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브리핑] 김정은 "남한은 명백한 적…핵탄두 기하급수적 증산"
<출연 : 이봉석 연합뉴스TV 기자>
[앵커]
지난 한 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다시 정리해보는 토요일 대담 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연합뉴스TV 베이징 특파원과 연합뉴스 북한부를 거쳐 현재 국제 분야를 맡고 있는 이봉석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주요 이슈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면서 핵전력 강화를 지시했고 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미사일 도발을 벌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전술핵무기 대량 생산과 핵탄두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지시했는데, 특히 남한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 새벽 북한이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를 우리 군은 당초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판단했는데, 북한은 남한을 겨냥한 초대형 방사포라고 밝혔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은 올해 우리 군이 탄도미사일 도발로 보는 정찰위성 발사와 고체연료 ICBM 시험발사 등 각종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국방부가 지난달 26일 침투한 북한 무인기 중 한 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 안으로까지 들어왔다면서, 서울 북부를 횡단해 지나갔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북한이 올해 각종 도발을 예고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9.19 군사합의 무효화를, 통일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면서 올해도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럼 북한의 전원회의 결과를 하나하나 살펴보시죠.
우선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을 염두에 두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했다면서요.
[기자]
네, 지난주 말씀드린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은 2020년부터 그동안 해오던 육성 신년사를 당대회 또는 전원회의 결과 발표로 대신해오고 있는데요.
우선 북한 매체가 전한 김 위원장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선중앙TV> "남조선 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면서…"
들으신 것처럼 김 위원장은 전술핵무기 대량 생산과 핵탄두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산을 기본 중심 방향으로 하는 올해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고 북한은 전했습니다.
북한이 현재 어느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했는지는 정확하게 집계된 건 없습니다.
다만, 해외 연구소들은 적게는 15기에서 많게는 60기로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동안 2027년까지 200기 정도를 보유할 것으로 관측돼왔습니다.
김 위원장의 지시는 보유량을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리라는 겁니다.
하지만,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일정 기간 안에 두 배의 속도로 늘리라는 건데, 이게 과연 현실적이겠느냐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습니다.
핵무기의 원료는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인데, 각각 원자로 가동과 원심분리기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려면 결국 원자로를 더 짓거나 원심분리기를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데, 이들의 핵심 설비 도입은 대북 제재에 막혀있습니다.
잠시 전문가의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차두현 /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북한이)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게, 핵탄두로 치면 1년에 약 12~18개 분량이에요. 그러니까 북한이 제재를 받고 있잖아요. 갑자기 이렇게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 다시 말하면 원심분리기인데요. 이것도 제재 대상 품목입니다. 이걸 은밀히 그동안 들여오지 않는 이상 갑자기 이론치가 폭발적으로 늘진 않아요."
한편, 북한 매체는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이 핵탄두를 싣고 미군기지가 있는 괌까지 타격 가능한 화성-12형의 탄두부를 둘러보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둘째딸 김주애와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불리는 KN-23 무기고를 시찰하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앵커]
작년 마지말날과 새해 첫날 합쳐서 북한은 발사체 총 4발을 쐈는데, 우리 군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봤는데,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 검수사격을 한 거라고 발표했다면서요.
[기자]
네, 작년 마지막날 오전에 3발을 쏘고 새해 첫날 새벽에도 한 발을 쐈는데요.
350㎞에서 400㎞ 정도를 날아갔습니다.
우리 군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했는데, 북한은 600㎜ 초대형 방사포, 다연장 로켓포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말일에 발사한 3발이 검수사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수사격은 실전배치 중인 무기 중에서 무작위로 골라 쏘는 걸 말합니다.
<조선중앙TV 보도> "시험발사를 통하여 무기체계의 전투적 성능과 신뢰성, 운용 믿음성을 뚜렷이 확증하고 계열생산에 들어감으로써 공화국 무력의 군사적 능력을 더욱 향상…"
실제로 북한 매체는 군수노동계급이 이 방사포 30문을 지난달 31일, 북한이 이날까지 개최한 전원회의에 증정하는 행사가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방사포가 전술핵까지 탑재 가능하다면서 남한을 겨냥한 무기임을 밝혔습니다.
미사일과 방사포의 차이는 중간에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유도 기능이 있느냐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최신 방사포는 회피 기동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 군은 탄도미사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작년 한 해 북한은 총 70발의 미사일을 쐈는데요.
새해 벽두부터 미사일 도발을 벌여 올해 한해도 한반도 긴장은 갈수록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네, 북한 매체가 전한 전원회의 결과만 봐도 북한이 올해에도 각종 도발을 이어가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올해 7월 27일은 북한이 전승절로 부르는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이고 9월 9일은 정권 수립 75주년이라면서, 일부 전문가는 이렇게 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이른바 정주년이 북한 도발의 동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이 두 기념일을 또다시 언급하면서 "올해가 사회주의 발전 노정과 공화국 역사에서 중요한 계기가 되는 해"라고 말했습니다.
