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설경 펼쳐지는 ‘겨울 왕국’ 꿈꾼다면 이 곳으로
겨울 바다와 화려한 설경 즐기는 변산
의외의 겨울왕국 경남 거창 황산마을
이한치한을 즐길 수 있는 겨울 여행지로 첫손에 꼽는 곳은 경기도 파주다. 쨍한 겨울 날씨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데다 수도권 주민이라면 하루 만에 가볍게 다녀오기도 좋다. 흔히 파주는 자유로를 따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헤이리 예술마을~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코스를 많이 가지만 광탄면과 법원읍 방면에도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용미리 석불, 보광사, 자운서원, 화석정 등을 넣어 알찬 여행코스를 짤 수 있다.
첫 코스는 보광사다. 우리나라에는 보광사라는 이름의 사찰이 많은데, 창건 연대가 밝혀진 보광사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894년(신라 진성여왕 8년) 왕명에 따라 도선국사가 비보 사찰(풍수지리에 따라 명당에 세운 절)로 창건했다. 보광사는 대웅전이 멋있다. 정교하고 화려하게 조각된 공포와 퇴색한 단청이 고풍스러운 멋을 풍긴다. 사찰과 달리 외벽을 흙이 아니라 목판으로 처리했는데 여기에 아름다운 민화풍의 벽화를 그려놓았다. 대웅보전(大雄寶殿) 편액은 영조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보광사 근처에 용미리 석불이 있다. 고려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천연 암벽을 몸체로 하고 그 위에 목, 얼굴, 갓을 조각해 얹어놓았다. 두 구가 있는데 왼쪽은 미륵불이고 오른쪽은 미륵보살이란다.
율곡을 배향한 자운서원은 선생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문성사를 중심으로 강당과 동재, 서재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강당 양쪽으로 자리한 느티나무가 웅장한 풍광을 자랑한다. 자운서원에서 나온 걸음은 화석정으로 향한다. 임진강이 굽어 보이는 강가 벼랑에 자리한 정자다. 화석정에서 바라보는 임진강의 물줄기가 유려하다. 맑은 날이면 멀리 개성까지 바라보인다. 율곡 역시 수시로 이곳을 찾아 시를 짓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차가운 몸을 데워 줄 파주의 별미는 부대찌개다. 파주식 부대찌개는 김치가 안 들어가고 대파와 마늘, 매운 양념이 잔뜩 들어간다. 쑥갓을 넣어 시원한 맛을 내는 것도 특징. 문산 읍내의 삼거리 부대찌개(031-952-3431)는 50년 내공의 부대찌개 집이다. 심학산 두부 마을(031-941-7760)은 파주 특산품인 파주 장단콩으로 장과 두부를 만드는 집이다. 우렁이 들어간 강된장이 맛깔스럽다.
눈 쌓인 겨울 해안도 절경
서해안 특히 부안과 군산 등이 자리한 전북 해안 지방은 겨울이면 폭설을 쏟곤 한다. 그래서 겨울 무렵 찾으면 의외의 눈부신 설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전북이기도 하다. 겨울 여행을 떠난다면 부안 특히 변산을 추천한다.
첫 코스는 적벽강. 격포 일대의 2㎞ 해안 절벽을 일컫는데, 송나라의 소동파가 놀았다는 중국의 적벽강과 흡사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적벽강 부근의 해안가 절벽과 암석, 암반은 대부분 짙은 적갈색을 띠고 있다. 붉은 바위 색깔과 희고 눈부신 파도가 어울려 장관을 빚어낸다.
적벽강에서 격포 해변을 지나면 채석강. 강이 아니라 변산반도 서쪽 끝 격포항-닭이봉 일대의 층암절벽과 바다를 아우르는 이름이다. 중생대 백악기에 퇴적한 단애(절벽)가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이 층을 이루고 있다. 기이한 절벽에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신비롭게 느껴진다. 채석강이란 명칭은 옛날 중국의 시성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 위의 달그림자를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채석강에서 나오면 격포항이다. 서해 섬들과 뭍을 이어주는 해상교통의 요충지다 보니 항구는 늘 들고나는 배로 분주하다. 격포항을 지나면 내소사. 일주문에서 시작한 전나무 숲길이 사찰 앞까지 600여 미터 이어진다. 숨을 크게 들이쉬니 전나무 특유의 맑은 향이 몸 깊숙한 곳까지 스민다. 차가운 겨울바람과 함께 가슴 깊이 스미는 전나무 향은 한층 짙다.
