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MZ오피스', MZ세대 공감인가 조롱인가
'업무 중 에어팟 껴도 될까', '고기는 누가 구울까' 등 회사 생활 다뤄
"나도 MZ인데 공감" vs "또 사회 초년생 조롱, 불쾌" 반응 갈려
'인턴기자'에 붙었던 논쟁, 성장 서사 살린 '주기자'처럼 돌파 가능할까
'90년생이 온다' 작가 "회사 내 갈등, 세대 탓 아닌 합의로 해결해야"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장면1.
팀장: “업무 중엔 에어팟 빼는 게 좋지 않을까?”
사원: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가는 편입니다.”
팀장: “내가 현영씨에게 업무를 줄 때 능률이 떨어지지 않을까? 소통이 안 되니깐.”
사원: “메신저 있잖아요.”
장면2. 고깃집에서 회식 중인 상황.
선배1: (안 뒤집나, 이것들아.)
선배2: (야, 구우라고.)
선배1: “탈것 같은데.”
부장: (이거 내가 구워야 하는 분위기인가?)
“나도 MZ지만 공감” vs “또 사회 초년생 조롱, 불쾌” 반응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쿠팡플레이의 SNL코리아 시즌3의 코너 'MZ오피스'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MZ오피스'는 SNL크루들이 MZ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회사원들을 연기하면서 MZ세대끼리의 갈등이나 다른 세대와의 갈등 등을 코믹하게 그려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5일에 올라왔던 MZ오피스 박해수편 하이라이트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 424만회를 기록했고 지난 1일에 올라온 김슬기 편 하이라이트 '욕 딜리버리 서비스'에서도 MZ오피스 속 MZ세대에 욕을 해주는 김슬기의 이야기가 다뤄졌는데 242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MZ오피스에서는 '사무실에서 에어팟(이어폰)을 껴도 될까?', '회식을 가면 누가 고기를 구워야 할까?', '회사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누가 주문을 해야 할까?', '회사에서 업무 브이로그를 찍어도 될까?' 등의 모호한 회사 매너부터 시작해 나이가 많은 후배의 반말, 기존의 사무실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면접자의 모습, 나이 어린 면접자의 문해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모습 등을 다룬다.
해당 코너가 큰 인기를 끌며 '나도 MZ지만 공감간다'는 평도 있지만 코너가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사회 초년생'인 경우가 많고 특히 '여자들의 기 싸움'을 주요한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불쾌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SNL이 MZ세대에게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기에 이들이 친숙한 생활 이야기를 가지고 접근한 코미디를 선보인 것 같다”며 “코미디에 공감하는지, 조롱으로 느껴 불쾌한지는 객관적인 선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대부분 공감을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 불편한 부분을 지적한다면 제작진은 어떤 부분이 불편함을 초래하는지 참고해 통찰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하 평론가는 “다만 풍자란 결국 조롱과 희화화가 포함되기에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고, 약자를 상대로 한 풍자는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며 “이러한 풍자의 특성상 이전부터 SNL은 '정치 풍자' 등 권력자 풍자를 하면서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다양한 코너를 통해 그러한 균형을 보여줘야 한다. 풍자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풍자 대상에 대한 문제는 계속 지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MZ를 다루는 콘텐츠들에 대한 반응은 너무나 리얼해서 '공감'이라는 반응과 불편하게 보는 시선이 공존한다. 많이 나왔던 지적이지만 'MZ세대'는 굉장히 폭넓은 나이대의 사람들로, 사실 가상의 세대”라며 “하나의 세대로 묶기보다는 세대를 떠나 과거와 달리진 가치관을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MZ세대를 통한 이야기가 결국 '새로운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라면, 같은 세대라고 하더라도 불편과 공감이 공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지상파가 아닌 OTT나 유튜브 등에서 흥행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불편한 사람은 안 보면 된다'는 경향이 강해진 현상도 언급됐다.
정 평론가는 “모두가 볼 수 있는 지상파에서 코미디 프로를 할 때는 소재 등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왔지만 최근 OTT나 유튜브를 통해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흥행작이 많아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경향이 있다”며 “이제 코미디 프로에서 정치 풍자보다 본능적 웃음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모두가 보는 지상파가 아니므로 자극적 소재도 많이 차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진 않지만, OTT나 유튜브를 통한 개그 프로는 '불편한 사람은 안 보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강해지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인턴기자 주현영'에도 붙었던 논쟁…돌파 위한 해결책은
사실 SNL에 대해 이 같은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SNL코리아의 '인턴기자 주현영'이라는 캐릭터가 급부상하면서도 논쟁이 됐던 부분이다.
