 연금 계좌에서도 나타난 걸로 보입니다.

정리하자면 연금부자들은 펀드 같은 위험자산과 예금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금융 상황에 따라 리밸런싱하는 등 적극적으로 연금 자산을 관리해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시장이 좋든 나쁘든 TDF, TIF같은 장기투자용 펀드의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는 것도 눈에 띄는 포인트입니다. 사실 TDF 중에서는 주식 비중이 높은 상품도 많기 때문에 시장이 나쁠 때는 손실이 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이런 생애주기형 상품의 경우 목표 은퇴시점까지 펀드를 해지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애초에 구조 자체가 목표 은퇴시점까지 투자를 이어갔을 때 극대화된 수익률을 가져가도록 설계됐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연금 부자들은 어떤 패턴으로 연금 자산을 투자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이어서 다음 편에서는 펀드, ETF, 채권 등 자산별로 가장 많이 투자된 상품과 종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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