변산에서 맛볼 음식은 백합이다. 달짝지근한 첫맛과 쌉싸름한 끝 맛을 지닌 백합은 회로도 먹고 탕이나 죽, 구이로도 먹는다. 다른 조개에 비해 조갯살이 푸짐하고 탱탱한 것이 특징. 모항 인근의 전망 좋은 집(063-581-5290)은 백합죽과 백합찜으로 유명하다. 곰소 염전을 끼고 있는 곰소항에는 젓갈 가게와 젓갈 정식을 내는 식당들이 몰려있는데, 1만 원 정도의 돈으로 푸짐한 상을 받을 수 있다. 어리굴젓, 오징어젓, 창난젓, 낙지젓, 꼴뚜기젓, 갈치젓, 갈치속젓, 명란젓, 바지락젓 등 갖가지 젓갈이 상에 가득 오른다.
덕유산 자락 차가운 겨울 정취
덕유산 자락에 자리한 경남 거창은 영남 지방이지만 매서운 겨울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덕유산 골짜기에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중부 지역 못지않은 한기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눈도 제법 쏟는 편이다. 거창에는 도시와는 다른 겨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황산마을이다. 한옥 50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로 조선 연산군 시절이던 1501년 신(愼)씨 일가가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마을을 거닐다 보면 대문에 대부분 신씨 문패가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황산마을의 운치는 흙담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자연석에 황토를 발라 쌓았는데, 위에는 여러 겹의 기와를 얹어 이런저런 무늬를 만들기도 했다. 이 흙담 사이로 길이 매끄러운 선을 그리며 흘러간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가다 보면 외갓집이라도 찾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마음이 아랫목처럼 따스해진다.
황산마을 앞은 덕유산이 간직한 최고의 절경 수승대다. 속이 훤히 비치는 맑은 물 앞에 거북을 닮은 커다란 바위가 버티고 있다. 삼국시대 거창은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였는데, 국력이 쇠약해진 백제가 신라로 가던 사신을 이곳에서 전별하며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하였다’고 해서 ‘근심 수(愁)’, ‘보낼 송(送)’ 자를 써서 원래는 수송대라 했다. 지금의 이름은 이곳에 들른 퇴계 이황이 이런 훌륭한 경치와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수승대(搜勝臺)로 이름을 고치라는 시를 써서 바뀐 것이다.
수승대 높이는 약 10m, 넓이는 50㎡에 이른다. 수승대 앞에 새겨진 연반석(硯磐石)이란 글자는 요수 신권의 제자들이 먹을 갈던 바위란 뜻, 세필짐은 붓을 씻던(洗筆) 자리란 뜻이다. 동그란 바위 구멍은 막걸리 한 말을 넣어두고 스승에게서 합격판정을 받으면 한 사발씩 마셨다고 해서 장주갑(藏酒岬)이라 불린다.
거창의 별미는 추어탕과 어탕국수다. 경상도의 추어탕은 남원식 추어탕과는 많이 다르다. 국물이 맑고 향이 세다. 마늘과 다진 고추를 듬뿍 넣고, 산초 가루를 뿌린 뒤 먹어야 제맛이 난다. 어탕국수는 미꾸라지, 피라미, 붕어 등 잡어와 배추, 부추를 넣고 푹 끓인 후 국수를 넣은 음식. 처음부터 국수를 넣어 낸다. 먹다 보면 칼칼하고 매운맛 때문에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거창 추어탕(055-943-0302), 구구 식당(055-942-7496) 등이 유명하다.
글·사진 최갑수(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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