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선언" 中당국에 찍힌 마윈, 결국…앤트그룹 지배권 상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영문명 잭 마)이 7일 핀테크 자회사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상실했다. 지난 2020년 말부터 이어진 중국 당국과의 규제 싸움에서 마윈이 패배를 선언한 것으로, 알리바바 그룹은 물론 중국 빅테크 업계 나아가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앤트그룹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창립자 마윈이 의결권 대부분을 포기하는 일련의 지분 조정을 거쳐 기업 지배권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마윈은 그간 앤트그룹 지분 10%가량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관련 법인들을 통해 지배권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윈은 앤트그룹의 지분 50.5%를 가진 두 개의 법인을 지배하는 항저우 윤보(Hangzhou Yunbo)의 지분 38%를 보유하며 앤트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번 지분 조정으로 사실상 50% 수준이던 마윈의 의결권이 6.2%로 낮아졌고, 앤트그룹에 대한 지배권을 잃게 됐다고 외신은 설명했다.
앤트그룹은 이번 지분 조정으로 "직·간접 주주가 (앤트그룹을) 단독 또는 공동 지배하는 상황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앤트그룹의 지분 의결권이 더욱 투명해지고, 분산되게 됐다. 이는 기업 지배 구조를 더욱 최적화하고 그룹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윈이 세운 알리바바 그룹의 계열사인 앤트그룹은 중국 최대 핀테크 업체로, 지난 2020년 말 중국본토 상하이와 홍콩 증시 동시 상장을 통해 350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마윈이 중국 당국의 핀테크 정책을 공개 비판하면서 앤트그룹의 상장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당국 정책 비판 발언으로 마윈이 정부의 눈 밖에 나고 규제당국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되면서 알리바바 그룹 전반에 '고강도 빅테크 규제'가 가해졌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앤트그룹 측에 지분 매각을 통한 마윈의 퇴출을 요구하거나, 앤트그룹의 지분을 정부에 넘기라는 등의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당국이 2년간의 조사를 마치고, 10억 달러 이상의 벌금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마윈은 실종설, 당국 체포설 등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지난해 12월에는 한 농업연구소를 방문한 모습이 공개돼 주목받았다.
전문가들은 마윈의 앤트그룹 지배권 상실을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것이 중국 경제 성장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리엔트캐피탈 리서치의 앤드류 콜리어는 "마윈이 자신이 설립한 회사인 앤트그룹에서 떠난 것은 대규모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중국 지도부의 결의를 보여준다"며 "당국의 이런 추세는 중국 경제의 가장 생산적인 부분 침식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앤트그룹의 이번 지배권 변경으로 상장 재개 시기가 더 밀어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통신은 "중국 금융당국 규정상 최근 2~3년 내 지배권 변경이 있는 기업은 중국본토 이른바 A주 시장에 상장할 수 없다"며 "홍콩증권거래소는 이 경우 1년을 대기기간으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월슨 손시니 법률사무소의 파트너인 웨이헝 첸도 로이터에 "앤트그룹의 이번 지분 조정이 A주 또는 홍콩 상장 규칙에 따른 지배권 변경 이벤트로 간주하면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는 더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 충칭 감독관리국은 최근 앤트그룹 관계사인 앤트소비자금융이 제출한 등기자본 증액·지분 구성 조정안을 승인했다. 앤트소비자금융은 등기자본을 185억 위안(약 3조4156억원)으로 105억 위안 늘릴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외신은 중국 정부의 앤트그룹 개편 지시에 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빅테크에 대한 규제 완화 신호로 해석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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