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원희룡 "규제 풀었다고 집값 오르진 않을 것…실수요 문제 풀어야"

김현 특파원 2023. 1. 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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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특파원과 간담회…"부동산발 금융교란→금융발 실물타격 막아야"
"빌라왕 전세사기, 사기조직 공범 드러나…정보 공개 등 대책 추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최근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관려해 "저희가 규제를 풀었다고 해서 (주택) 가격이 오르길 바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를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3' 참석 및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과 만남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원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말했다가 이젠 집값을 부양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집값을 부양하는 게 맞는 방향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그는 "현재 금리가 아직도 상승이 안 끝났다고 보여지고, 거꾸로 (금리) 하락이 언제 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주택 가격이 소득이나 물가상승률, 경제 성장률 등(을 감안한) 주택의 진정한 가치를 반영하는 가격이라고 봤을 때 너무 높다는 점에 대해선 말을 바꾼 적도 없고, 앞으로도 바꿀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실수요자"라며 "실수요자는 이사를 가야 하는 수요, 청약이 이미 당첨돼서 계약금과 중도금이 진행되고 있는 사람,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 사람 등은 가격과 관계 없이 거래를 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지금 (이 사람들은) 오가도 못하고, 가다가 도로가 끊겨 버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최소한의 거래마저 단절되면서 이 사람들은 기존에 들어간 자금을 날려야 하고, 매몰 비용과 기회 상실 등으로 너무나 타격이 크다"면서 "가계 전체의 신용이 무너지면 가계 파탄이 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조금 숨통을 터주고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 (주택)거래가 2000년대 이후 최저량이다. 이 부분이 전혀 회복될 기미가 없다"면서 "이게 너무 경색되면 시장 전체의 작동이 파탄나면서 집값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집값이 떨어져 내 손에 오는 게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의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특히 "부동산발(發) 금융 교란으로 인해 금융발 실물 타격이 올 수 있다"며 "우리는 이렇게 경제적인 급격한 타격이 순식간에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선 막아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한 달이라도 선제적으로 하는 게 낫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보다 앞당기고 한 단계 강도를 높인 것은 맞지만, 과거처럼 빚내서 집사라거나 가격을 부양하려는 것과는 전혀 의도도 다르고 결과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원 장관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때문에 빚을 내려고 해도 낼 수가 없다. 이미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산 사람들은 추가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70%로 올린 것을 갖고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평생 첫 집으로 청약에 당첨됐거나 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것을 두고 현재 심리적인 투기나 '현금 부자들이 줍줍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자유지만, 냉정하게 분석해 봤을 때 그런 조짐은 현재로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원 장관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볼때 현 정권이 부자들에게 너그럽다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력하게 반론을 펴고자 하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3주택 이상자, 특히 고가 주택에 대해선 종부세 등 중과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서 "고가 자산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해 누진세에 준거하는 부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세 정의를 통해 소득 재분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기존에 은행에 묻어놓은 재산이 많은 사람이 줍줍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기 돈 은행에서 찾아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니 사겠다는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우리 자본주의 내에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부자들이 혜택을 가질 수 있는 부분들은 실제로 이번에 푼 규제보단 법인의 기업대출을 편법적으로 이용해 고가의 투기를 한다든지, 자영업자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일으켜 가계대출처럼 쓴다든지 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이번에 푼 규제의 이슈라기 보단 금융의 이슈다. 그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에 대해 더 추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왼쪽은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원 장관은 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 사태에 대해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며 전세대란이 발생하면서 여기에 갭투자가 들어왔다"며 "조직적으로 범죄적인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들이 거의 사기 조직, 공범으로 묶여서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 사기는) 가격 정보라든지, 물건에 대한 정보, 임대인의 상환 능력이나 의지에 대한 정보를 속이고 피해자들을 다 끌어들인 게 아니냐"면서 "우리는 사기 여지를 철저히 단속해서 틀어막으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속일 수 없게끔 정보를 공개하고, 중개사나 감정평가사들이 결탁하는 부분에 대해선 강력한 제제를 하며, 어플 등으로 국세청 정보를 수요자들이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하려고 지금 강도 높게 전 부처가 달려들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집주인의 신용정보와 매물에 대한 가격 정보가 부실하면 보증을 거부하거나, 보증 한도를 낮추든지 해서 위험 신호를 주면 사람들은 그런 매물을 아예 취급도 안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그런 사기 위험이 있는 매물은 퇴출될 수 있는 장치를 만들되, 이런 과정을 통과한 매물들에 대해선 100% 보증을 해줘 서민들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범죄집단에 사기를 당하고 피눈물 흘리며 여기저기 쫓아다니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장관은 그러나 전세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 여부에 대해 "전세 제도는 임대차의 한 형식에 불과하고, 시장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며 "문제는 어떻게 보호장치를 마련할 것이냐인데, 자연스러운 시장의 선택에 의해서 조절해 나가도록 하는 게 순리에 맞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전세의 경우는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많은데, 전세에 대해 100% 보증을 해주다 보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같은 보증의 도덕적 위험과 재원 소멸 위험이 너무 크다"며 "HUG 보증의 경우 100% 전세에 대해선 더 까다롭게 보증조건을 내걸고, 반전세나 4분의3 전세 등은 조건을 낮추면서 (월세 전환을) 강력하게 유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원 장관은 북한의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공한 것에 대해 "북한의 드론이 서울 영공까지 휘젓고 간 것에 대해 사실 국민뿐 아니라 저 자신도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이용할 드론의 안전 문제와 함께 적국 드론에 대한 방어 체제 필요성을 거론, "불법 내지 미확인 드론을 실제 감지하고 방어해낼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과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며 "협력체계를 짜서 국토부 차원에서 기여할 역할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대해선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4개국 승인이 진행중인데, EU가 가장 기준이 높고 요구 조건이 까다롭다"며 "독점노선 해소 문제에 대해 EU가 이의를 제기하면 다른 나라들도 시간을 끌 여지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주력해야 할 부분은 EU"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날 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부 장관, 마르시아 퍼지 주택부 장관과 잇달아 면담했다.

원 장관은 퍼지 장관과 만나 "저금리 시대 주택 가격 폭등, 고금리 시절 주택가격 하락 등 여러 불안 요인에 대해 주고받았다"며 "주택 정책에 대해 미국도 한국과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실무적 교류를 구축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부티지지 장관으로부터 오는 5월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교통장관 회의에 초대를 받았다며 "모빌리티 분야에서 한국이 치고 나가기 위해 후속작업을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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