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임하겠다” 검찰 가는 이재명… 김건희 여사는 언제?
“검찰 조사에 당당하게 출석해서 당당하게 임하겠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과의 알력싸움을 끝내고 오는 10일 검찰에 출석한다. 특히 이번 검찰의 소환을 시작으로 대장동 특혜비리 사건과 쌍방울 그룹과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과 관련한 검찰 소환조사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야당에서 숱하게 주장해온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는 아직 답보상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 ‘전주’(錢主·사업 밑천을 대는 사람)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해 특검 등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국회에 따르면 이 대표측이 10일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직후 야당은 당당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여당은 버티다 버티다 결국 떠밀려 검찰 조사에 끌려간다며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오는 10일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란한 언변으로 꼼수 부릴 생각 말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 주기 바란다”며 “검찰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철저히 수사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과 개딸(이재명 지지자) 뒤에 숨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으리라 생각했나”라며 “버티고 버티다 결국 떠밀려 검찰 조사에 끌려가면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방 권력을 사유화해 비리 세력과 붙어먹었던, 그 씻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한 죗값을 이젠 치러야 할 때다”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또 “제1야당의 당수가 구속된다고 해도 나라가 뒤집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범죄 혐의자가 권력자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심판을 피한다면, 이것이 바로 나라가 뒤집어질 일이다”라며 “이재명 대표의 불법 리스크에 대한 법의 심판은 이제 시작이다. 대한민국에는 사법 정의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예결위회의장 앞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표는 오는 10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기로 했다”며 “이재명 대표는 지난번에 당당하게 출석해서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대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유치하고 인허가 편의를 제공해줬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는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민주, 김건희 여사 조사 미루는 검찰에 비판
지금까지 민주당은 이 대표의 검찰 조사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며 김 여사와 관련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연일 비판해왔다. 하지만 이 대표가 검찰 소환에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면서, 김 여사를 향한 특검 및 비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달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소환에 응하겠냐는 질문에는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 조사받을 것인가를 먼저 물어보시기 바란다”고 응수했다. 김 여사를 겨냥한 것이다.
최근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를 향해 “가장 좋은 내조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 협조”라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곧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한 이후 7개월이 흘렀지만 김 여사에 대한 소환은커녕 서면조사 소식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김 여사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이른바 ‘선수’로 불리는 작전세력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 사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사건에서 돈을 대는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후보 시절부터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단순 투자자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판에서 김 여사가 주식 매수를 직접 주문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는데, 작전에 관여한 업체 사무실 노트북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파일이 발견됐고, 김 여사가 자신의 주식을 허락없이 싸게 팔았다며 다른 작전 업체에 항의했다는 주장도 있다.
1년 8개월여의 수사 끝에 대부분 기소된 이 사건 관련자들과 달리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최근 검찰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해 징역 8년, 벌금 150억원, 추징금 81억3000여만원을 구형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김 여사 의혹 관련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엔 비교적 화력을 집중하진 않는 양상이었지만,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 통보 이후 재조명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출석 요구 관련 “살아있는 권력 봐주기가 계속되면 특검으로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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