배우 주현영씨가 연기하는 '인턴기자 주현영'은 사회초년생 20대 여성의 말투와 몸짓을 모사의 대상으로 삼았다. 인턴기자 주현영은 안영미 앵커가 질문하면 당황하지만 모른다고 하지 않고 횡설수설한다. 앵커가 계속 질문을 하면 울면서 퇴장하기도 한다. 반면 앵커에게 당돌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기도 한다. 해당 코너도 큰 인기를 끌었고 마찬가지로 “현실 고증이다”라는 반응과 “사회초년생, 특히 젊은 여성을 조롱하는 것이 불쾌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당시 SNL제작진은 “20대의 애환을 다루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사회초년생, 특히 어린 여성을 무능한 사람으로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알아차린 듯 인턴기자 주현영을 이용해 거물 정치인을 인터뷰하는 데 이용하고, 앵커의 질문에 잘 정리된 대답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성장 서사'를 쌓아나갔다. 이 때문에 인턴기자 주현영 캐릭터는 비판에 사라지는 캐릭터가 아닌, 공감을 사는 캐릭터로 계속 활용될 수 있었다.
최근 새로운 시즌의 MZ오피스 역시 아직 극 초반이며, 앞으로 제작진이 어떠한 모습으로 이 MZ 회사원들의 모습을 활용할지는 알 수 없다. SNL코리아가 인턴기자 주현영을 20대 사회초년생의 성장 서사로 활용하며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MZ오피스에 던져지는 지적들을 돌파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90년생이 온다' 작가가 말하는 세대 갈등 해결법
“세대 탓 아닌 조직에 맞는 합의 만들어야”
'MZ오피스'가 이처럼 화제가 된 것은 곧 비슷한 갈등이 우리 사회에도 만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능을 포함한 미디어 전반은 이같은 세대 갈등을 극대화한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많은 문제를 세대의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조직 특성에 맞는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책 '90년생이 온다'를 쓴 임홍택 작가는 지난 2일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MZ오피스의 사례를 활용해 '회사에서 에어팟끼고 일하면 안 되나요? 왜요?'라는 글[링크]을 게재했다. 이 글은 “회사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근무 이슈들은 곧잘 '특정 세대의 업무 태도'와 결부돼 결국에는 세대 대결로 번진다”며 “이러한 논란을 세대 문제로 귀결시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임홍택 작가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SNL은 재미를 위한 예능프로그램이니 단정적인 의견을 덧붙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 코너에서 다루는 이슈들은 몇 년 전부터 익히 나왔던 이야기들”이라며 “'MZ 풍자' 이면에는 언론과 수많은 미디어들이 많은 문제를 세대론으로 퉁치는 것에 익숙한 현상을 보여준다. 예능이야 재미를 위한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예능이 아닌 미디어나 생활 속에서 마치 마법의 언어처럼 '요즘 것들은 다 저렇다'는 비난과 논란을 만드는데, 그런 행태는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같은 세대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조직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코너를 통해 문제로 드러나는 사람의 모습이 실제로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현실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기에 세대론을 활용해 비난하고 극대화하기보다는 어떻게 해결할지 의견을 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밝혔다.
임 작가는 “최근 많은 조직은 세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MZ세대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이런 행동은 조직의 특성상 이러하니 하지 말자' 혹은 '특정한 행동에 대해 문제 삼지말자'는 식으로 합의해 나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를들어 MZ오피스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무실에서 에어팟을 껴도 될까?'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조직, 업무의 특성에 따라 대면으로 꼭 소통을 야 하는 상황인지 따져보고 대면 소통이 많은 조직이라면 에어팟을 쓰지 않는 것으로 합의하고, 메신저로 충분한 소통이 가능한 특성을 가진 조직이라면 에어팟을 끼는 것에 지적하지 말자고 합의하는 등이다. 대학입학을 위한 논술시험에서 '헤어롤'을 낀 수험생을 지적한 시험감독관에게는 면접이 아닌 필기 시험에서는 지적을 하지 말자는 합의를 본 대학의 사례도 있었다.
임 작가는 “이러한 갈등을 이야기하지 않고, 합의하지 않고 세대 탓으로 돌리는 것은 결국 나태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새롭게 나올 수많은 문제를 세대문제로 돌리지 말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지침들을 설정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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