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부동산 훈풍 불줄 알았는데…주담대 최고 연 8%라니
대출 상환부담은 더 늘어
둔촌 주공 최대 수혜
다른 지역은 관망세 여전
금리 급등으로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고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지역 해제에 따라 4개구를 뺀 서울 전지역과 경기 과천, 성남(분당·수정구), 하남, 광명 지역에서는 기존 50%에서 70%로 완화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적용된다.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2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앞서 정부는 부동산 경착륙을 막겠다는 취지로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1분기 중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를 상대로 LTV 상한을 30%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용산 및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 광명 등은 앞선 정부 발표와 별개로 해제안이 관보에 게재되는 지난 5일부터 당장 LTV 완화 영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규제 해제 첫 날인 지난 5일 규제 해제지역 현지 중개업소 등에는 집주인들의 시장 전망을 묻는 문의가 이어졌고, 일부 수요자들의 매수문의도 늘면서 종전보다는 다소 ‘온기’가 도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의 전화에 그칠 뿐 당장 매물을 회수하거나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다만 이번 규제완화의 최대 수혜 단지로 꼽히는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는 계약을 앞둔 아파트 당첨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규제완화 발표 이후 분양권을 진짜 1년 뒤에 매도할 수 있느냐, 12억원 초과도 대출이 가능하냐, 조합원 분양가는 얼마냐 등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12억원 초과도 중도금 대출이 허용되면서 자금조달에 문제가 있던 아파트 당첨자들의 고민이 해결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대체로 매수문의는 있지만 여전히 관망세가 짙었다. LTV가 최대 70%까지 높아졌지만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규제완화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구 약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아직 매수문의 없고 조용하다”며 “그전에도 급급매를 찾는 매수자들은 있었지만 고금리에다 자신이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거래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전세난이 심한 상황이라 규제가 풀렸다고 쉽게 매수에 나설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정비사업 호재가 많은 성동구 성수동과 분당, 광명 등 수도권 규제 해제지역도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다.
규제지역 해제와 함께 안전진단 규제도 함께 풀리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지는 겹호재를 맞았다. 그러나 두 지역의 시장 반응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 아파트와 보람 아파트 등도 조만간 2차 안전진단 신청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상계 주공3단지는 1차 안전진단 업체를 선정하고 노원구에서 적합성 진단을 진행 중이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이 묶여 이도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출 규제가 풀린다고 하니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라며 “규제지역 해제 소식이 전해진 뒤 추가로 급매가 나오진 않고 있고 매수문의도 다소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양천구 목동은 이날 규제지역 해제에도 불구하고 냉기가 여전한 모습이다. 규제지역에서 풀렸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거래가 어렵기 때문이다.
목동신시가지 1∼14단지 가운데 안전진단을 통과한 6단지 외에 9단지와 11단지는 앞서 2차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상태여서 이번에 안전진단 재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규제지역 해제후 시장 반응을 보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대부분이고 매수자들도 급매물이 더 나온 게 있느냐는 문의만 한다”며 “목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올해 첫 영업일인 전날 기준 5.27~8.12%를 보였다. 금리 상단이 지난해 말 7% 후반대에서 올해 8%를 넘었다. 지난해 첫 영업일인 1월3일 당시 3.57~5.07%였던 것에 비해 1년 만에 금리 상단이 3.05% 포인트 상승했다.
예를 들어 5억원의 변동형 주담대를 30년 만기·원리금 균등상환으로 받았을 경우 금리가 5%에서 8.12%로 오르면, 매월 은행에 내는 원리금은 약 268만원에서 약 371만원으로 오른다. 한 달 이자가 100만원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25%로 1년 동안 2% 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은 지난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로 0.5% 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한국과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25%p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00년 10월(1.25% 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의 최대 폭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3일 통화 정책 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0.25% 포인트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 역시 같은 기간 3.97%에서 7.85%로 4%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소득이 그대로라면 이자 상환 부담이 늘면서 DSR 규제에 따른 대출 한도가 1년 남짓 새 오히려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
집 구매 시 가계가 짊어지는 부담 증가는 주택구매 관련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주택금융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3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14.6으로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의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작년 하반기부터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도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 증가가 집값 하락분을 상쇄했기 때문에 지수 상승세가 지속된 것으로 분석된다.
DSR 규제도 다른 대출 규제 완화의 효과를 제약하고 있다. 현재 1억원 초과 대출자를 대상으로 DSR 40%(제2금융권 50%) 규제가 적용된다.
급융 업계가 서울 대다수 지역 등의 LTV가 대폭 완화됨에도 실제 대출 증가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현행 DSR 규제 완화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계부채가 여전히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잠재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섣불리 DSR 규제를 완화하면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만 늘려 가계경제와 부동산시장의 불안정성을 더 키울 우려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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