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계의 공장' 지위 상실하나…"공급망 아세안으로 이동 중"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중국이 지난 3년간의 봉쇄 이후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이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함에 따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애플, 삼성, HP, 델 등 글로벌 대기업은 장기적 안목을 갖고 일부 운영 비용을 감수하고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공장을 이동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은 제조공장을 말레이시아에 설립하기로 하고, 애플 에어팟과 덴마크 레고는 베트남에, 일본 부품기업 무라타는 태국에 투자하는 식이다.
대기업들이 동남아 투자를 늘리자, 소규모 기업들도 이전 '러시'다. 신발, 의류, 장난감 제조업체들도 이제 중국보다 노동력이 몇 배 저렴한 동남아 국가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국제 경제·무역정책자문사 록 크렉(Rock Creek Global Advisors)의 바바라 위즐은 "팬데믹으로 인해 집중 위험을 해소하고 공급망 탄력성을 높일 필요성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또 "미·중 무역·기술 전쟁은 기업이 공급망을 다각화하도록 더욱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작년 5월 발표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글로벌 공급망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무엇보다 아세안 국가들의 투자 매력이 증가한 점도 변화를 야기한 중요한 요인이다.
KPMG 컨설팅이 낸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급망 재고'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은 2030년 4조 달러(약 5040조 원) 규모 소비 시장을 갖춘 세계 4위 경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태국 정부는 전기차 조립라인과 생명공학·항공 등 기업 공업단지가 위치한 동부 경제 회랑에 사상 최대 규모 인프라 투자를 추진 중이며, 외국 기업에 5~8년간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말레이시아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유치 중으로, 2021년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이 466억달러까지 급증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81.5%가 전자·전기제품이다.
베트남은 이미 2021년 섬유·의류 수출시장 점유율에서 2위로 부상하며 중국을 바짝 추격 중이다. 서방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하는 사이 미국 나이키와 독일 아디다스의 주요 생산지는 베트남이 됐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석탄, 니켈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전기차 관련 미래 수요의 수혜를 볼 전망이다. 2014년부터 이미 경제특구를 지정, 기업들이 공장부지 구매를 수월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제공해 왔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도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글로벌 기업의 생산 기지를 유치하는 움직임에 가세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자체적으로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추고 있고, 이제는 틈새 분야에서 수년간 전문지식을 축적,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년간 고강도 방역정책 제로 코로나와 최근 방역 완화에 따른 감염 확산으로 장기간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중국의 낮은 규제·세금 및 강력한 인프라와 제조시설은 계속해서 지배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아태 및 중국·동남아 전문가인 재무스 림 프랑스 에섹경영대 경제학 교수는 "중국이 더 이상 비용 우위를 제공하지 못해 일부 저부가가치 제조업은 잃을 수 있지만 특수 제품 분야에선 다를 것"이라며 "중국은 아직 가장 저렴할 뿐만 아니라 특정 게이지의 나사나 볼 베어링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 제조업체의 요구사항을 적시에 충족하는 데에는 여전히 아세안 국가들이 물류나 생산 범위 측면에서 중국에 뒤처져 있는 점이 과제라고 SCMP는 전했다.
미국 컨설팅기업 알릭스파트너스의 브리튼 러셀은 "동남아 국가들은 완제품 제조뿐만 아니라 보조 재료와 부품 분야에 있어서도 계속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사라 탄은 "중국의 깊고 통합된 공급망 네트워크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이는 장기적으론 기업들이 투자를 다각화해야 할 강력한 이유"라고 말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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