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에 KBO가 뿌린 씨앗… ‘팬심’ 돌아온다, 귀하게 모셔라

김태우 기자 2023. 1. 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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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락세를 걷던 KBO는 2022년 유의미한 반등 요소들을 만들어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년 전까지만 해도 여가 생활은 제한적이었고, 그래서 남녀노소 접근하기가 편한 스포츠는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프로야구가 팬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무대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프로야구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소득이 증대되고, 스포츠 외에도 ‘할 것이’ 많아지면서 산업 전반에 위기가 오고 있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여기에 국제대회에서의 부진, 선수들과 구단들의 실망스러운 사건‧사고가 겹치면서 기존 팬들이 떠나감은 물론 신규 팬들을 유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KBO리그의 총 관중 수는 2016년과 2017년 800만대의 정점을 찍은 뒤 하락 답보세였다.

2020년 창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결정타였다. 팬들은 강제적으로 ‘집관’을 해야 했고, 경기장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사라졌다. 또한 스포츠 외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여가 생활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팬들 사이에서도 야구장이 잊히기 시작했다.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구단들의 매출이 줄고, 전체적인 야구 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대위기였다.

하지만 2022년은 한줄기 희망을 볼 수 있었던 해였다. 사회가 본격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진입한 가운데, 더 이상 팬을 잃을 수 없다는 KBO와 각 구단들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40주년을 맞이한 KBO는 허구연 총재의 강력한 드라이브 속에 여러 위원회를 만들어 앞으로의 미래를 대비했다. 구단들도 떠난 관중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짜냈다.

여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추락의 바닥을 찍고 서서히 반등하는 조짐들을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KBO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한 자료를 보면, 2022년 야구팬들은 KBO리그에 관심을 더 기울이기 시작했다. 전년 대비 관심도가 크게 변화가 없다는 답변은 46.3%, 관심이 늘었다는 답변은 24.2%였다. LG, SSG, 키움, kt 등 상위권 팀들의 팬들은 관심이 늘었다는 답변이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2019년 같은 조사 당시 관심이 늘었다는 응답은 18.8%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단어는 온라인이다. 야구장을 찾아야만 꼭 야구팬은 아니다. 코로나 시대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집에서 TV나 모바일로 ‘안전하게’ 야구를 즐기는 팬들도 많다. 이 때문에 TV 시청률이나 포털사이트의 시청 접속자 수는 이제 전체 관중 수만큼이나 중요한 지표가 됐다. 여기서도 긍정적인 대목을 읽을 수 있다.

시청률 집계 방식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프로야구 시청률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꾸준히 내리막이었다. 그러나 2022년은 2021년 대비 10% 정도가 높아지며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를 줬다. 전년 대비 성적이 좋았던 KIA, SSG, LG는 시청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포털사이트 등 유무선 시청 데이터 또한 2021년에 비해 크게 높아지며 TV 시청률과 보조를 맞췄다. 오히려 TV 시청률 상승폭 이상을 기록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상승세가 향후 2년 더 이어진다면 바닥에서는 탈출한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 창단 후 첫 관중 1위를 기록한 SSG는 타 구단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곽혜미 기자

‘팬심’을 측정하는 데 있어 가장 전통적인 지표인 관중 수는 607만 명으로 전성기에 비하면 크게 떨어졌다. 최고점 회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예전의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는 관계자들의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소비 트렌드가 변하고 있고, 관중 수 자체를 예전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 구단 관계자는 “구단들이 테이블석 등을 설치하면서 모든 구장들의 수용 인원이 예전보다 줄었다. 800만 시대 당시의 정원과 비교해보면 명확하다”면서 “최근 예매 추세를 보면 고가의 특별석이나 테이블석 등 비싼 자리부터 먼저 팔린다. 응원석의 인기는 꾸준하지만, 경기가 잘 보이지 않는 외야는 표가 있어도 선호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젊은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어 꼭 만원 관중에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오히려 객단가는 한창 관중 수가 많을 때보다 더 늘었다. 우리 구단의 경우 올해가 역대 최고의 객단가”라고 설명했다.

실제 2022년 정규시즌 총 티켓 매출은 약 894억 수준으로 관중 수가 가장 많았던 2017년(약 898억)과 큰 차이가 없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사회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가면 더 긍정적인 데이터 또한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바닥을 찍었다는 이야기지 여기서 만족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프로야구가 더 정교하고 안정적이며 큰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허구연 KBO 총재 또한 신년사에서 지속적인 팬퍼스트, 야구 팬들의 관심과 자긍심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국제대회에서의 성적, 야구 인프라 개선, 산업 성장을 위한 규제 개선과 제도 정비를 목표로 공언했다. 야구를 잘하고, 재밌게 하면 팬들은 찾아온다는 것은 지난해 몇몇 팀들의 사례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됐다. 그래서 2023년은 중대한 갈림길이다. 다시 발걸음을 돌릴까 말까 고민하는 팬들을 귀하게 모셔야 한다. 구성원들의 합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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