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매크로 VIEW] `볼커 시대`와 닮은 증시…초고금리 당시에도 증시 올랐다?

이윤희 2023. 1. 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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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합뉴스

고인이 된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초강세인 달러, 그리고 미국 중안은행의 강력한 금리인상 기조 등이 볼커 의장 재임 당시를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현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도 공식석상에서 볼커의 자서전인 'keep at it(끈기있게 버티라)'을 수차례 언급하면서 시장에 '서늘한' 메세지를 남기기도 했다.

경제계에서는 볼커 전 의장을 두고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중앙은행장' 또는 '인플레이션을 이긴 투사"라고 부른다. 지난 1979년부터 1987년까지 민주당 카터 정부와 공화당 레이건 정부에 이르기까지 8년간 연준 의장으로 재임한 그는 후대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오일쇼크 충격으로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당시 연준 의장에 지명된 볼커는 강력한 물가안정책을 채택한다. 그는 1981년 기준금리를 최고 연 20%대까지 끌어올렸다.

경기침체 위험까지 무릅쓰고 인플레이션의 싹을 잘라낸 볼커 덕분에 미국은 극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2000년 들어 역사상 최고의 호황을 맞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고통이 수반됐다. 수많은 기업이 파산했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빚더미에 앉았다. 실업률은 10%를 넘겼고 증시도 주저앉았다. 2미터가 넘는 장신의 볼커마저 늘 살해 협박에 시달리며 권총을 지니고 일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볼커의 긴축 드라이브에 1979년 13%로 날뛰던 물가는 1982년 4%대로 꺾였고 다음해에는 2%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1987년에 1%까지 둔화됐다.

지난해 네차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비롯한 연이은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15년 만에 최고 수준(4.25~4.5%)으로 올린 파월 의장도 선배인 볼커를 복기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잭슨홀 미팅에서 물가 안정 정책의 과정에서 고통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소비자와 기업들이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 현재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말했다.

파월이 잭슨홀 연설에서 언급한 "역사적으로 너무 이른 정책 완화"는 볼커 직전 연준 의장인 아서 번즈가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이후 다소 이른 시점에 금리인하로 선회했다가 인플레이션이 다시 한 번 급등한 사례를 짚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느라 파월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긴축 완화를 서둘러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낸 장본인'으로 불리게 된 번즈가 되기보다는 볼커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올 상반기 중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더라도 상당기간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고금리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한 증시도 계속 약세일 것을 우려하지만 볼커 시대에 증시가 하락장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볼커가 금리를 높였던 시기는 1979년~1981년으로, 당시 나스닥 등 지수 변동은 컸지만 하락 폭은 25% 내외로 제한됐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의 주가 패턴이 볼터 재임기이던 1980년부터 1982년까지 당시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심지어 피벗(통화정책 변경)기대감에 따른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상승) 양상까지도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석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량 모델을 통해 현 시점과 가장 유사한 시기를 탐색해본 결과, 올해 2~3 분기에 증시는 지금까지의 낙폭을 만회할 수 있다"면서 "물론 단순히 시계열의 패턴을 비교해 시장 타이밍을 추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인사이트는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볼커 긴축 당시 증시의 반등의 전제는 금리인상 피벗이 아닌 인플레이션의 하락 추세가 뚜렷하게 확인될 때였다"면서 "결국 2023년에도 인플레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현재 인플레 하락 추세는 확실하지만 하락세는 점차 둔화될 것"이라면서 "중국이 리오프닝으로 본격 전환하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미국 대비 유럽·일본의 긴축정책 격차가 좁혀진 가운데 달러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뚜렷한 인플레 하락 추세가 확인돼야 하고, 채권 투자 역시 인플레 불확실성 큰 상황에서 매력은 낮으므로, 주식과 채권 모두 투자 비중을 축소할 것을 하 연구원은 조언했다. 그는 "대신 대체자산으로 상대적 매력이 큰 원자재, 금 비중확대를 제시하며, 주식과의 상관관계가 낮은 일부 헤지펀드 자산을 편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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