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사 중 논란 ‘솔솔’… 檢 “도입 필요” 법조계 “시기상조” [뉴스 인사이드-다시 떠오른 ‘플리바게닝’]
최근 대장동 일당 폭로에 檢과 거래 의혹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 등 환경 달라져
검찰 “진술유지 위해 플리바게닝 있어야”
법조계 “사법거래,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검찰이 형량 좌우지 헌법에 어긋나” 지적
일각 “시대 맞게 제도 설계할 논의 필요”
이원석 총장도 “심도 있는 연구 모색해야”
◆12년 전 입법예고 후 무산, ‘대장동 사건’으로 다시 등장
법조계에선 플리바게닝 도입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사법기관,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른바 사법거래 제도를 도입한다는 건 일단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법리적으로도 검찰 수사 단계에서 피고인의 형량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도록 돼 있는 헌법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은 플리바게닝을 명문화해 시행하고 있다. 유죄협상에 대한 거부감을 가졌던 대륙법계 나라들도 사법 운영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여러 견제 장치를 갖춘 채 도입하는 추세다.
플리바게닝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미국에서는 2012년 기준 주(州) 형사사건의 94%, 연방사건의 97%가량이 이 제도로 해결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20년 국가금주법 시행 이후 밀주사건이 급증한 것이 플리바게닝이 보편화한 계기로 알려져 있다. 당시 수사기관과 형사법원의 업무 증가에 따라 유죄협상은 형사사건 처리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1967년 전미 변호사협회가 플리바게닝을 공식 승인했고, 1971년 연방대법원도 형사절차의 일부로 인정했다.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륙법계 국가들은 플리바게닝 도입이 상대적으로 늦었다.
형사절차에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사인의 역할이 제한적이라서 플리바게닝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1970년대 후반 연방 및 주 정부의 부채가 늘어 형사사법의 인적·물적 확충이 어려워져 소송절차를 간편하게 단축할 필요가 커졌다. 결국 1997년과 2005년 독일연방 대법원의 판결로 플리바게닝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게 됐고, 2009년 독일 형사소송법 제257c조(법원과 소송관계자들의 협상)에 명문화했다. 다만 소송관계자의 협상 결과에 법원이 구속되지 않는다는 점, 검사가 아니라 법원이 협상을 주도한다는 점 등에서 영·미의 플리바게닝과는 차이가 있다.
프랑스도 2004년부터 제한적으로 플리바게닝을 이용하고 있다. 적용 대상 범죄는 법정형이 장기 5년 이하의 구금형 또는 벌금형인 사건 등으로 국한돼 있다. 플리바게닝 과정에 변호인 참여가 필수고 피의자가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 선행조건이다. 당사자가 협상에 합의하더라도 판사의 승인결정을 받아야 하는데, 판사는 공개심리절차에서 사실·법률 관계를 검토해야 한다.
일본은 2016년 ‘협의·합의제도’라는 이름으로 플리바게닝 제도를 도입해 201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해 진술 및 증거제출 등 수사에 협력할 경우 검사는 증거의 중요성과 관련 범죄의 경중·관련성 정도 등을 고려해 불기소나 공소취소, 약식명령청구 등을 피의자 등과 폭넓게 합의할 수 있도록 했다. 대상 범죄는 혐의 입증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조세나 비리·사기·횡령 등 경제사건과 마약이나 총기범죄 등 특정 강력범죄에 한정됐다.
박미영·이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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