우선 북한은 지난달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의 중요시험을 진행했다면서 올해 4월까지 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정찰위성 프로젝트는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서 다시 언급됐고요. 마감 단계, 즉 마무리 단계라고 김 위원장은 밝혔습니다.
우리 군은 정찰위성을 실은 로켓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과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의 7차 핵실험설은 작년 꾸준히 나왔었는데요.
김 위원장은 현 정세가 전술핵무기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런 내용의 올해 핵무력 및 국방 발전 전략을 천명했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추가 핵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역시 지난주 소개해드렸던 내용인데요.
북한은 재작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 가운데 아직 선보이지 않은 고체연료 로켓엔진 ICBM, 핵잠수함 등을 등장시켜 군비경쟁을 촉발할 우려도 있습니다.
또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훈련장에서는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모습도 위성사진에 포착되고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인 내일이나 2월 8일 군 창건 75주년 때 열병식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는 보도했는데, 국정원은 다음달 8일로 예측했습니다.
열병식에서는 각종 신무기가 공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북한의 발표 내용을 보면 남북관계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올해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전원회의 결과를 뜯어보면 남북간 대화 의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호전적인 언사들로 가득한데요.
대표적인 게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한 겁니다.
그러면서 대남, 대미 정책에서 '강대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잠시 북한 매체 보도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선중앙TV>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적 투쟁 원칙에서 우리의 물리적 힘을 더욱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으로 넘어갈데 대한 구체화된 대미·대적 대응 방향이 천명되었으며…"
앞에서 전해드린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그리고 전술핵무기 대량생산, 핵탄두 보유량 기하급수적 증가 등은 모두 남한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우리 측에 대한 군사 위협의 수위를 끌어올린 겁니다.
김 위원장은 유사시 핵무기를 선제공격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도 다시 한번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이 만일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종말에 처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주민의 곤궁한 삶은 외면한 채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집착하고, 더욱이 같은 민족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통일부 브리핑 내용 듣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조중훈 / 통일부 대변인(2일)> "전체적으로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내적으로는 김정은 우상화와 체제 결속에 방점을 두었고, 대외적으로는 대미·대남 적개심 고취에 집중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군사적으로는 핵무력 정책의 법제화 등을 성과로 제시하고 새로운 ICBM 개발, 전술핵무기 다량생산,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대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올해도 핵과 미사일 개발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합니다."
[앵커]
지난달 26일 침투한 북한 무인기 5대 중 한 대가 결국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까지 왔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면서요.
[기자]
네, 당초 한 소식통은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일대 상공까지 넘어온 정황이 있다고 밝혔었는데요.
그런데 이종섭 국방장관은 용산까지 오지 않은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고, 합참은 야당 등의 침범 주장에 대해 유감까지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군은 결국 비행금지구역 침투 사실을 뒤늦게 시인했습니다.
더 자세하게는 서울 비행금지구역을 P-73으로 부르는데요.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하면 반경 3.7㎞가 비행금지구역입니다.
북한 무인기가 P-73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에 대해 합참은 못 찍었을 것이라는 입장이었지만, 국정원은 가능성이 있다며 상반된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영토 침범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대통령실의 발표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은혜 / 대통령실 홍보수석>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다시 이같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안보실에 지시했습니다."
남북 군사 합의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19일 채택됐는데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4년 3개월 만에 존폐 기로에 놓이게 된 겁니다.
북한은 이번 무인기 도발뿐 아니라 작년 하반기 해상 완충구역 방사포 사격 도발 등으로 군사합의를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든 상황입니다.
우리 군은 지금까지 북한의 합의 위반 사례가 모두 17건이라고 집계했습니다.
남북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되면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방안을 통일부는 살펴보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북한의 무인기 침범 후속 대책으로 합동드론사령부 창설 계획을 내놨습니다.
또 스텔스 무인기를 연내에 생산하고 레이저빔을 쏘거나 그물망을 던지는 등의 방법으로 드론을 잡은 킬러 드론 체계도 신속하게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공동 핵 연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해 혼선이 있기도 했는데요.
미국 정부는 한국이 핵보유국이 아니어서 공동 핵연습 대상은 아닌 것이라면서, 다양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는 취지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이견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한미는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스노캣 훈련 시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스노캣'은 한국 전투기가 미국의 핵 투발 폭격기를 엄호·지원하는 훈련입니다.
[앵커]
김정은 위원장은 재작년 핵 선제 불사용을 선언했다가 작년엔 국가의 근본이익 침탈 시 핵을 먼저 사용할 수 있다는 '핵 독트린'을 제시했습니다.
또 2018년 대북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정의용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대화 중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새해 벽두부터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면서 핵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남북 간 긴장이 점점 임계점으로 향하고 있어 어느 해보다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기자, 그럼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기자]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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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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