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대사가 “판타스틱” 외친 한국기업…‘살만이형’도 인정할까 [홍키자의 빅테크]
[홍키자의 빅테크]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장안의 화제였습니다. 1박에 2200만원에 달하는 롯데호텔 로열스위트룸에 묵으며 객실 400개를 통예약했다는 소식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죠.
더 눈길을 끌었던 건 빈 살만 왕세자와 차담회를 진행하기 위해 국내 대표 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총출동한 일이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총수 8명이 빈 살만의 얘기를 경청하는듯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다시금 그의 파워를 실감하게 됐죠.
이들이 모두 롯데호텔로 집결해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서울의 44배 면적의 미래도시 ‘네옴(NEOM) 시티’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총 사업비만 64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인프라 수주 대전이 펼쳐지는 것이고요. 입찰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도시를 짓는다고 하니 삼성물산, 현대건설, 쌍용건설 등 건설사에게 시선이 먼저 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들만큼이나 주목을 받고 있는 회사가 바로 네이버입니다.
네이버 1784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그린팩토리 사옥 옆에 지은 제 2사옥입니다.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네이버의 미래 기술이 융합되고 연결되는 이른바 ‘테크 컨버전스(Technological Convergence)빌딩’이죠.
1784 건물에는 현재 111대의 자율주행로봇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위성항법장치(GPS)가 없어도 지하 8층부터 지상 28층까지 36개층, 5만평의 실내를 이동하고 있습니다. 5000명이 넘는 네이버 임직원의 위치를 확인하고 업무를 보조하는 것입니다.
이때 로봇들은 모두 ‘브레인리스’입니다. 하드웨어인 로봇이 작동하는 두뇌를 주행 로봇 자체에 심게 되면 로봇의 무게가 꽤 많이 나갑니다. 그래서 네이버는 이 로봇들의 두뇌를 클라우드상에 띄우는 ‘두뇌가 없는(브레인리스) 로봇’을 구현합니다. 이 로봇을 클라우드 기반의 중앙 관제 시스템 ‘아크(ARC·AI, ROBOT, CLOUD)’로 모두 통제하는 것이죠. 움직임에 문제가 생기거나 고장이 났을 때 곧바로 알아차리는 겁니다.
1784에는 이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인 ‘로보포트’도 운행하고 있습니다. 지하 2층부터 옥상까지 운행되는 순환식 구조로, 로봇들의 수직 이동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했죠. 여기에 1784 회의실마다 내장된 인공지능 ’클로바‘는 참석자의 신원을 곧바로 확인합니다. 회의록을 자동 기록하고 요약하는 일이 가능한 스마트빌딩이 구현돼 있습니다.
정부·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우디 측은 1784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지대한 관심을 표해왔다고 합니다. 네이버 관계자에 따르면 사미 알사드한 사우디 대사는 네옴시티에서 하고 싶어하는 모든 기술이 1784에 구현돼 있다고 손을 치켜세웠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11월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일행은 1784를 방문한 뒤 큰 놀라움을 표했고, 이후 사미 알사드한 사우디 대사에게 이 곳을 꼭 방문해보라고 추천했던 것으로 알려졌죠. 알사드한 대사는 1784 건물을 돌면서 연신 “판타스틱”을 외쳤다고 합니다.
네이버는 현재 채선주 ESG·대외 정책 대표가 네이버랩스 및 네이버클라우드 주요 임원과 함께 ‘팀네이버’를 꾸렸고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우디 방문 일정에 동행하면서 네옴시티 수주전 참여를 공식화한 상태죠.
아크아이는 네이버가 로봇 친화형 건물을 사업화라기 위해 구축한 인텔리전스 시스템 ‘아크’의 일부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한 로봇을 활용해 실내 공간을 3차원으로 측위하고, 디지털 공간에 이를 복사해 지도를 만드는 솔루션이죠. 현실을 가상의 공간에 그대로 본따온다고 해서 ‘디지털트윈’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쇼핑몰과 공항, 지하철역, 고층빌딩 대규모의 실내외 공간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하다는 데 적합한 솔루션이 바로 ‘아크아이’라는 얘깁니다.
이미 아크버스는 현실 공간을 디지털화하는 기술로, 네이버의 기술자회사인 네이버랩스가 2017년부터 구축해온 고정밀 지도(HD맵) 제작 기술이 고도화된 결과물입니다. 네이버랩스는 독자적인 디지털트윈 구축 솔루션 ‘어라이크(ALIKE)’를 갖췄고요. 위성사진, 항공사진, 이동지도제작시스템(센서를 단 차량이 도로 정보를 수집), 저고도 비행 드론 수집 데이터 등을 활용해 현실 공간을 디지털에 그대로 본뜬 3D 모델을 구축할 수 있죠.
이번이 디지털 트윈 기술을 처음 선보인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에서 분사한 네이버 기술 전문 자회사 네이버랩스는 ‘아크버스’ 플랫폼을 2021년 선보였죠. 아크버스는 네이버랩스가 2017년부터 구축해온 고정밀 지도(HD맵) 제작 기술이 고도화된 결과물입니다.
네이버랩스는 독자적인 디지털트윈 구축 솔루션 ‘어라이크(ALIKE)’를 갖췄고요. 위성사진, 항공사진, 이동지도제작시스템(센서를 단 차량이 도로 정보를 수집), 저고도 비행 드론 수집 데이터 등을 활용해 현실 공간을 디지털에 그대로 본뜬 3D 모델을 구축할 수 있죠.
네이버가 네옴시티 사업을 수주할 경우 네이버랩스와 네이버클라우드 주가는 동시에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신흥 시장인 중동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해외 빅3 클라우드 업체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곳인데, 사우디의 핵심 사업을 수주하면 네이버 자회사들의 인지도가 단숨에 높아진다는 얘깁니다.
네옴시티가 사업이 아니더라도 사우디에는 네이버의 디지털트윈 기술을 선보일 공간은 많죠. 사우디의 여러 빌딩에 네이버의 기술을 이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우디가 네이버를 점찍었다는 것만으로도 네이버가 취할 콩고물이 꽤 많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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