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영광' 체면 구긴 매카시…자중지란에 가시밭길 '예약'

오진송 2023. 1. 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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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신임 하원의장이 14차례나 투표에서 미끄러진 뒤 15번째 투표에서 '턱걸이'로 선출되는 굴욕을 겪으며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매카시 신임 의장은 당내 강경파 반란표를 넘지 못한 채 연거푸 고배를 마시다가 투표 닷새째인 7일(현지시간) 천신만고 끝에 의사봉을 쥘 자격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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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표 설득 못한채 낙마 또 낙마…닷새째 15차 투표 끝 당선
CNN "당내 분열 촉진 계기"…가디언 "험난한 2년 예고"
지난 6일 13차 투표 진행 중에 머리를 감싸는 케빈 매카시 신임 하원 의장. 그는 7일 새벽(현지시간) 15차 투표 끝에 당선을 확정 지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미국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신임 하원의장이 14차례나 투표에서 미끄러진 뒤 15번째 투표에서 '턱걸이'로 선출되는 굴욕을 겪으며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매카시 신임 의장은 당내 강경파 반란표를 넘지 못한 채 연거푸 고배를 마시다가 투표 닷새째인 7일(현지시간) 천신만고 끝에 의사봉을 쥘 자격을 얻게 됐다. 특히 이번 사태로 지난해 11·8 중간선거 이후 계속돼온 공화당의 자중지란이 극적으로 노출된 모양새여서 구심력 약화 등 후폭풍이 계속될 전망이다.

매카시의 험난한 여정은 지난 3일 시작됐다.

투표 첫날인 당시 매카시는 1·2차 투표에서 203표, 3차 투표에서는 202표 등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표를 얻으면서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어 매일 같이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6일 밤까지 이어진 14차 투표까지 낙마를 거듭하던 매카시는 투표 닷새째인 7일 자정을 넘기자마자 15번째 투표 끝에 428표 중 216표를 받아 상처로 얼룩진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 과정에서 매카시는 당내 강경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의장 해임 결의안을 하원 의원 누구나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하원 운영위에 강경파 소속 의원을 더 많이 배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파의 요구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수' 끝에 당선된 매카시 신임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매카시로선 향후 가시밭길이 불가피해 보인다.

강경파 반란표를 조기에 제대로 진압하는데 실패, 당내 장악력에 물음표를 남긴 데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하원내 공화당의 자중지란이 여실히 드러난 상태에서 민주당을 상대로 의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의 사분오열을 조롱하면서 본회의장에 마치 영화를 관람하러 간다는 듯 팝콘을 들고 들어가는 모습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의사봉을 휘둘러보는 매카시 신임 하원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CNN 방송은 이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장악한 만큼 의회의 관심을 다른 의제로 돌릴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번 의장 선출 과정에서 공화당이 겪은 당내 갈등이 앞으로 온건파와 강경파간 내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15전1승'이라는 성적표가 매카시 신임 의장 앞에 펼쳐진 가시밭길의 예고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지난 6일 본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하원의장의 발언권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이는 의회에 가장 불행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매카시 신임 의장은 당선 직후 첫 연설에서 반어법으로 "쉬운 일이었다. 그렇지 않나"라고 농담을 던진 뒤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취재진에게 "오랜 시간이 걸린 덕분에 우리는 통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국 매체인 가디언은 이번 사태로 "새로 선출된 의장 앞에 험난한 2년을 예고한 깊은 균열"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사수한 상원과의 줄다리기에서도 하원 수장으로서 매카시는 달갑지 않은 출발선에 서게 됐다.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는 매카시의 지각 선출에 우려를 표하면서 "그가 꿈꾸던 직업이 미국인에게는 악몽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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